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언급한 것처럼 자이언 윌리엄슨(24‧198cm)은 호불호가 뚜렷하면서도 현대농구 기준으로 상당히 유니크한 선수다. 빅맨치고 크지 않은 사이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체중…, 어디 그뿐인가. 주 공격루트가 포스트 인근에 한정되어 있는지라 현대 농구에서 원하는 ‘빅맨도 슈팅력을 갖춰야 한다’는 트랜드와 전혀 동떨어진 유형의 플레이어다.
어찌보면 최악의 조건이지만 이를 상쇄하는 엄청난 운동능력은 그를 해당 드래프트 부동의 1순위로 만들어주었다. 얼핏 보기에도 비만, 비시즌에는 고도비만에 가까웠지만 그러한 몸으로도 체격 대비 날렵하고 유연했으며 심지어 자유투라인 덩크슛까지 가능했다. 그렇기에 더 괴물같았고 기대를 받았다고 보는게 맞겠다.
프로필상은 129kg으로 되어 있지만 비시즌에 비대해진 몸으로 돌아다니는 모습 등을 볼 때면 160kg은 거뜬히 나가보인다. 체중만 놓고 보면 NBA 전체에서 상위 체급에 해당될만 하다. 때문에 소속팀 팬들은 물론 타팀 팬들 사이에서도 ‘경기를 뛰는 것은 둘째치고 저런 몸으로 선수 생활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자이언은 놀랍게도 그러한 몸집과 체중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잘한다. 단순히 몸무게만 많으면 문제가 되겠으나 강골의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날렵하고 파워풀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육중한 신체로 코트를 날아다니며 파워 플라잉 농구를 펼쳤던 찰스 바클리와 비교되기도 했다.
바클리를 소환한 선수답게 파워는 체격에 걸맞게 매우 좋다. 겹겹이 쌓여있는 수비수들을 몸싸움으로 밀쳐내며 골밑으로 파고 들어가는가 하면 어지간한 충격 정도는 돌덩이같은 몸으로 퉁겨버린다. 자신보다 한참 키가 큰 선수 조차 골밑 싸움에서 압도하면서 ‘농구에서 미스매치는 신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부분을 확인시켜줬다. 거기에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닌 순발력, 탄력에 센스까지, 골밑에서 싸워줄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두루 갖췄다.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득달같이 포스트로 달려들어 덩크슛, 더블클러치 등을 통해 득점을 올렸고 리바운드 쟁탈전에 능한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외곽까지 따라나가 블록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은근히 활동 범위까지 넓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단순히 덩치 크고 힘만 좋은게 아닌 운동능력, 농구센스 등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선수임은 분명하다.
자이온의 남다른 매력중 하나는 그의 플레이에서는 정통파 올드 스쿨의 향수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외곽슛, 공간을 넓게 쓰는 전술 등 현대 농구는 과거와 많은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 힘으로 상대 포스트를 때려부수는 빅맨은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하나같이 잘 달리고 슛 좋은 선수일색이다.
그런점에서 압도적인 힘과 체격대비 놀라운 순발력, 점프력 등으로 골밑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이언의 유니크함은 또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전적인 퍼스트 스탭과 체구에 어울리지않는 정교한 핑거롤 등은 과거 농구의 추억을 가지고있는 팬들에게는 더더욱 각별함을 준다.
최근 트랜드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의 플레이 스타일은 별반 문제는 되지않는다. 슈팅거리가 짧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가 가진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타팀 에이스급 선수들과 비교해 공격 생산성 등에서 결코 밀리지않기 때문이다. 외려 또다른 방식으로 상대 수비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문제는 몸 상태다. 많은 이들이 자이언의 체중에 자꾸 신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아무리 그가 강골이라해도 그 정도 체격으로 경기를 소화하다보면 몸이 멀쩡하기가 쉽지 않다. 농구라는 종목자체가 쉴새없이 달리고 뛰어야 되기 때문이다. 자이언같은 거구가 한경기만 제대로 뛴다 해도 무릎 등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이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자이언은 ‘유리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NBA에서 뛰는 내내 부상과 싸우고 있다. 구단과 팬들 역시 당장 자이언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 5시즌을 치르는 동안 자이언의 부상이력은 나쁜 의미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어지간한 베테랑선수의 전체 커리어 부상을 가볍게 넘어설 정도다.
NBA 서머리그 뉴욕 닉스전에서 2쿼터에 상대 선수와 무릎을 부딪히며 부상을 당했고 잔여 서머리그를 불참하게 되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첫시즌 개막도 하기전에 6~8주 부상 결장 소식이 들려왔고 실제로 이를 넘어 1월 23일에 들어서서야 정규시즌 데뷔전을 가지게 되었다. 데뷔전에서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왜 압도적 1순위였는가를 입증했지만 적은 출장시간으로 인해 신인왕은 2순위 자 모란트(25‧188cm)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출장시 존재감만큼은 모란트 못지않았고 그로인해 뉴올리언스 팬들은 '저 선수라면 팀의 미래를 맡겨도 좋겠다'는 달콤한 기대감에 빠져들게 된다. 2년차 시즌에 들어서도 자이언의 위력은 여전했다. 단순한 공격 패턴을 노려 상대팀에서 맞춤형 수비전략이 시도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특유의 운동능력을 살린 플레이로 어렵지않게 깨트려버렸다.
자이언의 득점 공식은 단순하면서도 강했다. 순간적인 스핀무브로 매치업 상대를 제쳐버리고 빈골대를 향해 골밑슛을 넣거나 덩크슛을 찍어버렸다. 블록슛이 뜬다 싶으면 더불클러치로 마무리했다. 강한 파워와 더불어 순발력, 유연성이 함께했던지라 어지간한 빅맨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슈팅, 패스 등 다른 옵션이 다양한 것도 아님에도 대부분 상대에게 꾸준히 통했다는 점에서 자이언의 위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끝까지 완주하지못하고 부상으로 시즌아웃 당하면서 61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그 정도 만으로도 만족하는 팬들도 적지않았다. 그만큼 자이언의 부상유무는 시즌내내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바로 3번째 시즌에 현실로 드러났다. 발부상으로 시즌초부터 결장이 확정되었는데 문제는 부상 공백기 동안의 자기관리였다. 실제로 그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마치 일본 스모선수를 연상케할 정도로 비대해진 몸으로 돌아다녔는데 체중이 150kg이상 불어났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런 윌리엄슨을 가리켜 팀선배였던 JJ 레딕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비판했으며 그의 비교 대상중 하나였던 레전드 파워포워드 출신 찰스 바클리는 "나와 샤킬 오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같다"는 신랄한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당시 윌리엄슨에게는 온통 체중 이슈만 따라붙었고 결국 우려대로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만다.
<계속>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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