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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 나마유나스(사진 왼쪽)는 무겁고 예리한 정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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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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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2017년까지 UFC 여성 스트로급은 요안나 예드제칙(37·폴란드)의 세상이었다. 2015년 3월 15일 UFC 185대회서 1대 챔피언 카를라 에스파르자를 샌드백처럼 두들기며 스탠딩 KO시키면서 2대 챔피언에 등극했던 그는 이후 제시카 페네, 발레리 레토뉴, 클라우디아 가델라,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 제시카 안드라지를 연달아 잡아내며 5차 방어전까지 성공했다.
워낙 경기력이 기복없고 안정적이었던지라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이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를 대표하는 특징은 타격 볼륨과 체력이었다. 경기내내 쉴새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이면서 타격을 냈는데, 많이 낸만큼 적중도 많이 시켰다. 타격 파워는 다소 가벼운 편이었다. 그렇게 많이 때렸음에도 대부분 경기가 판정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른바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상대를 때린다. 경기 초반부터 막판까지 쉬지않고 풀엑셀을 밟을 수 있는지라 중반 정도까지 오면 대부분 상대를 타격 유효타에서 압도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 선수는 마음이 급해진다. 점수에서 밀리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리한 그는 이를 이용해 무리하지 않고 잔타격 위주로 플레이하고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예드제칙 천하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로즈 나마유나스(32·미국)였다.
어설픈 연타보다 확실한 한방, 볼륨을 잡아먹은 효율
2차례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왕권을 바꿔버렸다. 2017년 11월 UFC 217서 6차 방어전 상대로 나마유나스가 나설 때까지만 해도 예드제칙의 싱거운 완승이 예상됐다. 나마유나스는 예드제칙에게 완패한 아스파르자에게 패했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승부는 완전히 예상 밖으로 돌아갔다. 예드제칙 특유의 부지런한 파이팅 스타일은 나마유나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결국 사상 첫 패배를 당하게 된다. 이어진 2차전에서도 승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체급 내 많은 이들에게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예드제칙이 나마유나스에게 패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른바 타격 파워의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예드제칙은 많이 때리는 방식으로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볼륨 타격가다. 나마유나스는 이를 효율로 상대했다. 타격 파워에서 자신이 앞서는지라 예드제칙이 잔펀치를 내면 가드를 굳히고 웅크리기보다는 그 타이밍에서 더 강한 펀치를 냈다. 어설프게 2~3대 맞더라도 확실하게 1대를 맞췄다.
이는 예드제칙의 경기플랜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처럼 예드제칙 쪽의 손해가 더 컸다. 데미지는 물론 포인트 싸움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타격파워가 경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나게한 한판이었다. 이후 한동안 체급을 지배했던 나마유나스는 2023년 6월 플라이급으로 월장을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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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 블랜치필드(사진 왼쪽)가 로즈 나마유나스에게 하이킥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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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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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체급의 위엄, 승패 가른 파워 차이
'체급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파워, 맷집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본래체급에서 통하던 힘이 상위체급 선수들을 상대로는 먹히지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타격, 그래플링 모든 쪽에 영향을 준다.
제대로 맞추면 큰 충격을 받거나 쓰러지던 상대들이 자신의 타격을 맷집으로 버티는 경우가 생겨나며 몸싸움 과정에서 느껴지는 격차 역시 달라지게 된다. 반면 자신이 느끼는 상대의 타격 파워나 그래플링 압박은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유발시켜 쉽게 지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선수들이 월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다. 나마유나스 또한 월장 첫 경기에서 마농 피오로(34·프랑스)로에게 만장일치 판정패하며 상위체급의 혹독함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체급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클래스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연승에 성공한다. 그리고 지난 3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 로저스 플레이스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모레노 vs 알바지'대회서 기회를 잡았다.
나마유나스는 코메인 이벤트에서 플라이급 랭킹 3위 에린 블랜치필드(25·미국)와 격돌했다. 이경기마저 이긴다면 챔피언 타이틀전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결과는 역전 판정패(48-47, 48-47, 48-47)였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경기 초반 우위를 잡았으나 상위 체급에 익숙한 파이터와의 파워 차이를 극복하지못하고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블랜치필드는 경기 초반 태권도 검은띠 나마유나스의 활발한 사이드 스텝과 타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2라운드에 특기인 테이크다운마저 되치기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더 큰 사이즈를 바탕으로 압박한 끝에 역전에 성공했다.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나마유나스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펀치는 블랜치필드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
나마유나스는 블랜치필드가 아무렇지 않게 맞으면서 계속 밀고 들어오자 3라운드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결국 뒤로 밀리며 먼저 테이크다운을 걸었다가 되치기 당하며 그라운드에 깔렸다. 역전의 신호탄이었다. 이후부턴 블랜치필드가 부지런하게 압박하며 후반 세 라운드를 모두 가져갔다.
블랜치필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다. 직전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승리가 간절했다"고 했다. 이름값 높은 나마유나스를 잡은 그는 다시 타이틀을 향해 달려간다. UFC 6연승으로 기세가 좋았던 블랜치필드는 지난 3월, 2위 피오로에게 패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빅매치 승리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고 나마유나스전 승리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나 전 챔피언 알렉사 그라소(31·멕시코)를 꺾고 정상에 도전하려 한다. 블랜치필드는 "난 결코 챔피언이 될 일이 없는 선수들하곤 싸우고 싶지 않다. 이미 그라소가 기꺼이 나와 싸우겠다고 말했으므로 성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경기 초반 자신에게 유리했던 상황을 살리지 못한 나마유나스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이번 맞대결을 이겼더라면 블랜치필드의 기회는 나마유나스가 가져갔을 것이다. 본인이 오랜기간 뛰었던 스트로급과 새로이 적응해야하는 상위체급 플라이급은 확실히 달랐다. 중요한 고비에서 미끄러진 나마유나스가 새로운 체급에서 다시금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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