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에 갇힌 KCC, 예고된 난항?
기사입력 2022.11.04. 오전 08:01 최종수정 2022.11.04. 오전 08:01
전주 KCC가 위기다. 비시즌간 최대어로 꼽히던 허웅과 이승현을 영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기저기 구멍투성이다. 무적함대로 기대를 모았던 이지스함은 내구력, 기동성, 화력 등 어느것 하나 강점을 보이지 못한채 상대측 함선과의 화력 대결에서 번번히 패퇴하고 있다.
전투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않은 상태인지라 빠르게 몰아치는 폭격기의 기관총, 폭탄 세례나 예상치못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번번이 치명타를 입고 자존심을 구기는 모습이다. 힘과 경험많은 일등 항해사가 둘이나 있고 검증받은 명사수와 차세대 저격수가 함께 쌍포를 구축하고있으나 상대편을 항복시키기에는 한끝이 모자라다. 잘 싸워놓고도 마지막에 고개를 떨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KCC는 7경기에서 2승 5패(승률 0.286)로 최하위(공동 8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반등 요소가 보이지않고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상태인지라 앞으로 행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적도 잡지 못하는 가운데 이승현, 허웅 등의 부상투혼이 이어지고 있어 팬들의 우려가 깊어지고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승현, 허웅을 잡은 것에 취해 전력 구성에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었냐?’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FA 대어를 둘이나 잡은 것은 분명 통 큰 행보였다. 하지만 농구는 팀 스포츠다. 코트에서 뛰는 다섯명의 조합이 제대로 돌아가야 각 선수들이 자신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고 장기레이스의 특성상 백업 멤버도 뒤를 잘 받쳐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KCC는 들어온 전력 못지않게 나간 전력에 대한 대비가 아쉬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승현, 허웅만 잡았다고 될게 아닌 에이스 송교창의 군입대, 핸들러 이정현, 유현준 등의 공백을 생각했어야 했다. 라건아의 기량 역시 해마다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양치기 소년’ 전력이 있는 타일러 데이비스를 너무 믿었다.
결국 부랴부랴 론대 홀리스-제퍼슨을 데려왔지만 그는 현재 KCC 상황과 맞지않는 외국인선수다는 평가다. 분명 장점은 갖추고 있지만 프레임이 얇은 스윙맨 스타일인지라 골밑이 강하지 못하고 평균 신장도 낮은 KCC와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 그로인해 라건아의 과부하만 지속되는 모습이다. 싫든 좋든 라건아와는 다음 시즌에도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양적으로만 많고 활용도 낮은 가드 포지션이다. KCC는 등록된 팀내 선수중 절반 가량인 10명이 가드에 몰려있다. 지나칠 정도로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과거 가드 왕국 시절의 삼성 등처럼 활용가치만 높다면 별반 상관없다. 문제는 그냥 양적으로만 많다는 점이다. 정창영, 허웅을 제외하고는 안정된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
송동훈, 김동현 등은 아직 기대주일 뿐이며 박경상은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주전 1번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지완 또한 경기력의 부침이 많은 편인데 그것은 차치하고 이런저런 잔부상으로 인해 결장이 너무 잦다. 김지완과 더불어 가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베테랑 유병훈은 무슨 이유인지 경기에 나서는 자체를 보기 힘들어진지 오래다. 나머지 선수들 같은 경우 자리만 차지하고있는 형국이다.
현재 KCC 가드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볼 핸들러가 없다는 부분이다. 허웅, 정창영, 이승현, 이근휘 등은 볼없는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이다. 수준급 볼 핸들러만 있다면 팀플레이의 조각으로 높은 시너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핸들러 쪽에서 문제가 생기다보니 허웅, 정창영, 이승현 등이 상당 부분 역할을 나눠서하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본인들의 강점 조차 온전히 발휘하기도 힘들거니와 이래저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총과 총알은 준비되어 있는데 목표물을 타격할 망원경이 빠진 형국이다.
최근 몇시즌간 KCC 가드진의 가장 큰 약점은 앞선 수비였다. 단신이 태반인 상태서 활동량도 높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공격력 좋은 상대 가드 입장에서는 대놓고 타격에 들어간다. 부진하다가도 KCC만 만나면 에이스 모드로 부활하기 일쑤다. 앞선 수비의 주범(?)으로 꼽혔던 이정현, 유현준이 없어도 약점은 그대로다. 외려 그들의 공백으로 인해 핸들러 약점만 추가됐다.
이는 올시즌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필리핀 가드 이선 알바노를 데려와 앞선 보강에 성공한 DB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허웅은 현재가 전성기다. 다방면으로 능한 전천후 슈터로 평가받고있지만 무엇보다 볼없는 움직임이 좋은지라 리딩, 볼운반 부담 등을 덜어주고 잘하는 것만 집중하게하면 현재보다도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공산이 높다. 반면 DB는 허웅을 놓치고 사용법이 어렵다는 두경민을 데려왔어도 알바노와의 조합을 통해 시너지 넘치는 앞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어차피 농구는 선수가 한다’ 프로농구 역사에서 명장으로 손꼽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전창진 감독이 아무리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지도자라 해도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못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앞선수비, 핸들러 부재, 구멍 뚫린 스윙맨 포지션, 불안전한 외국인선수, 얇은 선수층 등 차고 넘치는 약점 속에서 자신의 농구를 펼치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선수 구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본인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당초 송교창이 합류하는 다음 시즌까지 내다 보고 운영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심각한 전력 불균형 상태로 일부 스타급 선수들에 의지해 성적을 내려했다면 오산이다. 일부선수들의 개인 능력으로 이변을 일으키는 방식은 단기전은 몰라도 정규리그 장기레이스에서는 힘들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핵심 선수들의 희생을 담보로한 1승보다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진짜 다음 시즌부터 대반격을 노린다면 올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이승현, 허웅, 정창영 등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시즌은 아직 끝나지않았다. 외국인선수의 교체 및 각성, 젊은 선수들의 성장 등 변수는 남아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상황만큼은 피해야한다는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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