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봐? NO! 서로를 봐야 강팀이다
기사입력 2023.11.22. 오전 07:31 최종수정 2023.11.22. 오전 07:31
성적이 안 좋은 팀들 같은 경우 특정 선수에게 볼 소유나 공격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 누구의 이름이 붙은 ‘ㅇㅇGO’식의 전술이 남발되면 해당 팀은 결국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과거 창원 LG의 버나드 블런트, 대구 오리온스의 피트 마이클, 전주 KCC 안드레 에밋 등은 하나같이 공격력 만큼은 특급이었다. 대놓고 일대일을 시도해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아무리 대단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그 선수 위주의 공격일변도가 반복되다 보면 상대 팀에서도 적응한다. 맞춤형 수비전략이나 맞불 공격 아니면 차라리 줄 것은 줘버리고 다른 선수를 막는 식으로 대응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최소 이 선수들이 공격할 때 도움 수비를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라도 다른 선수들이 지원사격을 해줘야 한다.
실제로 블런트, 마이클, 에밋은 정규시즌에서 펄펄 날았던 것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불리는 고 크리스 윌리엄스나 자레드 설린저는 달랐다. 출중한 공격력에 더해 최상급 리딩, 패싱능력까지 겸비했다. 수비가 강하다 싶으면 무리하지 않고 패스를 돌렸고, 때로는 상대 수비에 혼선을 주기 위홰서라도 패싱 플레이를 즐겼다.
덕분에 윌리엄스의 현대모비스나 설린저의 KGC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윌리엄스 덕분에 양동근이 알을 까고 패싱 플레이에 눈을 떴고 설린저와 함께 안양의 팀플레이는 절정을 달렸다. 둘 다 본인도 잘하면서 동료의 찬스까지 잘 봐줬다. 올시즌 잘 나가는 원주 DB가 딱 그렇다.
새로이 합류한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6‧201cm)은 멤버는 좋은데 조화가 안된다는 혹평을 받고 있던 DB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빼어난 기량을 지닌 외국인선수의 상당수는 자신의 팀내 영향력을 과신하고 독단적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로슨은 다르다. 무리하지 않고 찬스가 오면 차분하게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펴 거기에 맞는 움직임을 보인다.
거기에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26‧185cm)까지 있다. 다양하게 볼이 잘 돌 수밖에 없다. 반사효과로 골밑의 김종규(32‧206.3cm)와 강상재(29‧200cm)에 외곽의 김영현(32‧186cm), 최승욱(30‧192.3cm), 서민수(30‧196.2cm), 박인웅(23‧190cm)까지 다양한 공격패턴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꼭 외국인선수가 패스에 능하지 않더라도 팀플레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고 그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옵션도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 선수들 또한 외국인선수에게만 의지하기보다는 찬스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슛을 던지는 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볼을 잡고 외국인선수만 찾을게 아닌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나 분위기를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시즌 SK같은 경우 핵심 주전인 안영준, 최준용이 빠졌음에도 외국인선수와 국내 선수간 원활한 호흡을 통해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자밀 워니(29‧199cm)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득점머신이다. ‘잡으면 한골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페인트존 근처에서는 극강의 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SK는 워니에게만 의지하지는 않았다. 워니가 주포인 것은 맞지만 김선형(34‧187cm) 또한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며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최부경(33‧200cm)은 포스트 부근에서 워니와 김선형의 어시스트를 득점으로 잘 연결시켜 줬고 외곽에서는 허일영(37‧195cm)이 중심을 잡아줬다.
활발한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정신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빠른 팀, 강력한 빅맨 혹은 다수의 장신자를 앞세운 높이의 팀, 혹은 여기저기서 슛을 날리며 원거리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흐름을 무너뜨리는 양궁 팀 등…, 이도저도 아닌 팀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팀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팀은 볼이 잘 도는 팀이다. 역대로 볼이 잘 도는 팀 중에 약체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한 DB가 그렇고, NBA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네게츠 또한 그런 농구를 통해 지난 시즌 파이널을 접수했다. 제 아무리 대단한 강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볼이 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샤킬 오닐같은 센터에게 제 타이밍에서 패스가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슈터들에게 이른바 죽은볼이 난무해서 폭탄 던지기가 거듭된다면 정상적인 화력은 작동되기 어렵다.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속공시에도 그저 빠르게만 달린다고 상수가 아니다. 정확하게 패스가 이어지고 잘 받아내야만 스피드가 위력을 떨칠 수 있다.
농구 전술은 ‘어떻게 하면 볼이 잘 돌 수 있을까?’를 연구하면서 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농구의 트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스페이싱, 3점슛 농구도 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볼을 돌림으로서 상대 수비진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크다. 아무리 기동성이 좋고 운동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제때 제때 연결되는 볼보다 빠를 수는 없다.
적지않은 시간 동안 퓨어 포인트가드가 각광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시야 넓고 영리하고 패스에 능한 기술자가 있으면 해당팀은 당연히 볼이 잘 돌아간다. 최근에는 니콜라 요키치, 드레이먼드 그린처럼 바깥이 아닌 포스트 인근 혹은 내외곽을 오가며 리딩이나 패싱게임을 분할 혹은 담당하는 컨트롤타워형 플레이어도 늘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포인트가드에게만 리딩을 의지하는 것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대신 그 역할을 하던가 아니면 팀 전체가 함께 패싱게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런 팀은 1번이 압박을 당해도 볼이 돌아가는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딩보다 공격에 강점이 큰 야전사령관은 저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유형이 더 많을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다.
결국 농구는 우리 팀은 볼이 잘 돌게, 상대팀은 볼이 못 돌게 만들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나만 보는 것이 아닌 서로를 봐야 강팀인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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