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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외인의 가치를 끌어올렸던 성실했던 모범생

농구/외국인열전

by 멍뭉큐라덕션 2023. 7. 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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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외인의 가치를 끌어올렸던 성실했던 모범생

기사입력 2023.07.13. 오후 12:58 최종수정 2023.07.13. 오후 12:58

KBL 외국인선수 열전③ 에릭 이버츠(하)

흔치않은 백인 외국인선수인데다 7개 구단에서 뽑고 남은 자원이라는 점에서 에릭 이버츠(49‧198cm)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은 많지않았다. 다만 뒤늦게 8구단으로 가세한 나산의 성적이 지나치게 부진하면 어쩌나하는 우려의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산은 실업 기업은행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던지라 나래와 함께 약체로 평가됐다.

‘날다람쥐’, ‘이동미사일’등의 별명으로 불리고있던 슈터 김상식, 스트레치형 언더사이즈 빅맨 이민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명에 가까웠다. 그런만큼 외국인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버츠가 평균치도 못해줄 경우 어려울 상황에 처할 공산도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대학시절 팀내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이버츠에게 검증이나 적응은 불필요했다. 운동능력 등으로 승부하는 선수였다면 조금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르겠지만 높은 BQ와 안정적인 슈팅능력을 앞세운 플레이 스타일은 뚜껑을 열기 무섭게 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뷔전이었던 1997년 2월 4일 수원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에서 무려 52득점을 폭발시키면서 지켜보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외국인선수 포함 한경기 50득점 이상 기록은 그가 처음이었다. 결국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규시즌에서 평균 32.2득점(전체 2위, 1위와 총득점 1점차이), 11.1리바운드(3위), 1.14블록슛(4위), 2.3스틸을 기록하며 소속팀이 예상을 깨고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낸다.

비운의 용병? 평탄하지않았던 KBL에서의 행보

이버츠는 KBL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7개 구단의 지명을 받지못한 채 특별 지명을 통해 끝자락에 겨우 들어와 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중 한명으로 우뚝섰다. 어찌보면 ‘KBL판 신데렐라’의 탄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비운의 용병’이라는 수식어처럼 이버츠의 KBL 커리어는 결국 순탄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석연치않은 이유로 인해 재계약에 실패했고 이후 구단간의 담합으로 인해 트라이아웃에서 조차 탈락하고 만다. 어떤 면에서는 KBL이 싫어질 수도 있었겠으나 이버츠의 마음은 그렇지않았다. 1998년 트라이아웃에도 신청을 한 것이다. 나산에서도 이버츠의 신청을 반겼다. 이전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로 인해 팬과 여론으로부터 적지않은 비난을 받았던 그들인지라 이버츠가 신청만하면 무조건 뽑는다는 방침을 세워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교통사고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게된 것이었다. 이래저래 서로 엇갈리기만하던 KBL과 이버츠였다. 하지만 이버츠와 친정팀 나산은 포기(?)하지않았다. 이버츠는 1999년 트라이아웃에도 참가를 했고 이에 나산을 인수한 골드뱅크는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그를 지명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살짝 말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팀들이 탐내는 최대어 외국인선수 로렌조 홀(50‧200cm)을 패스하면서까지 이버츠를 뽑을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었다. 당시 홀은 듬직한 체격에 더해 엄청난 파워와 운동능력을 과시하며 'KBL판 샤크 혹은 센터판 맥도웰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있던 파워 센터였다.

하지만 골드뱅크(나산)는 이버츠에게 빚이 있었고,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만 있을 뿐 이버츠 또한 홀 못지않은 성적을 만들어내면서 팀에 공헌했던지라 납득못할 지명까지는 아니었다. 특히 시즌 중반 S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현주엽(48‧195cm)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순위판도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로인해 '믿고 쓰는 이버츠'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는 후문이다.

 

현주엽? 조성원? 누구와도 척척!

당시 현주엽-이버츠 콤비는 상대팀들 입장에서 상당히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외인득점원과 콤비로 호흡을 맞추는 대부분 토종 선수는 대부분 가드 그것도 포인트가드였다. 그런 상황에서 3~4번 빅포워드 유형의 플레이어가 4~5번을 오가는 외국인선수와 주거니 받거니 시너지를 냈던지라 수비적인 대처도 쉽지않았다.

좋은 체격과 파워에서 강점이 있던 현주엽은 프로에서는 아마시절의 이름값만큼 커리어를 남기지는 못했다. 인상적으로 잘한 시절을 꼽으라면 포인트 포워드로서 자신의 장점을 살렸던 때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준 선수가 바로 이버츠였다. 위치에 상관없이 일단 넣어주기만하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줬던지라 패스를 주는 현주엽 입장에서도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군대에 있던 시절 자신이 제대할 때까지 이버츠를 꼭 붙잡아달라고 구단에 얘기했을 정도다. 이때 재미를 들린 현주엽의 패스 놀이는 이후 게이브 미나케, 애런 맥기로까지 이어지게된다. 사실 당시 기준으로 현주엽이 포지션 대비 패스를 잘하는 축에 속하기는 했지만 부진한 선수를 살려주거나 전체 게임의 흐름을 좌우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외려 가드의 플레이를 죽이고 있다는 혹평도 적지않았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패스도 어시스트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해결 능력이 탁월했던 이버츠는 그 자체로 정말 특별한 선수였다. 팀 구성원, 팀 컬러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특유의 센스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해나갔다. 이는 공격 농구로 유명했던 김태환 감독의 창원 LG시절을 통해 제대로 입증됐다.

LG는 이전에 뛰었던 골드뱅크(전 나산)와는 색깔이 또 달랐다. 전 선수가 부지런히 뛰고 또 뛰는 런앤건 스타일을 앞세웠으며 찬스가 나며 과감하게 3점슛을 쏘고 또 쏘았다. 그러한 농구의 중심에 이른바 ‘조조이 트리오(조성원, 조우현, 이버츠)’가 있었다. 포워드 출신 조우현(47‧190cm)이 장신 1번으로서 볼운반 및 3번째 슈터 역할을 담당하고 조성원(52‧179cm)과 이버츠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찬스가 났다하면 망설이지않고 공격에 들어갔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지만 LG의 시원했던 공격 농구는 당시에도 인기를 끈 것을 넘어 지금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보는 이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주었다는 후문이다. 이버츠의 KBL에서의 마지막 불꽃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코리아텐더 푸르미(전 골드뱅크)와 함께 불타올랐다.

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끌었던 농구팀은 단연 데이원이다. 아쉽게도 좋지않은 경영 상태와 그로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일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데 당시 모기업이 부도를 맞은 코리아텐더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물론 코리아텐더는 간혹 밀릴 때가 있어서 그렇지 월급만큼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활환경은 농구단이라고 믿기지않을 만큼 열악했던 것을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버츠와 안드레 페리(53‧196cm)는 타팀 외국인 조합에 밀리지않는 경기력으로 헝그리 돌풍을 주도했다. 이버츠가 주득점원으로 활약한 가운데 페리가 언더사이즈 빅맨으로서 포스트를 잘 지켜줬다. 2002~03시즌에는 6강에서 강호 서울 삼성을 누르고 4강까지 진출하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때가 이버츠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해당 시즌을 마지막으로 이버츠는 재계약을 거부하고 한국을 떠났다.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다는 것과 함께 부인이 북핵 문제로 인한 전쟁발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는 부분도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이버츠가 밸런스가 좋은 강팀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의 의견도 있다. 이버츠는 내외곽을 오가며 영리하게 득점할 수 있는 기복없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하지만 본래 빅맨 출신이 아닌데다 운동능력도 좋지않아 골밑 장악력 부분에서 지적을 받아왔고 본인보다 사이즈가 크고 빠른 선수가 수비할 경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노출했다.

워낙 영리해서 알아서 잘 득점을 올리기도 했으나 이른바 떠먹여 주는 수준의 빼어난 포인트가드와 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다. 포스트 수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건실한 토종 빅맨과도 함께 해보지 못했다. 동료의 득점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플레이에 능한 주희정과 강혁, 공수에서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이규섭, 서장훈의 삼성에서 뛰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이유다.

어쨌거나 이버츠는 적지않은 기간동안 KBL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인성, 매너적인 부분에서도 나무랄데없었다. 행보는 나름 고단했지만 코트 안에서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통해 팬들에게는 편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때문에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적지않은 팬들은 백인 외국인선수하면 이버츠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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