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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다음 시즌에도 ‘최고의 화살’은 여전할까?

농구/NBA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8. 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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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다음 시즌에도 ‘최고의 화살’은 여전할까?

기사입력 2023.08.14. 오전 08:31 최종수정 2023.08.14. 오전 08:31

올시즌 NBA 최고의 팀은 단연 덴버 너게츠였다. 정규시즌을 53승 29패(승률 0.646)로 마무리지으며 서부 컨퍼런스 우승, 전체 4위로 마칠때까지만해도 그들이 파이널까지 접수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정규시즌 성적은 분명 좋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 동부에서 셋이나 될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먹는다'는 말처럼 플레이오프에 강한 팀은 따로있다는 것이 팬과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덴버는 1967년 창단한 이래 올시즌 전까지 우승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통산 10번의 디비전 우승이 경력의 전부였으며 파이널 우승은 커녕 컨퍼런스 우승 경력조차 없었다.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철저하게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 덴버의 우승이 쉽게 그려지지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1순위로 지명한 니콜라 요키치(28‧211cm)라는 세르비아 출신 백인 센터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드디어 팀 경력에 컨퍼런스 우승을 추가하더니 기세를 몰아 단숨에 파이널까지 접수해버렸다.

덴버하면 떠오르는 약체 이미지는 더 이상 없다. 당연스럽게도 다음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다. 가장 최근에 우승을 경험해본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잇는 새로운 왕조가 탄생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올시즌 최고의 팀이며, 최고의 선수 또한 덴버의 간판스타 요키치라고 하는게 맞다.

요키치에게 워낙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서 그렇지 덴버 우승에는 많은 선수들이 함께 했다. 팀스포츠의 특성상 아무리 날고뛰는 슈퍼맨이 있어도 손발이 잘맞는 동료들이 같이 활약해주지않으면 우승은 쉽지않다. 덴버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요키치에 더해 애런 고든(28‧203cm), 마이클 포터 주니어(25‧208cm),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30‧196cm), 브루스 브라운(27‧193cm) 등 다수의 선수가 제 몫을 톡톡히 해주며 우승에 일조했다.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1순위로 지명한 크리스천 브라운(22‧198cm)이 파이널 무대서 깜짝 활약을 펼치는 등 대다수 우승팀이 그렇듯 ‘우주의 기운이 한곳으로 몰리는 느낌’까지 풍겼다. 사실 덴버의 우승이 낳은 깜짝 스타는 따로 있다. 지난달 1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있었던 2023 ESPY 어워드에서 베스트 컴백상을 수상한 ‘푸른 화살’ 자말 머레이(26‧193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키치같은 경우 그전까지 우승만 안했다뿐이지 이미 최고의 플레이어였다. 2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수상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시즌 또한 유력한 MVP후보로 꼽힌 바 있다. 머레이같은 경우는 다르다. 2016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되었을만큼 재능은 인정받은 선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며 무엇보다 꽤 긴시간동안 부상으로 역할을 못해주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우승공신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요키치와 머레이는 잘맞는 콤비다. 둘다 전형적인 1번, 5번과는 조금 다른 유형인데 서로간에는 바로 그점 때문에 더욱 시너지가 높이 발생한다는 평가다. 머레이는 팀에서 1번을 맡고있지만 안정적인 유형의 야전사령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시야, 패싱센스가 나쁘다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수준도 아니다. 거기에 플레이의 기복도 심하다.

포인트가드에 대한 비중이 큰 팀같으면 주전으로서는 많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머레이가 팀의 1번으로 뛰는 팀은 바로 덴버이고, 그곳의 리딩을 맡고있는 메인 볼 핸들러는 센터인 요키치다. 다들 잘알다시피 특별할 것도 없다. 그냥 요키치가 포지션만 센터일뿐 어지간한 상위클래스 퓨어 포인트가드 이상으로 패싱플레이를 잘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포인트 센터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사실은 그냥 포인트가드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정도다. 때문에 머레이는 포인트가드로서의 부담을 덜고 세컨 볼 핸들러를 소화중이다. 주전 1번으로서 살짝 아쉬울 뿐이지 제 2옵션으로서 보조리딩, 득점지원을 하게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머레이만한 자원도 없다.

요키치의 존재로 인해 활동폭이 넓어진 머레이는 자신의 장점을 한껏 살려 팀에 공헌했다. 듀얼가드인 머레이는 공격력에 강점이 있다. 빼어난 운동능력에 더해 다양한 공격스킬을 가지고있는지라 전천후로 상대 수비진을 폭격할 수 있는 테크니션이다. 체력까지 좋아 경기내내 에너지레벨을 유지한다.

어디 그뿐인가. 오프 더 볼 무브에 강점이 있어 조직농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패싱센스는 좋지만 주력은 빠르지않은 요키치가 반길만한 유형이다. 날렵하고 부지런하게 이곳저곳을 누비고 돌아다니느라 패스를 주고받기 좋다. 요키치가 궁수라면 머레이는 화살이라고 할 수 있다.

머레이는 2년전 농구 인생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 2021년 4월 14일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 부상으로 2022년 10월 19일까지 1년 반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2021~22 시즌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부상을 당했던 당시 심각성을 인지한 머레이는 마이크 말론 감독에게 "저를 트레이드 할건가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만큼 실의에 빠져있는 시기였다. 다행히 팀은 머레이를 안심시켜주었고 수술후 재활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10월 복귀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팀내 2옵션으로서 파이널 우승에 일조했다. 파이널 5경기에서 평균 21.4득점 10어시스트로 펄펄날았는데 괴물같은 기록의 요키치가 아니었다면 파이널 MVP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기복이 머레이의 단점이라면 폭발력은 머레이의 장점이다. 더불어 그런 폭발력을 더욱 빛나게 해준 것은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 모드다. 머레이는 이전부터 정규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강했다. 그냥 강한 정도가 아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버린다.

머레이는 이제껏 치른 정규시즌에서 평균 16.9득점을 기록했다. 나쁘지는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는 25득점을 쏟아냈으며 야투성공률도 더 높다. 중압감이 큰 플레이오프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상당수 스타들과 비교해 괴랄할 정도의 기록이다. 시야, 패싱플레이 등 포인트가드 본연의 역할도 훨씬 더 잘 수행한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다’는 평가가 전혀 무리가 없는 선수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20경기를 뛰며 26.1득점, 5.7리바운드, 7.1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요키치라는 사기 캐릭터가 버티고 있어서 그렇지 머레이 역시 한팀의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성적을 만들어냈다. 머레이같이 큰 무대에서 냉정하게 미쳐주는 선수가 있었기에 요키치 또한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날릴때만해도 거액의 5년 계약은 먹튀를 만드는가 싶었지만 우승의 중심축으로 우뚝서며 그간의 빚을 제대로 청산한 상태다. 무엇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덴버는 이번 시즌 우승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는 팀인지라 머레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음시즌에도 요키치의 활이 코트 구석구석을 겨냥하는 가운데 머레이라는 화살이 어디든지 날아가 박힐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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