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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허훈 형제가 펼친 역대급 명승부에 코트가 후끈

기고, 칼럼(스포츠)

by 멍뭉큐라덕션 2024. 5.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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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허훈 형제가 펼친 역대급 명승부에 코트가 후끈

입력2024.05.11. 오전 11:03 기사원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사상 유례없는 형제간 맞대결

모처럼 볼거리 선사하며 관중몰이 성공

최근 막을 내린 2023~24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은 그 어떤 시즌보다 화젯거리가 많았던 시리즈로 기억될 듯싶다. 전력에서 수원 KT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던 부산 KCC의 4승1패 우승으로 끝나며 예상된 결과로 이어졌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뭇 달랐다. 농구를 사랑하거나 두 팀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 요소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KCC는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승현(32)·라건아(35)·정창영(35)·허웅(31) 등 이미 충분히 좋은 라인업이 구축된 상태에서 그 이상 가는 플러스 전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기량이 만개한 이호현(30)과 지지난 시즌 SK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최준용(30)이 자유계약(FA)을 통해 새로이 들어왔으며 기존 간판스타 송교창(28) 또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어디 그뿐인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201cm의 알리제 존슨(28)은 내외곽을 오가며 출중한 기량을 선보였는데, 이를 입증하듯 정규시즌 전에 열렸던 컵대회 때부터 훨훨 날며 우승을 이끌었다. KBL 역사상 가장 덩치가 큰 슈퍼팀이 탄생했다는 말이 터져나왔고 대부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거기에 더해 20여 년간 함께하던 전주 대신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며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5월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부산 KCC와 수원 KT 경기. KCC 허웅이 KT 허훈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KCC-KT 챔프전, 신구 부산 연고팀 대결

KCC와 KT의 챔피언결정전이 확정되자 농구팬과 관계자, 언론 등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스토리 구도에 관심을 기울였다. KT는 수원으로 가기 전에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팀이었다. 광주·여수에 이어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부산 팬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진통 끝에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부산 팬들의 상실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빈자리를 전주에서 옮겨온 KCC가 대신했고 슈퍼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전 첫 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우승을 놓고 경쟁할 상대 또한 이전 부산 연고팀 KT였다. 그로 인해 신구 부산팀을 뜻하는 의미에서 '부산 시리즈'로 불리기도 했다. 부산 팬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새로 들어온 KCC가 이제는 내 식구라며 응원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비록 연고지는 옮겨갔지만 여전히 옛정으로 KT를 응원하는 부산 팬도 적지 않았다.

부산 KT 시절 감독을 지냈던 전창진 KCC 감독과 당시 선수로 뛰었던 송영진 KT 감독의 맞대결도 흥미를 끌었다. 이미 4강에서 옛 제자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정규시즌 1위팀 DB를 잡아냈던 전 감독인지라 또 다른 제자까지 꺾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만약 송 감독과의 사령탑 대결에서도 이긴다면 KT 시절 해내지 못한 우승 선물을 부산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결국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만들어냈고, 부산은 프로 원년인 1997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정상의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부산 중심의 스토리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름 아닌 KCC 허웅과 KT 허훈(29)의 형제 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형제의 난'이란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로 두 선수의 맞대결은 뜨거운 감자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둘은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던 허재 전 데이원스포츠 대표의 아들이다. 허웅이 형이고 허훈이 동생이다. 물론 농구 코트에서 형제가 서로 경쟁한 선수는 많다. 조상현-조동현, 이승준-이동준, 문태종-문태영, 이흥섭-이규섭, 여준형-여준석 등이 있다. 하지만 같은 핏줄을 타고났다고 해도 형제가 동시에 최고의 스타로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허재는 행복한 아버지다. 두 아들이 모두 KBL에서 자리를 잘 잡고 스타로 성장해 이름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허웅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부(현 DB)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된 이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유의 정확한 슈팅과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올스타전 MVP, 올스타전 3점슛 1위, 자유투 1위, 기량 발전상, 베스트5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드디어 올 시즌 팀의 우승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그간 기량 대비 과도하게 높은 인기 때문에 '거품론'도 있었으나 이번에 결과로서 인기의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송교창·최준용·라건아 등을 제치고 허웅이 MVP를 받은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KCC 경기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선수는 위 3명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형제 대결의 후광을 통한 인기 프리미엄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록한 평균 18.8득점, 5.4어시스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성적만 놓고 봐도 허웅은 충분히 MVP를 수상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공헌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허웅이 KCC로 옮겨오면서 재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리더십이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모든 동료와 친하게 지내면서 팀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좋다. 선수 시절 코트에서 카리스마를 뽐낸 아버지 허재를 빼닮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준용 같은 개성파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전창진 감독과 외국인 선수 간에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도 중재 역할을 여러 번 해냈다.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마다 미팅을 주도한 것도 바로 그다.

'농구대통령' 불리던 아버지 허재 각각 닮아

올 시즌 KT는 또다시 우승에 실패했다. 전신 나산까지 포함하면 프로농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현재 팀의 간판인 허훈은 충분히 잘했다. 선수생활 내내 기량은 모두가 인정했던 만큼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다는 평가다.

사실 정규시즌 때만 해도 허훈은 팀 공헌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기량은 뛰어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아지며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온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팀 우승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감기몸살에도 링거 투혼까지 보이며 2차전부터 마지막 5차전까지 계속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성적도 5경기 평균 26.6득점, 6어시스트로 훌륭했다. 적장인 전창진 감독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러한 허훈의 모습에서 1997~98 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아버지 허재의 활약상을 연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부친도 준우승에 그쳤고, 상대팀도 KCC의 전신인 현대였다. 부상 투혼도 판박이다. 부친과 달리 MVP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21표나 받았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해당 스포츠를 더욱 빛나게 하고 관중몰이에도 상당한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뜨겁게 달궜던 허웅·허훈 형제 스토리가 모처럼 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궈 과거 한국 농구의 르네상스를 재연하는 듯했다.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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