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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태인은 올시즌을 기점으로 삼성 라이온스의 토종 에이스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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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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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스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 2위, 준우승 횟수 1위로 그 어느 팀보다도 꾸준하게 강호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끈한 타격이다. 방망이에 있어서 만큼은 자부심을 가지기에 모자람이 없다. 통산 팀 홈런 1위, 통산 팀 타율 1위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KBO 42년 역사에서 타격왕(장효조 4회, 이만수 1회, 양준혁 3회, 최형우 1회) 9회, 최다안타왕(장효조 1회, 양준혁 2회, 이승엽 1회, 마해영 1회, 박한이 1회, 최형우 1회) 7회, 장타왕(장효조 1회, 이만수 2회, 양준혁 2회, 이승엽 3회, 최형우 1회) 9회, 타점왕(이만수 3회, 김성래 1회, 양준혁 1회, 이승엽 4회, 최형우 2회, 심정수 1회, 러프 1회) 13회를 배출하며 타격 각 부분에서 위용을 뽐냈다.
홈런왕같은 경우 '라이언 킹' 이승엽(5회)을 필두로 이만수(3회), 김성래(2회), 심정수(1회), 최형우(1회) 등 거포들의 꾸준한 활약으로 무려 12회나 정상에 섰다. 여전히 삼성하면 홈런이 떠오르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것은 강력한 투수력이었다.
21세기 이전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쟁쟁한 선수층을 앞세워 진출 자체는 많이 했지만 번번이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등도 정규시즌에서는 강했지만 큰 경기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준우승 횟수가 늘어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고 양준혁+현금트레이드 등 무리수가 늘어갔다.
이같은 징크스를 끝낸 인물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선동열 감독이었다. 라이벌 타이거즈의 레전드라는 점에서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도 많았지만 그의 탁월한 지도력은 삼성 투수진을 바꿔 놓았고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왕조의 기틀까지 마련해주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역사는 선동열전과 선동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왕조 시절 삼성의 투수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특히 불펜진은 역대로 따져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위용이 엄청났다. '끝판대장'으로 불리던 오승환이 클로저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정현욱, 안지만, 권혁, 권오준, 안지만 등이 필승조로 활약했다. '6회까지 앞서고 있는 삼성을 상대로 역전승은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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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이번 FA시장에서 젊은 선발투수 최원태(사진 오른쪽)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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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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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 모두 10승 기대 할 수 있는 구멍없는 로테이션
왕조 시절 이후 주춤했던 삼성은 올 시즌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2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며 하락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무색하게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KIA에 밀려 넘버2에 그치고 말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삼성을 다시 강호의 반열에 오르게 한 가장 큰 힘은 단연 투수력이다. 왕조 시절이 떠오르는 대목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불펜 야구가 강점이었다면 현재의 삼성은 선발 투수진의 힘이 더 눈에 띈다는 부분이다. 삼성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49다. KIA 타이거즈(4.10), LG 트윈스(4.26)에 이어 리그 3위의 기록이다.
올시즌 다승왕에 오르며 국내 정상급 토종 선발투수 중 한명으로 올라선 원태인(24·우투좌타)과 데니 레예스(28·우투우타) 원투펀치의 힘이 컸다. 원태인의 최고 장점은 안정감이다. 아직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등 리그를 지배했던 쟁쟁한 선배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른바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4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올 시즌에도 28경기에서 159 2/3이닝을 소화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평균 140km대 후반의 패스트볼에 더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쓴다.
레예스는 올시즌 26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3.81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가을 야구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플레이오프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0.66, 한국시리즈 1경기 1승,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큰 경기에 강한 투수임을 증명했고 그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25일 총액 12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우완 원투펀치의 뒤는 좌완 이승현(22·좌투좌타)이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이전 시즌까지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하던 그는 올시즌 선발로 보직을 바꿨고 17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의 성적을 거뒀다. 후반기 다소 부진하기는 했으나 전반기에 13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던 만큼 잠재력에 있어서는 원태인 못지않다는 평가다. 선발전환 1년차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험이 쌓인 다음 시즌에는 더 나은 성적이 기대된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전력보강을 위해 삼성이 선택한 전략은 장점의 극대화였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더 보강해 초호화 빅5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 2시즌간 키움 히어로즈에서 검증이 끝난 아리엘 후라도(28·우투우타)를 외국인선수로 영입했고 이번 FA 최대어중 한명으로 꼽혔던 최원태(27·우투좌타)까지 품에 안았다.
후라도는 2023년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 2024년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6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포심, 투심에 더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던지며 맞춰잡는 땅볼 유도형의 투수인데 그점이 타자 친화구장인 라이온즈파크와도 잘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최원태 영입을 두고는 호불호가 살짝 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적인 젊은 선발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지만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종종 드러냈는지라 FA시장에서 예상보다 인기가 적었다. 하지만 삼성은 최원태를 에이스로 데려온 것이 아니다. 1~2선발급으로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뒤를 받쳐주는 3~5선발급으로는 나쁘지 않다.
최근 8년 연속으로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 및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등 통산 217경기에서 78승 5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물샐틈없는 5선발 체제를 구축한 사자 군단이 올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왕조 시절의 위엄을 재현해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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