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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여자 농구부의 '즐거운 농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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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뭉큐라덕션 2023. 12. 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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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여자 농구부의 '즐거운 농구생활'

기사입력 2023.11.30. 오전 08:31 최종수정 2023.11.30. 오전 08:31

WKBL이 파견한 이종애 코치 부임후 탄탄한 팀으로 변모

 
 

서울대하면 무슨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열에 아홉은 공부부터 언급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겠지만 일단 서울대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공부 하나는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운동이라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대가 공부에 특화된 대학교라는 점도 그렇고, 학교 측에서도 딱히 운동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른바 ‘SKY’로 함께 거론되면서도 따로 엘리트 스포츠를 운영하는 연세대, 고려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하지만 서울대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많다. 엘리트 스포츠를 하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각 종목에 걸쳐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대 여자 동아리농구팀 ‘썬’도 그중 하나다. 비록 엘리트 선수들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농구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며 승부욕도 강한 선수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의 훈련이나 경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서울대생은 공부만 잘한다’는 편견은 금세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공부든 운동이든 내가 선택했고 좋아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썬은 지난해 6월을 계기로 확 달라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미쓰비(연세대)에게 12대50으로 대패하는 등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승부욕은 끓어 넘쳤지만 체계적인 훈련 부재, 모래알 팀워크, 자신감 하락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지도자가 없다보니 각자가 개인플레이로 따로 놀았고 선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성적 또한 시원치 않았다. 주당 3번씩, 한번에 3시간씩 훈련을 했지만 내용이 부실했다는 평가다. 뭐든지 1등을 하지 못하면 성에 차지 않는 서울대생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서 시작한 농구 생활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던 이유다.

그랬던 썬에 새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6월부터였다. 그냥 코치도 아니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WKBL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으며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랜시간 동안 많은 활약을 펼쳐온 ‘블록슛의 여왕’ 이종애(48‧187cm)가 지도자로 합류했다.

이 코치는 WKBL이 대학여자동아리 지원을 위해 파견된 지도자다.


일정기간 동안은 월급이 나왔지만 현재는 기간이 끝나서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코치는 여전히 썬과 함께하고 있다. 외려 필요한 부분은 사비를 들이기도 한다. 코치로서 밥 등을 사주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시합을 나가게 되면 숙소부터 차량 등 이동수단까지 이코치가 해결할 때가 많다. 아는 인맥, 지인들까지 총동원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월급을 받지 못하고 사비가 들어가고 그런 부분 등은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고있는 것이니까요. 엘리트 선수들 같은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 부분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편이에요. 반면 이곳 아이들은 나날이 성장하는게 바로바로 보여요. 그런 것에서 오는 기쁨도 크답니다.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해도 농구에 대한 사랑은 어느 선수들 못지않아요. 열정만큼은 엘리트 선수들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함께할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함께 즐거운 농구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당연한 얘기겠으나 스포츠에서 지도자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코치가 부임한 후 썬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5개월 후 있었던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클럽챔피언십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미쓰비(연세대)를 46-37로 꺾었는데 이는 양팀간 맞대결에서 썬이 거둔 첫 승리였던지라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전해 결승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미쓰비가 코로나로 기권한 탓에 어부지리라는 말이 나왔던바 있다. 여자농구계의 전설이 자신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선수들은 큰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코치 또한 기본기 위주의 맞춤형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선수들 역시 의욕이 넘쳤던지라 출석율이 90%를 넘어갔다고 한다.

타학교같은 경우 체육학과 출신이 많다. 반면 썬은 오히려 대부분 비 체육학과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조소과, 수학교육과, 자유전공학부, 심리학과, 약학과 등 다양하다. 신장도 평범하다. 큰 선수가 175cm정도다. 아예 운동을 안해본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신입 부원같은 경우 농구공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아예 처음부터 배워가기 일쑤다.

농구머리와 공부머리는 다르다. 머리좋은 서울대생들이라는 점에서 전술 등을 금세 숙지하고 응용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영역인지라 하나의 패턴을 익히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머리뿐 아니라 몸도 같이 움직여줘야 하고 응용 등에 있어서는 경험도 필요하다. 프로선수 출신으로서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코치는 초보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돌풍이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는 조금 주춤하다. 1차 대회 4강, 2차 대회 우승으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으나 파이널 8강전에서 이화여대에게 패하고 말았다. 주전으로 활약했던 졸업생 4명의 공백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코치는 걱정하지 않는다. ‘뿌리가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썬 자체가 강해지고 있는 상태인지라 현재있는 선수들에게 경험이 쌓이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서울대 여자농구부와 이코치의 즐거운 농구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종애 서울대 여자농구부 코치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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