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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는 올시즌 메이저리그를 빛낸 최고의 슈퍼스타들이다. (그림=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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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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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미국 내 인기도 후끈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에 별반 관심 없는 이들의 시선까지도 돌아갔을 정도다. 국내파 메이저리거의 활약 때문은 아니다. 김하성, 이정후, 고우석 등이 진출해있기는 하지만 부상과 부진 등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없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이 활약할 당시보다 관심도 덜한 분위기다.
놀랍게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린 선수는 일본인 플레이어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30·193cm)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자국 일본은 물론 미국 현지 거기에 더해 무수한 나라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등 야구 인기가 높지 않은 국가에서조차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다.
이유는 단순하다. 잘하고, 거기에 더해 매우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단한 아시아 선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고 야구선수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서 비미국인 그것도 아시아계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과거 NBA 야오밍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편견과 견제가 많다.
하지만 2년 연속 유니폼 판매 1위에서도 알 수 있듯 오타니는 압도적인 실력과 상품성으로 모든 것을 깨트려버렸다. '그냥 미친 듯이 잘하면 다른 것은 자연스레 뒤따라 온다'는 스포츠계의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입장에서 호재인 것은 오타니와 라이벌 관계를 이룰 또 다른 슈퍼스타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거포 계보를 잇고 있는 애런 저지(32·201cm)가 그 주인공이다. 데뷔이래 꾸준하게 리그 탑급 타자로 명성을 떨쳐오고 있으며 소속팀 역시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다. 오타니의 캐릭터가 워낙 특별해서 살짝 묻힌 감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스포트라이트는 저지가 독식했을 가능성도 높다.
올시즌 유니폼 판매량 3위가 말해주듯 저지 또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손색이 없다. 오타니가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가운데 저지 또한 아메리칸리그 MVP를 예약한 상태다. 둘은 현재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라이벌 구도가 팽팽하다. 가장 잘하는 두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흥행 파워에 사무국에서도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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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 오타니는 야구 역사상 최초 50-50클럽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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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니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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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사나이 오타니, 저지도 만만치 않다
오타니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특별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이도류(二刀流)'라는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타겸업을 통해 그동안의 야구 상식을 뒤집어놓았다. 베이비 루스 시대 이후 현대 야구에서 양쪽에서 모두 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였는데 오타니의 등장과 함께 그것이 깨져버렸다.
물론 NBA에 3점슛과 스페이싱농구의 시대를 몰고 온 스테판 커리처럼 시대 흐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 오직 오타니만이 할 수 있는 '비전절기(秘傳絶技)'라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더하고 있다. 올스타전에서 투수, 타자로 동시에 선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쪽 영역서 모두 탑급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린다.
오타니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온갖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이후 131년 만의 트리플100(100이닝-100K-100안타),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10승-40홈런 및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 달성 등 메이저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로이 끼워넣고 있다.
올 시즌은 부상 회복 차원에서 투수는 쉬고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는데, 남는 에너지를 발에 쏟아부어 야구 역사상 최초 50-50클럽까지 달성했다. 올 시즌 그의 최종 성적(내셔널리그)은 타율 0.310(2위), 54홈런(1위), 197안타(2위), 130타점(1위), 134득점(1위), 59도루(2위), OPS(출루율+장타율) 1.036이다.
저지도 만만치 않다. 타자로서의 성적은 오히려 위다. 저지는 올해 158경기에서 타율 0.322, 58홈런, 144타점, OPS 1.159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뽑아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OPS에서 모두 1위다. 종전 자신의 한 시즌 최고 OPS는 2022년 1.111이었으나 올해 경신했다.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는 여러 레전드들의 이름을 소환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저지의 wRC+는 무려 218에 이른다.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의 206을 훌쩍 뛰어넘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저지보다 더 좋은 단일 시즌 wRC+를 기록한 선수는 배리 본즈, 베이브 루스, 테드 윌리엄스뿐이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오타니와 저지가 같은 리그에서 경쟁했으면 누가 MVP를 받았을까?'에 대한 논쟁도 치열한 분위기다. 타자로서의 성적은 저지가, 50-50클럽 달성 등 기록의 상징성에서는 오타니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현재 둘이 서로 다른 리그라는게 다행일 수도 있다. 저만한 성적을 가지고 MVP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매체 <케이비리포트> 민학희 편집장은 "둘이 같은 리그라고 가정했을시 성적에서 더 앞서는 저지가 받는게 정배라고 생각한다. 오타니는 올시즌 지명타자로 뛰었고 저지는 포지션 플레이어로 수비까지 겸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50-50의 희소성을 높이 사서 오타니가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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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수로서의 성적만 놓고보면 올시즌 저지는 오타니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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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런 저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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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다저스와 저지의 양키즈,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할 수 있을까?
각자의 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둘이지만 아직 포효는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이 남았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우승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쪽이 최종 승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타니든 저지든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다면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최고의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100승 팀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지지난 시즌 4개팀, 지난 시즌 3개팀이 100승을 넘긴 것과 대비된다. 2020년 단축 시즌을 제외하고 정규시즌 100승 팀이 없는 것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이번 시즌이 치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즌 내내 강호의 면모를 잃지 않았던 팀이 바로 다저스다. 다저스는 시즌 후반까지 샌디에이고와 애리조나의 추격을 받았지만, 정규시즌 최다승(98승)으로 최근 12년간 11번째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양 리그 전체 1위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한지라 모든 시리즈의 홈 이점도 가져가게 됐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저스가 있다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양키스의 반등이 돋보였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양키스는 2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되찾았다.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양키스는 자타공인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이다. 올해 기세가 쟁쟁한 만큼 통산 2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결의가 대단하다.
사무국에서 가장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다저스와 양키즈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이다. 흥행보증수표는 따놓은 당상이기에 현지에서의 기대도 상당하다. 두 팀이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것은 1981년이었다. 그 해 다저스는 양키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우승한 바 있다.
양팀의 월드시리즈가 기대되는 것은 역시 오타니와 저지의 존재다. 팀 스포츠 야구에서 우승을 이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승에 얼마나 공헌했느냐에 따라 '오타니가 낫냐, 저지가 낫냐'에 대한 논쟁 여부도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래저래 올시즌 포스트시즌은 볼거리가 많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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