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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불타오른 최두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멍뭉큐라덕션 2024. 12. 10. 17:22

30대에 불타오른 최두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2024.12.10. 오후 3:10 기사원문

정찬성팀에서 훈련, 타격 좋아졌다는 평가... 체력·근력 늘어나

30대의 최두호는 20대때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UFC 제공
 

최근 국내 팬들 사이에서 UFC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33·코리안좀비MMA)가 화제다. 국내에서 격투기는 마니아 스포츠다. 인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팬층이 어느 정도 고정돼 있다. 다만, 국내 선수 혹은 한국계 선수가 해외 단체서 맹위를 떨치거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관심도가 상승한다.

최홍만(K-1), 윤동식, 최무배, 데니스 강(프라이드FC), 추성훈(K-1 히어로즈, UFC), 정찬성(UFC)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정찬성의 은퇴가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 격투기 인기가 K-1, 프라이드 시절 이후 하향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정찬성마저 없으면 관심 밖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최근 정찬성 이후 최고의 상품성을 갖춘 선수로 평가되던 최두호가 부활하고 있다. 한때 그는 UFC 아시아 역대 최고 인기 선수 정찬성의 입지를 뛰어넘을 후보 중 한 명으로 불렸다. 2014년 UFC에 입성하기 무섭게 후안 푸이그(34·멕시코), 샘 시실리아(38·미국), 티아고 타바레스(39·브라질) 등을 연달아 초반에 박살 내며 팬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터지는 강력한 카운터 펀치는 상대마다 줄줄이 옥타곤 바닥에 쓰러뜨렸다. 오카미 유신, 김동현 등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아시아 선수는 지루한 그래플러 밖에 없다는 편견을 부쉈다. 더욱이 외모까지 동안인지라 슈퍼보이라는 닉네임에 딱 들어맞는 캐릭터였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베테랑 컵 스완슨(40·미국)과의 일전을 앞두고 현장에서 따로 최두호를 불러 얘기를 나누고 자신의 SNS에 소개 영상을 링크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당시 비슷한 또래였던 맥스 할로웨이와 더불어 페더급을 이끌어갈 쌍두마차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였다.

최두호의 상품성은 정찬성에 비교될 정도다.
ⓒ UFC제공
 

잘 나가다가 추락, 이제 다시 일어선다

만약 최두호까지 정찬성 정도의 스타로 떠오른다면 한국은 UFC 내 아시아 세력의 대표로 떠오를 공산이 높았다. 아쉽게도 최두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완슨 전 분패에 이어 제레미 스티븐스(38·미국)에게도 고배를 마셨다. 한계가 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상품성을 높이 산 주최 측에서 기회를 꾸준히 줬지만 비교적 약체인 찰스 조르댕(30·캐나다)에게 마저 패하며 옥타곤 생존까지 위협받았다.

최두호는 선배 정찬성의 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고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스타트는 지난 7월 있었던 빌 알지오(35·미국)와의 경기였다. 그동안의 최두호는 펀치 위주였고 본인이 압도하는 경기에서는 강하지만 중간에 위기를 맞거나 흐름을 넘겨주면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알지오 전에서는 달랐다. 1라운드에 백스핀 엘보에 맞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침착하게 바디샷을 적중시키며 살아남았다. 이후 2라운드에서 카운터로 날린 왼손 훅을 통해 2라운드 3분 38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그래플링도 인상적이었다. 레슬러 출신 알지오를 두 차례나 테이크다운 시키며 대등 이상의 그래플링 공방을 벌였다.

지난 8일 있었던 '더 트레인' 네이트 랜드웨어(36·미국)와의 승부 역시 연장선이었다. 기존의 훅, 스트레이트에 더해 어퍼컷을 보여주었고 카프킥까지 다양한 타격 옵션이 돋보였다. 거기에 상대에게 정타를 허용하자 테이크다운을 통해 그래플링 싸움으로 몰고 가는 노련미까지 보여줬다.

과거 20대의 최두호를 상대하던 선수들은 훅, 스트레이트 등만 조심하면 됐다. 하지만 30대인 현재는 킥까지 거침없이 차는 것은 물론 그래플링에도 일가견을 보이며 옵션이 한층 다양해졌다. 최두호는 시종일관 우세한 내용으로 경기를 펼친 끝에 랜드웨어를 3라운드 TKO로 제압했다.

역대 최고의 코리안파이터 정찬성은 최두호를 자신 이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UFC제공

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늘어나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일찍부터 최두호에게 관심을 보인 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상위클래스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일찍부터 주목을 받으며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났다'는 호평이 적지 않았다.

아쉽게도 20대 초중반의 한창나이에 찾아온 UFC에서의 성공 기회를 잡지 못했다. 랭커들을 상대로 잘 싸우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를 넘겨주고 분패하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체력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다. 물론 워낙 기량이 출중했던지라 국내 단체 활동 시기, UFC 초창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장기전으로 가기 전에 녹아웃으로 끝내버리는 경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위 랭커 스완슨에게는 그 점을 간파당했다. 1라운드 때까지만 해도 특유의 거리 싸움을 앞세워 외려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스완슨이 거친 압박으로 진흙탕 싸움을 걸어오자 리듬이 깨져버렸다. 스티븐슨 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체력에서 문제가 생기자 초반에는 안 맞을 타격도 허용하고 흐름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결국 연패가 이어지다 보니 특유의 기세를 잃고 자신감도 떨어졌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옥타곤 무대서 가장 성공한 코리안 파이터로 꼽히는 정찬성과 김동현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동현 같은 경우 코리안 파이터 중 그래플링 압박에 가장 능했다. 대부분의 싸움을 그래플링 공방전으로 끌고 갔다.

체력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경기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다 보니 판정 경기에서 강점을 보였다. 아쉽게도 이는 중상위권 상대까지만 통했다. 카를로스 콘딧, 데미안 마이어, 타이론 우들리 등 상위권 선수에게는 아예 테이크다운 자체가 힝들었고 본인 또한 흐름을 잃고 초반부터 무너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정찬성 같은 경우 체력이 아주 좋았다. 더불어 모든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갖췄다. 그래플링 싸움, 타격전은 물론 난타전에서도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상성을 크게 타지 않았고 상위권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가져가는 게 가능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파이터라고 할 수 있었다.

최두호는 과거 너무 깔끔하게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 특유의 카운터를 빈틈에 꽂아 넣어 녹아웃을 끌어내는 것은 좋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엇비슷한 상대가 진흙탕 싸움을 걸어오면 페이스가 흩어졌고 그 과정에서 체력까지 일찍 빠졌다.

정찬성은 지도자로서 이 부분의 보강에 많은 신경을 썼고 그 결과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달라진 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근육이 늘어 힘이 좋아졌고 체력도 더욱 끌어올리다 보니 끈적끈적한 공방전에서도 지치지 않고 자신의 흐름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이른바 '슈퍼보이 버전2'가 완성된 것이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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