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 골든글러브 투수는 외국인 천하?

멍뭉큐라덕션 2024. 12. 15. 18:53

올시즌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카일 하트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한국인은 단 2명뿐이다. 지난 10년간 KBO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얘기다. 올해 수상자는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32‧좌투좌타)다. 눈에 띄는 타이틀홀더 기록은 없었지만 26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13승(공동 3위) 3패, 182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69(2위), 승률 0.813(2위)으로 맹활약했다.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만 해도 느린 구속을 다양한 변화구로 만회하는 등 땅볼 유도형 투수로 꼽혔지만 KBO 입성 후에는 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일단 100구를 던진 후에도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50km를 넘길 만큼 직구가 엄청 좋아졌다. 거기에 본래 좋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섞어 쓰며 KBO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평균자책점 1위 제임스 네일(31·우투우타)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지만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결장을 한 부분 등이 감점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비단 하트와 네일 뿐만이 아니다. 평균자책점 5걸은 찰리 반즈, 아리엘 후라도, 코너 시볼드 등 모두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고 있다. 최다이닝은 애런 윌커슨, 후라도, 윌리엄 쿠에바스, 탈삼진 또한 하트,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반즈, 후라도, 윌커슨 순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그야말로 외국인 투수들이 대부분 순위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이는 올 시즌에 그치지 않는다. 언제부터 투수 골든글러브는 외국인 선수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2014년부터다. 이전에는 정민태, 임선동, 송진우, 손민한, 배영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등 토종 투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2014년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가져간 경우는 2007년 3관왕(다승, 평균자책점, 승률)에 오른 다니엘 리오스(234⅔이닝 6완투 4완봉, 22승 5패, 147탈삼진(2위), 평균자책점 2.07, 승률 0.815)와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끈 아킬리노 로페즈(190⅓이닝 4완투, 14승 5패 129탈삼진, 평균자책점 3.12(3위), 승률 0.737) 둘 뿐이다.

손승락이 전업 마무리 투수 최초로 2013년 골든글러브를 가져간 이후 본격적인 외인 투수 천하가 시작됐다. 비단 골든글러브에 그치지 않았다. 2016년 더스틴 니퍼트(167⅔이닝 1완투 1완봉승, 22승 3패, 142탈삼진, 평균자책점 2.95, 승률 0.880), 2019년 조쉬 린드블럼(3관왕(다승, 탈삼진, 승률) 194⅔이닝, 20승 3패, 189탈삼진, 평균자책점 2.50(2위), 승률 0.870)은 거기에 MVP를 더했다.

2020년대 들어 2021년 아리엘 미란다(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 173⅔이닝 1완투(2위), 1완봉승 14승(4위) 5패, 225탈삼진, 평균자책점 2.33, 승률 0.737), 2023년 에릭 페디(3관왕(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80⅓이닝(4위)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 승률 0.769)가 골든글러브+MVP 계보를 이어갔다.

2014년 이후 골든글러브를 받은 토종 투수는 2017년 양현종(193⅓이닝(2위) 1완투, 20승 6패, 158탈삼진(3위), 평균자책점 3.44(5위), 승률 0.769)과 2022년 안우진(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 196이닝 15승(2위) 8패,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 승률 0.652) 둘 뿐이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 윤석민의 부진과 은퇴 및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창모의 거듭된 부상 등이 토종 투수 파워의 급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2010년대를 시점으로 한국야구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큰 경기에서 믿고 쓸 1~2선발급 부재가 뼈아프다.

한창 국제대회서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는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 등 에이스급 선발 투수가 여럿 함께 했다. 하지만 현재는 확실한 1선발이 없다. 좋은 타자가 많음에도 대만 등 주변 국가에 발목을 잡힌 이유다. 때문에 KBO 각팀은 비시즌 중 좋은 외국인 선발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인 원투펀치의 힘에 따라 시즌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골든글러브가 외국인 투수 천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시점 토종 최고 투수로 꼽히는 안우진(키움)이 다음 시즌 막판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 되고 올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원태인(삼성)도 전성기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문동주(한화), 윤영철, 이의리(이상 KIA) 등 어린 투수들의 성장세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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