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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는 언젠가 몽환적인 SF물도 그리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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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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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는 미래가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공연하게 들려오던 말이다. 대본소와 서점 중심으로 움직이던 만화 시장은 일본 등 해외 만화의 본격 유입, 인터넷 시장의 발달로 인한 기타 컨텐츠 증가로 인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이후 마지막 대안으로 여겨지던 도서대여점마저 휘청이며 이른바 '만화로 밥먹고 산다'는 것은 국내에서 어려운 현실이라고 평가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화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던 인터넷이 화려한 부활을 이끌었다. 이른바 '웹툰(Webtoon)'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웹툰은 각종 플랫폼 매체에서 연재되는 디지털 만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며 해외에서도 한국 디지털 만화 형식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인정받고 있다.
웹툰의 대중화는 한국만화 시장의 부활 및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만화시장이 다시 활성화된 것을 비롯해 기존 '특정 일부'에게만 제공되던 기회가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참여 가능한 무대로 변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으며 작품의 양과 질도 부쩍 높아졌다. 갈수록 커지는 시장과 함께 웹툰작가 역시 선호하는 직업군으로 올라서고 있는 모습이다. 각 대학에서도 관련 학과가 늘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웹툰작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는 최감자(본명 최영준) 충남디자인예술고등학교 강사 역시 자신이 그림을 그리며 먹고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했던지라 큰 무대에서의 금빛 발차기를 꿈꿨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현실을 직시하고 도복을 벗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또다른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해 제2의 길로 들어섰고 좋은 결과를 얻어가고 있다.
'타인의 경험은 내 꿈의 간접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힘든 시절을 겪고 웹툰작가라는 또 다른 적성을 찾아간 최감자 작가를 통해 인생의 방향과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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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최감자는 189cm의 거구지만 작화 만큼은 섬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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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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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를 응원하는 수많은 보살팬 중 한 명입니다"
-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주요 작품을 알 수 있을까요?
"프로야구 <야매카툰>, 프로농구 <크블매니아>, 격투기 <격투카툰> 등 스포츠를 소재로한 카툰을 수년 동안 다수 연재했습니다. 또 엔씨소프트와 야구 게임을 연계한 <프로야구 h2 x 야매카툰>을 완결한 바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모 포탈사이트에서 <들개>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주로 야구 관련으로 이름을 알리셨어요. 열성 야구팬이라는게 느껴집니다.
"네, 열성 팬의 기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매일 저녁 야구를 빼놓지않고 볼 정도의 관심은 꾸준히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이게 좋아해서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당연히 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야구라는 운동을 더 깊게 알고 싶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선수들 기록이나 세세한 플레이들을 분석하고 찾아보기위해 야구 관련 사이트들을 다 뒤져봤죠. 사이트에 선수들 팬아트를 그려 올리며 잔잔히 활동 하다보니 야구기록 사이트인 'KBReport'와 연이 닿아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야매카툰'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야구란 종목에 더욱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 좋아하는 팀을 물어봐도 될까요?
"한화 이글스입니다, '야매카툰'을 연재 할 때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야매카툰을 정주행하다보니 제가 응원하는 팀을 속된 말로 까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작품을 연재하던 시기에 한화가 순위가 높은 팀이 아니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그럴 거리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2018년 3위를 했던 그 해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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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포탈사이트에서 연재중인 '들개'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연출한 홍원찬 감독과 협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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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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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를 통해 새로운 장르에 대해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 만화 <들개>로 포털사이트에서도 연재를 시작했어요.
"주인공 광렬이 조카 은진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종의 하드보일드 복수극입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연출하신 홍원찬 감독님과 협업을 한 작품입니다. 감독님이 스토리를 주시면 제가 각색하여 웹툰화했습니다."
- 그림체가 스포츠 카툰 때와는 많이 달라보여요.
"아무래도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스포츠 카툰과는 다른 느낌을 추구했습니다. 카툰은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그렸다면, <들개>의 경우 하드보일드풍이 잘 느껴지도록 채색도 무채색으로 하고 잔선을 많이 활용해 거칠면서 차가운 느낌을 더했어요. 연재 초반부에는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던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인물의 전신을 그릴때 어색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각 작품마다 그림체가 다른데 때로는 저도 신기합니다."
- 작품의 분위기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직 저만의 '그림체'를 찾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작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주는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독자분들께서 작품마다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도록 약간의 차이라도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후속작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요?
"<들개>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미 마지막화까지 작업은 끝내놓았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새 작품 준비에 한창입니다. 예전부터 그리고 싶어했던 남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들개가 끈적한 하드보일드였다면 이번 작품은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학원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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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는 피나는 노력끝에 다양한 그림체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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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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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그만두고 웹툰계로 들어선 것은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 태권도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웹툰작가로 전향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선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학생시절에 지역대회 몇 번 나간 게 다입니다(웃음). 물론 태권도가 꿈이었던 시절은 있었죠. 운동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재능인 것 같아요. 아무리 대회를 나가도 저 스스로에게 성공할 정도의 재능이 보이질 않았거든요. 그렇게 태권도를 그만둔 후에 우연히 본가 근처에 관련 학과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고, 어느날 눈을 떠보니 이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더라고요."
- 운동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듯 싶어요.
"그게 참 신기하죠. 어릴 때부터 책상에 앉아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 잔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때는 또 다르더라고요. 학교 수업을 들을 때도 미술 수업은 곧 잘 집중해서 그런지 책상에 앉아서 죽겠다! 이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좋은 표현이네요(웃음). 운동을 그만뒀을 때 약간은 막막했거든요. 처음 만화를 배울 때도 주변 친구들 보다 너무 못그려서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오르는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이용 한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었기에 잘그리지는 못해도 정말 많이는 그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죽어라 하다보니 실력이 자연스럽게 따라 왔고 감사하게도 지금 만화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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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의 데뷔작은 야구를 다룬 '야매카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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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감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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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노력해서 롤모델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로는 누가 있을까요?
"학원 활극물의 원조 <짱>의 임재원 작가님과 전설적 야구만화 <H2>의 아다치 미츠루 작가님, 두 분을 가장 존경합니다. 아마도 저같은 만화계 후배들이 적지 않을 듯 싶어요. 그만큼 이후 세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분들이니까요. <짱>을 보면서 나도 이런 엄청난 타격감의 액션물을 그려보고싶다는 생각을 가졌고, <H2>를 통해서 세련된 연출이란 이런 거구나! 하면서 눈이 틔였던 경험이 생각나요. 두 분께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들입니다."
- 유투브같은 영상 콘텐츠에는 관심 없으실까요?
"유튜브는 제가 말재주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못할 것 같아요. 혹시 모르죠. 이후에 말실력이 팍팍 늘게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 웹툰작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작가로서 어려운 점과 직업으로서의 어려운 점이 다른 것 같아요. 먼저 작가로서 어려운 점이라면 저는 작품에 대해서 모든 걸 아는 입장이다보니 때때로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는 점? 항상 독자의 입장이 되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어려운 점이라면 불안전성과 불안감입니다. 아무래도 한 작품의 연재가 끝나고 차기작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작품 준비기간이 필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백기간에 찾아오는 불안감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타격도 있겠지만 새 작품을 들어가기 전 찾아오는 그 불안감이 스스로를 절벽으로 내모는 것 같아요."
- 선배로서 웹툰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현재 모교 충남디자인예술고등학교에서 강사로 있으면서 후배들에게 만화를 가르치고 있는데 항상 해주는 말이 하나 있어요. 실력을 부끄러워하지말고, 기회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주저하면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야매카툰> 연재 제의를 받았을 당시 웹툰을 그리는 도구인 타블렛도 없어서 대학 친구의 10년된 타블렛을 빌려서 그릴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고, 스포츠 카툰을 그리는 것 또한 처음이어서 그 상태로 웹툰을 독자들에게 내놓는다는 것이 부끄럽고 겁이 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그렸던 기억이 나요. 성실하게 자신의 작품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는 데서 끝나지 말고 많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최감자 작가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 저는 항상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웹툰작가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부족한 저의 웹툰을 봐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전하는 작품을 내놓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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