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김승기…, 또 다른 명장 전희철도 있다
기사입력 2023.04.20.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4.20. 오전 08:01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았던 팀은 단연 고양 캐롯이다. 정규시즌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불명예스런 관심을 컸다. 현재도 상황은 딱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정말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내내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전성현이 좋지않은 몸상태로 인해 6강 4차전부터 돌아오는 등 전반적인 전력누수가 컸던 상황에서도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썼다. 2년차 기대주 이정현이 리그 에이스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가운데 김진유, 김강선, 한호빈, 최현민 등 경쟁팀들같으면 크게 중용되지 않을 수도 있던 선수들이 전면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감동 캐롯’, ‘미라클 캐롯’ 등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록 KGC와의 엄청난 전력차를 극복하지못하고 1승 3패로 고배를 마셨지만 누구도 캐롯을 패배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3차전 당시 KGC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등 체력만 어느정도 받쳐줬다면 대 이변도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승기 감독 얘기도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강팀 KGC를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평가를 받던 상태에서 캐롯발 돌풍까지 이끌어내며 명장으로서의 위용을 떨치고있는 모습이다. 최인선, 신선우, 유재학 등이 소환할 정도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농구 팬들 사이에서 김감독의 인기는 어지간한 현역 스타플레이어 못지않다.
SK 전희철 감독도 빼먹으면 서운한 명장 후보중 한명이다. 워낙 김승기 감독과 캐롯에게 많은 관심이 몰려서 그렇지 전 감독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명장으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1년차였던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만들어내더니 올시즌 또 다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통합 우승 당시만해도 전임 문경은 감독이 만들어 놓은 큰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지라 잘 만들어진 팀덕을 받았다는 얘기도 많았다. 실제로 김선형, 안영준, 최준용 등은 문경은 감독시절 성장한 선수들이며 자밀 워니도 그때 뽑았다. SK시절 함께 뛰었던 당시 그랬던 것처럼 문감독의 그림자는 한없이 커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안영준의 군입대, 최준용의 부상 등으로 토종 빅3가 가동되지 못했다. 김선형까지 1살 더 먹었다는 점에서 상위권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시즌 초 하위권에 머물며 챔피언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전감독은 이같은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최준용의 정상가동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김선형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고 최부경의 활용폭도 대폭 넓혔다. 그 결과 중반 이후 무섭게 치고나가며 정규시즌 끝까지 LG와 2위 싸움을 벌였다. 아쉽게 3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전주 KCC와의 6강전, 창원 LG와의 4강전을 전승으로 장식하며 빠르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는 안영준, 최준용없이도 우승이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평가다. 이전 강팀들로 비교하자면 기아자동차 시절 허재가 강동희, 김유택없이, KCC 전신 현대 시절 이상민이 조성원, 추승균없이, KCC 시절 전태풍이 하승진, 강병현없이 결승전에 진출한 격이다.
여기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MVP를 받은 김선형의 놀라운 활약과 득점력에 물이 오른 워니 그리고 최부경의 부활 등이 핵심요소로 작용했지만 어쨌거나 해당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고 시즌을 치러나가고 있는 이는 전 감독이다. 시즌이 끝난 후도 아닌 시즌 중에 팀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만약 올시즌마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만들어낸다면 강팀 후광효과는 물론 문 감독에 관한 얘기도 상당 부분 사라질듯 하다. 감독 취임 2년만에 통합우승 포함 2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역대 명장 대열에 이름을 올린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진다. 김선형의 시대가 조금더 이어지고 워니, 안영준, 최준용 등 기존 멤버들이 건강한 몸으로 뛸 수 있다면 ‘전희철 왕조’도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다. 코치생활로만 10년을 보낸 준비된 감독 전희철의 전성기는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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