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극장판, 스크린에 불어오는 농구열풍
기사입력 2023.02.04. 오전 01:13 최종수정 2023.02.04. 오전 01:13
강백호, 송태섭, 정대만…, 너희들은 안늙었구나
밀리언셀러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한 에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의 인기가 식을줄 모르고 있다. 2일 기준 누적 관객수 200만명(2,071,879명)을 훌쩍 넘긴 상태인데 여전한 화제성을 감안했을때 작품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분위기다.
남성들 특히 7080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는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작품은 이른바 슬램덩크 세대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으며 나이를 먹고 만화를 잊고있던 그들을 스크린 앞으로 다시 불러모았다. 고무적인 것은 여기에 더해 여성 관객과 20대 팬층의 지지 또한 적지않다는 사실이다. 셩별, 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관객수는 무려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대 역시 19%에 이른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부럽지않은 인기다. 디즈니 작품도 아닌 일본 에니메이션으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슬램덩크는 TV시리즈, 극장판 등 여러가지 형태로 에니메이션화 된바 있다. 인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번 작품처럼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어필할만큼 폭발적인 관심은 끌지못했다.
흥행 성공의 비결에는 슬램 덩크의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과 각본을 맡고 그림체 또한 원작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 등이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30~40대 남성들은 각종 문화 컨텐츠 소비 부분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고객층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슬램덩크 극장판에 대한 7080 아저씨 부대의 화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 또한 취향만 맞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고 열성 팬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다른 업종에서도 현재 상황을 유심히 살피는 이유다.
슬램덩크의 최대 매력중 하나는 작품속 등장 인물이 제각각 개성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뿜어낸다는 사실이다. 이제 갓 농구를 시작 했지만 재능 하나는 최고인 우당탕탕 주인공 강백호, 시크한 매력을 앞세운 차도남 이미지의 테크니션 서태웅,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한때 최고 유망주 불꽃 슈터 정대만, 작지만 배포 하나는 끝내주는 작은 거인 송태섭 그리고 누구보다도 농구에 진심인 모범생 킹콩 주장 채치수까지…, 슬램덩크의 기본 스토리 줄기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리고 있다.
모든 인기 작품이 그렇듯 주인공 혹은 그와 관련된 아군측이 빛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상대도 필요하다. 슬램덩크 역시 그렇다. 득점과 리딩, 패스에 모두 능한 능남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윤대협은 특유의 나이스 가이 이미지에 화려하고 멋들어진 플레이가 더해지며 이른바 골수 팬이 많은 캐릭터다.
해남의 이정환은 단단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인해 강한 남자의 상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료 신준섭은 존재감이 적은 듯 하면서도 ‘내가 감독이라면 꼭 데려오고 싶다’는 팬들이 많을 만큼 안정감 넘치는 교과서같은 슈터다. 상양 김수겸 또한 부드러운 승부사 느낌을 앞세워 매니아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중에서도 끝판왕격인 산왕공고와의 승부를 그리고 있다. 능남, 해남, 상양 등이 도내 예선에서 넘어야할 존재였다면 산왕은 전국 랭킹 1위의 초강팀이다. 아무리 북산이 쟁쟁한 상대들을 누르고 전국대회에 진출했다해도 산왕은 전력 자체에서 큰 차이가 날정도로 레벨이 다른 팀이다고 보는게 맞다.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던 북산의 최대 매력은 ‘의외성’이다. 순수하게 전력만 놓고보면 도내 강호인 능남, 해남 등에도 밀리는 편이지만 아직 완성되지않은 성장중인 팀이기에 분위기를 잘탄다. 조그만 변수에도 흔들리기도 하지만 서로가 집중하기 시작하면 전력외 힘을 발휘하기도한다.
하지만 산왕은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않고 냉철한 플레이를 펼치는 야전사령관 이명헌, 강력한 골밑 플레이에 더해 3점슛까지 가능한 괴물 센터 신현철 그리고 전국 최강 산왕의 에이스로 불리는 남자 스몰포워드 정우성 등 최고중의 최고가 모인 팀이다. 북산이 그런 산왕을 이기는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상대의 방심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의외성이 제대로 터졌던 이유가 크다.
야구 전문매체 케이비리포트 김정학(48‧서울) 편집장은 ”90년대 농구 열풍의 주역이었던 슬램덩크는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종 패러디의 소재가 되는 등 농구 만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야구 컨텐츠를 주로 생산하는 나 역시도 슬램덩크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았을 정도다. 평소 농구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도 남다른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극장판의 흥행 돌풍이 한국 농구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며 KBL이나 구단에서 이런 현상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는 말로 세대와 종목을 넘어선 컨텐츠의 힘을 설명했다.
최근 액션 웹툰 '들개'를 완결짓고 농구카툰을 연재중인 최감자(27‧충남) 작가는 슬램덩크의 전성기를 보지못한 세대다. 그렇기에 최근 극장판 슬램덩크의 화제성에 더더욱 놀랐다고 한다.
”슬램덩크의 인기를 실시간으로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대이지만 극장판 개봉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하게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슬램덩크는 스포츠 만화로서의 정점이지 않나 싶다. 작화의 표현력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캐릭터의 매력이 엄청나다, 특히 극 후반부의 산왕전은 볼 때마다 같은 만화가 입장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를 느끼고는 한다. 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전설로 회자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들어올 때 노저어라’는 말이 있다. 수년째 국내에서는 농구 인기를 살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다행스럽게도 가능성을 가득 머금은 심지가 곳곳에서 불이 당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허웅, 허훈 형제가 부친의 대를 이어 스타 파워를 보여주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현중, 여준석이 NBA입성을 목표로 고군분투중이다.
그런 가운데 1990년대 농구인기에 한몫했던 슬램덩크가 극장판을 통해 다시금 왕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개봉될 예정인 장항준 감독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같은 현상이 농구 인기 부활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출처_에스엠지홀딩스(주)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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