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도루왕 헨더슨, 하늘의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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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키 헨더슨은 역대 최고의 리드오프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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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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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레전드 리키 헨더슨(65·좌투우타)이 향년 65세로 하늘의 별이 됐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지난 22일(한국시각) 헨더슨이 폐렴 증세로 미국 오클랜드 지역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야구계에서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서 안타깝다'며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팬들이 애도를 표하는 분위기다.
1976년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96번으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지명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이후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너하임 에인절스, 뉴욕 메츠,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레드삭스, LA다저스 등에서 뛰었다. 특히 데뷔팀 오클랜드같은 경우 떠난 뒤에도 3번이나 돌아와 총 4번을 뛰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무려 25시즌을 뛰며 통산 3081경기에서 타율 0.279, 297홈런, 1115타점, 2295득점, 3055안타, 출루율 0.401, OPS 0.820 등을 기록했다. 헨더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도루다. '역사상 최고의 대도'라는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빠른 발을 활용한 엄청난 주루 플레이로 오랜 시간 호령했다.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 야구같은 경우 전형적인 빅볼을 주로 선호한다. 팬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 역시 홈런을 뻥뻥 터트리는 선수다. 한국, 일본처럼 도루에 능한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헨더슨은 예외였다. 1루에 나가는 순간 2, 3루를 노리고 있는지라 그의 출루는 상대팀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안겨줬다. 더욱이 커리어 내내 꾸준하게 그러한 능력을 발휘한 관계로 '발야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선수'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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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메이저리그 도루 성공 역대 1위(1,406개)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헨더슨의 기록까지 갈 것도 없이 도루 1000개 돌파는 사실상 마의 영역에 가깝다. 한시즌 50개씩 20시즌을 해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다. 전 세계로 영역을 넓혀봐도 통산 1000도루는 헨더슨 외에 일본프로야구 한큐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끈 후쿠모토 유타카(77·좌투좌타) 밖에 없다. KBO기록은 전준호의 549개다.
메이저리그 4년 차인 지난 1982년에 세운 단일시즌 역대 2위인 130도루 역시 엄청난 기록으로 남아있다. 역대 1위는 1887년에 세운 휴 니콜의 138개다. 하지만 당시는 메이저리그가 창설되기 이전의 기록이고 현대 야구와는 거리가 멀다. 귀루하는 주루 플레이까지 도루로 치는 등 규칙도 달랐다. 100도루 이상이 무려 6명이나 나왔던 이유다. 사실상 헨더슨이 역대 1위라고 해도 무방하고 실제로 그렇게 불리기도 한다.
헨더슨은 무려 12번이나 도루왕에 올랐다. 첫 도루왕은 2년차이던 1980년에, 마지막 도루왕은 20년차인 1998년에 기록했다. 2년차부터 7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으며 1년 쉬고 다시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 6년 후 마지막 도루왕을 달성하며 대도 신화를 마무리지었다. 39세 도루왕은 당연히 역대 최고령 기록이다.
그렇다고 헨더슨이 도루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타격과 선구안을 앞세워 출루에도 능했다. 당연하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루상에 나가지 못하면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산 안타 3055개로 역대 21위에 올라있으며 볼넷(2190개)은 역대 2위다.
이렇게 출루를 잘했기에 루상에만 나가면 미친 듯이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고 이를 바탕으로 통산 최다득점(2,295점)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통산 2190볼넷, 1694삼진으로 볼넷, 삼진 비율 역시 1대1을 넘는다. 무려 7차례나 한 시즌 100볼넷 이상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선구안과 참을성이 돋보였다.
타석과 루상에서 상대 투수를 괴롭히다 보면 뒷 타자들이 받는 시너지효과도 상당하다. 실제로 헨더슨을 상대하다 진이 빠진 투수를 상대로 적시타, 장타 등이 많이 나왔다. 헨더슨이 역대 최고의 리드오프 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똑딱이 유형'도 아니었다. MVP를 수상한 1990년 136경기에서 타율 0.325, 28홈런, 61타점, 출루율 0.439, OPS 1.016의 성적을 거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준수한 장타력까지 보여줬다. 앞서도 언급한 통산 297홈런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20홈런을 4차례나 기록한 것을 비롯 거포들의 상징인 OPS 1.0을 넘긴 시즌(1990년)까지 있다. 통산 선두타자 홈런 개수 또한 역대 1위(81개)다.
1989년 오클랜드, 1993년 토론토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그는 이후 당연하다시피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9년 명예의 전당 첫 투표에서 94.8%의 득표율로 곧바로 들어갔다. 이를 두고 세이버메트릭스의 창시자인 빌 제임스는 "그를 둘로 나눠도 두 사람 모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전설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커리어는 두고두고 리드오프의 전설로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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