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앞선 불안한 KCC 활력소 되어줄까?

김동현, 앞선 불안한 KCC 활력소 되어줄까?
기사입력 2022.10.05. 오전 08:01 최종수정 2022.10.05. 오전 08:01

전주 KCC는 올 시즌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는 팀이다. FA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통해 이승현, 허웅을 데려오기는 했지만 에이스 송교창이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 시즌 주전 1, 2번으로 나섰던 유현준, 이정현도 없다. 새로이 보강된 만큼 빠지게 된 크기도 적지 않은지라 전력의 편폭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외려 새 얼굴이 적지 않은 만큼 기존 선수들과의 손발 맞추기 등을 감안 했을 때 라운드 초반에는 고전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많다. KCC는 최근 계속됐던 ‘슬로우 스타터’이미지를 벗기 위해 일찍부터 전력 구상에 들어갔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자 속출, 외국인선수 교체건 등으로 말미암아 또 다시 발동을 늦게 걸릴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현재 KCC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높이다. 숙원인 토종 4번 문제는 이승현의 영입과 그로 인해 김상규, 서정현 등의 원활한 활용이 어느 정도 가능해져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포지션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 3번 포지션 같은 경우 송교창이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주전이 없는 상태다. 이근휘는 여전히 수비문제를 안고 있으며 전준범은 한창 좋았을 때의 기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본래 장신 가드로 뛰어야 할 정창영(34‧193cm)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양적으로는 많지만 질적으로는 아쉬움이 드는 가드진은 더욱 헐거워질 공산이 크다. 최근 트랜드에서 허웅은 2번으로서 단신에 속하며 박재현, 박경상, 이진욱 등 1~2번을 오갈 백업가드진 역시 단신 일색이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영입했던 김지완, 유병훈 등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출장 횟수에서부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심차게 4순위로 지명한 송동훈(22‧174.4cm) 또한 기량을 떠나 신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판이다.
당초 구상은 그러한 앞선의 부족한 높이를 장신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25·208㎝)를 통해 메울 계획이었다. 데이비스는 좀처럼 골밑 근처를 벗어나지 않은 채 듬직하게 골밑을 지켜주는 클래식 센터다. 무게감이 특출났던지라 혼자서도 어지간한 상대팀 트윈타워를 상대하는게 가능했다. 거기에 이승현이 가세할 경우 골밑 파워 만큼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며 데이비스 합류는 없던 일이 됐다.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론대 홀리스-제퍼슨(27‧198cm)같은 경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기량 자체는 좋은 선수로 평가된다. 수비 역시 출중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문제는 포지션이다. 외국인선수 특성상 골밑에서 상당 부분 활약해줘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제퍼슨은 스윙맨타입이다.
3~4번을 오가며 플레이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프레임이 얇아 골밑에서의 몸싸움에서는 강점을 기대하기 힘들다. 데이비스처럼 전체적인 우산효과는 커녕 본인 자신이 포스트 수비에서 구멍이 되지 않으면 만족해야 되는 입장이다. 기존 라건아(33‧200.5cm)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봐야한다. 사이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건아 또한 활동량, 기동성 등으로 승부하는 타입이지 높이에서 위력을 과시하는 선수는 아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앞선 높이(수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송동훈-허웅이 공격에서 잘해준다 해도 둘의 높이는 지난 시즌 유현준-이정현보다도 작다. 둘다 신장을 뛰어넘을 만큼 위력적인 수비수도 아닌 만큼 상대팀의 집중공략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들로 어려울 경우 대신 투입되어 흐름을 끊어주거나 궂은 일을 통해 활력소가 되어줄 선수가 필요한 이유다.

KCC팬들은 2년차 가드 김동현(20·190cm)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기존 가드진중에서 그나마 큰 축에 속하며 한창 어린 나이, 담대한 성격 등 발전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힘도 좋고 발도 빠른 축에 속하는지라 KCC 앞선의 또 다른 약점인 활동량 문제에 있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KCC 역시 그러한 김동현의 잠재력을 높이 사서 지난 시즌 1라운드 9순위로 그를 지명한 바 있다.
김동현은 농구인 2세다. 김승기 고양 캐롯 점퍼스 감독이 아버지고 드래프트 동기인 김진모가 친형이다. 현재까지 보여준 것만 놓고 봤을 때는 장신슈터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 되고 있는 김진모보다는 동생 김동현이 현역 때 부친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감독은 현역 시절 '터보가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번으로서 시야, 게임리딩, 패싱테크닉 등은 다소 아쉬웠지만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강한 힘, 빠른발, 과감한 슈팅력 등을 앞세워 공격형 단신 가드(182cm)로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호리호리한 가드가 많던 시절 탄탄한 체격과 파워는 그의 최대 경쟁력이었다.
특히 전성기였던 중앙대학교 시절에는 '컴퓨터가드'로 불리던 이상민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바 있다. 국가대표 합숙 훈련 시절 자신보다 월등히 큰 현주엽(195cm)과의 씨름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일화는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에 와서는 대학 시절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1, 2번을 모두 커버하는 듀얼가드 스타일로 9시즌 동안 쏠쏠한 식스맨 역할을 해냈다.
선수 김승기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신장이다. 정통파 1번으로서의 역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1.5번~2번이 어울리는 옷이었으나 작은 신장으로 인해 펼칠 수 있는 플레이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김동현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나쁘지 않은 신장을 가지고 있다.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한쪽에 특출난 타입은 아니지만 고르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특히 지난해 7월 라트비아에서 있었던 제15회 FIBA U19 농구월드컵에서 당찬 활약을 보여주며 자신을 의심하던 시선을 상당 부분 걷어내 버린 상태다. 당시 김동현은 신체조건, 운동능력에서 월등한 해외선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친 몇 안되는 선수 중 한명이었다. 아직은 투박하지만 당찬 모습에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KCC 역시 그러한 김동현의 성장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동현은 팀내 살림꾼으로 활약 중인 정창영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창영 또한 하나씩 뜯어보면 특출난 부분은 없지만 풍부한 활동량,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마인드를 앞세워 두루두루 팀에 공헌하는 스타일이다. 만약 김동현이 터보가드 2번째 버전 혹은 정창영 2호기가 될 수 있다면 KCC의 앞선 경쟁력은 한층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김경태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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