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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 3시즌을 함께한 소크라테스 브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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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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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2·좌투좌타)의 동행 여부가 뜨거운 화두다. 2022년 한국 무대를 밟은 소크라테스는 지난 3시즌 동안 409경기에서 타율 0.302, 63홈런, 270타점, 40도루, OPS 0.843을 기록했다. 3년 차를 맞은 올 시즌에도 타율 0.310, 26홈런, 97타점, OPS 0.875의 수준급 성적으로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보통 이 정도면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매우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안정감면에서는 합격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같은 경우 국내리그 적응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해외리그 커리어만 보고 데려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KIA같은 경우 외국인 타자 문제로 속을 많이 썩었던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고민하는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경기력 기복에 있다. 그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강하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경기력이 살아나는 패턴을 반복한다. 3시즌 내내 그랬다. 그로인해 시즌 중 퇴출설, 교체설 등이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막상 시즌이 끝나고 나면 무난한 성적을 찍지만 그렇다고 타팀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해 월등하지도 않다. 외려 외국인 타자들만 놓고 봤을 때 여러가지 부분에서 하위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4년차, 우승 프리미엄 등을 더해 연봉은 높게 줘야 한다. 팀에서 원하는 외국인 타자 스타일이 '거포형'이라는 점까지 맞물려 재계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KIA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희'보다 '비'가 많았던 호랑이 외인타자 역사
해태 시절 포함, KIA는 외국인 타자 쪽에서 웃었던 때보다 울었던 시절이 더 많다. 빼어난 외인 투수들이 다수 활약했던 것과 달리 방망이 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최초로 타이거즈 구장을 밟았던 숀 헤어는 장타를 펑펑 생산할 것이다는 기대와 달리 단 1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에디 피어슨과 호세 말레이브는 기억하고 있는 팬들조차 거의 없다. 아르키메데스 포조, 케이스 미첼, 마이크 서브넥은 장타는커녕 타율 역시 형편이 없었다. 윌리엄 스토니 브릭스는 나름 준수했지만 타석 대비 삼진 숫자 등 단점 또한 명확했다.
170cm의 단신 좌타자 워렌 뉴선은 작은 키가 무색할 만큼 이른바 붕붕 스윙이 인상적인 캐릭터로 회자된다. 메이저리그 경력까지 있던 그는 기습적인 번트 시도 등 나름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35경기 만에 짐을 꾸려야만 했다.
윌슨 발데스는 시즌 전 2루수, 유격수 수비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준수한 수비와 더불어 빠른 발과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앞세워 매서운 활약을 나타냈다. 당시 붙었던 별명이 용병 이종범을 보는 듯하다 해서 '흑종범'이었다. 그러나 정작 개막 후에는 공수 양면에서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중도 퇴출됐다.
이같은 추세는 2014년 브렛 필(40·우투우타)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 흑역사 기간 중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던 선수들을 꼽자면 트레이시 샌더스(55·우투좌타), 헤수스 타바레스(53·우투양타), 루이스 데 로스 산토스(58·우투우타) 등이 있다. 한 방을 갖춘 전형적인 거포형, 발 빠른 쌕쌕이형,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중장거리형 등 스타일도 각각 달랐다.
타바레스는 공을 맞히는 재주가 뛰어났고, 빠른 발을 바탕으로 허슬플레이에도 능했다.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았다. 하지만 KIA가 필요로 하는 외국인 타자는 장타력을 겸비한 타입이었다. 이순철, 이종범 등에 눈높이가 맞춰진 팬들에게 다운 그레이드 버전인 타바레스로는 부족했다.
샌더스는 무려 40홈런을 터뜨렸다는 점에서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거포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겠다. 장타력만 놓고 본다면 그토록 원하던 외국인 슬러거로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타율(0.247), 안타(101안타)에서 아쉬움이 컸다.
총안타의 40%를 홈런으로 만들어낸 파워는 무시무시했지만 낮은 타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 아니면 도' 식의 스윙을 구사했던지라 전형적인 공갈포라는 혹평도 존재했다. 엄청난 장타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타율이 2할대 후반만 됐어도 펠릭스 호세, 타이론 우즈가 부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산토스는 타율 0.310, 150안타, 26홈런, 107타점, 46볼넷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록은 전반기에 작성된 것으로, 후반기 들어서는 폭락했다. 전반기에 잔뜩 올려놓은 타율도 후반기에 많이 내려갔다. 노장으로서 체력이 약한 것이 흠이었는데 그로 인해 재계약도 실패했다.
최소한의 장타력이 아쉬웠던 타바레스, 전형적인 한방 유형의 샌더스, 나이로 인한 체력문제가 걸림돌이었던 산토스까지... 그마나 성공작으로 꼽혔던 선수들이 그 정도였다는 점에서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역사는 그야말로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타이거즈 팬들 입장에서는 당시 리그를 호령하던 타이론 우즈(두산), 펠릭스 호세(롯데), 제이 데이비스(한화), 틸슨 브리또(삼성) 등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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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주를 겸비했던 로저 버나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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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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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용병 필 시작으로 꾸준하게 좋은 외국인타자 영입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흑역사는 2014년을 기점으로 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좋은 외국인 타자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시작은 필이었다. 3시즌간(2014~16) 통산 타율 0.316을 기록했다. 중장거리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홈런도 평균 20홈런 가량을 때려냈다.
KIA팬들은 환호했고 '효자 용병'이라는 애칭까지 따라붙었다. 타팀을 보면 더 좋은 외국인 타자도 있었지만 이전에 워낙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KIA팬들 입장에서는 필만으로도 매우 흡족한 분위기였다. 이후에는 더 강력한 타자가 등장했다. 로저 버나디나(40·좌투좌타)가 그 주인공이다.
빼어난 외야 수비는 기본이고 안타생산 능력이 탁월했으며 루상에 나가면 위협적인 주자로 상대 내야를 뒤흔들었다. 파워 피처를 상대로 힘 대 힘으로 이겨내 장타를 만들어낼 만큼 중심타자급 장타력도 겸비했다. 당초 KIA가 버나디나에게 기대한 것은 수비와 주루였다. 타격은 평균치만 해줘도 만족이었다.
버나디나는 그 이상을 해주었다. 빼어난 한방 파워까지 과시하며 공수주를 겸비한 전천후 외국인 타자로 족적을 남겼다. 버나디나는 그간 타이거즈 팬들이 기대하던 이종범의 향기가 나는 외국인 타자였다. 발데스 등 스피드를 겸비한 몇몇 흑인 타자들이 등장했을 때 팬들은 흑종범이라는 애칭을 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누구도 흑종범이 되어주지 못했다. 2017년 우승 시즌 당시의 버나디나는 그러한 애칭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뛰면서 타율 0.315, 47홈런, 181타점, 224득점, 64도루를 기록했다. 입단 첫해 팀 우승을 이끌고 이종범 이후 첫 20홈런-20도루까지 달성하는 등 타이거즈 역사에 이름을 확실히 남겼다.
버나디나의 뒤를 이은 명품 외국인 타자는 프레스턴 터커(34·좌투좌타)다. 당시 KIA가 선택한 타자는 제레미 해즐베이커(37·우투좌타)였다.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로 새로운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해즐베이커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에 대체 외인으로 드러온 선수가 터커였다. 계약금 9만 달러, 연봉 18만 달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초 터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해즐베이커보다만 나았으면 하는 분위기였다.
터커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3시즌(2019~21)간 뛰며 통산 타율 0.284, 50홈런, 222타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KIA와 외국인 타자의 동행은 길어도 3년을 가지 않았다. 3시즌을 함께한 필과 터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최장수 외국인 타자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또다시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팀 외국인 타자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소크라테스 잔류 여부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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