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니크한 선수라하면 희소성높은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거기에 어느 정도 성적이 받쳐줘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에 기량도 출중해야 한다. 파워포워드의 사이즈로 포인트가드를 봤던 매직 존슨(65‧206cm), 언더사이즈+과체중 조합(?)으로 제공권을 장악했던 찰스 바클리(61‧198cm), 3점슛 시대를 이끈 야전사령관 스테판 커리(36‧188cm), 역대 최고의 컨트롤 타워 니콜라 요키치(29‧211c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겠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1‧198cm)도 빠질 수 없다. 갸웃거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조던, 조던이라고? 조던은 그냥 잘한 것이지 유니크한 것은 아니지않나. 독보적으로 잘한 것과 유니크함은 다르다’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조던은 눈에 띄게 유니크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이전에도 이후에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선수임은 분명하다.
조던의 플레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엄청난 득점력이다. 빼어난 스킬에 더해 포지션 대비 사이즈, 힘도 좋았던지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비 공략이 가능했다. 페이스업과 포스트업에 모두 능했으며 그 상태에서 언제든지 점퍼를 쏘거나 바로 돌파로 전환하는 실력도 탁월했다.
거기에 다양한 페이크는 수비수를 허탈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눈, 어깨, 발, 무릎 등 온갖 신체 부위를 다양하게 사용했는데 다이나믹하고 큰 동작 못지않게 보는 이들이 거의 느끼지 못할만큼 작고 섬세한 모션 페이크까지 일품이었다. 다소 단순해보이는 공격에도 수비수들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득점을 허용했던 이유다.
'마이클 조던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의 심장을 도려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그것이 그의 최고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의 배짱에, 그의 마음 속에 강함의 비결이 숨겨져있다.' -조지 칼 전 시애틀 슈퍼소닉스 감독-
득점왕은 수비를 등한시한다? 조던은 수비도 진심이었다
조던이 유니크한 이유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공격력에 더해 수비 또한 동포지션 탑급이었다는 부분이 크다. 단순한 공수겸장을 넘어 전문 수비수로 나서도 리그 수위를 다툴 정도였다. 앨런 아이버슨, 스테판 커리, 루카 돈치치, 제임스 하든 등 역대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은 화력에 비해 수비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공격에 대부분의 힘을 집중하는 이유가 큰데(혹은 공격만큼 수비에서 재능을 못보이는 경우도 있다.) 조던은 달랐다. 그냥 수비를 열심히 한 정도가 아니라 수비 또한 공격처럼 진심으로 불태웠다. 공격에서 그렇게하면서 수비까지 미친 듯이 하는 체력, 멘탈이 놀라울 지경이다. 자신 앞에서 매치업 상대가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을 허용하기 싫었던 듯 싶다.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9회나 뽑힌 것을 비롯 올해의 수비수상도 한차례 받은바 있다. 이는 역대 최고의 1번 수비수로 꼽히는 게리 페이튼과 같은 기록이다. 공격시 조던의 가장 큰 무기였던 스텝은 수비시에도 그대로 빛을 발했다. 낮고 안정적인 수비 자세, 상대의 거리, 속도,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에 더해 미친 사이드 스텝으로 쉴새없이 압박 수비를 반복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지라 매치업 범위도 넓어 같은 슈팅가드는 물론 작고 빠른 포인트 가드부터 본인보다 큰 스윙맨까지 가리지 않고 잘 막았았다. 빅맨을 수비할 때 보여주는 미스매치 대처 능력도 가드 포지션에선 최상급이었다. 거기에 끊임없는 손질을 통해 공을 가로채거나 패스 동선을 끊어먹었다. 조던과 비슷한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스카티 피펜이 함께했으니 상대팀이 받는 수비 압박은 엄청났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 대단한 것은 체력과 내구성이다. 조던같이 팀에서 공격 비중이 높은 선수가 수비까지 진심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게 하기도 어렵거니와 팀에서도 원하지 않는다. 수비 부담으로 인해 공격력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앨런 아이버슨같은 경우 그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수비에 능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짜는 등 많은 배려를 받기도 했다.
조던은 그런걸 원하지 않았다. 공격은 물론 수비도 그의 자존심이었다. 누가 시켜서 혹은 팀 사정 때문이 아닌 수비도 전투를 치르듯 했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본인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러고도 몸이 남아났다는 사실이다. 주포로 활약하는 것만해도 힘든데 거기에 더해 팀내 누구보다도 수비에 열정적이었던지라 체력소모가 많았을 것임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다보면 부상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조던이라고 부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높은 출장 시간을 가져가며 많은 경기를 뛰면서도 2차 3연패를 이룩하는 순간까지 딱히 어려움을 노출하지 않았다. 매경기 늘 하던데로 상대 수비를 박살내고 상대 공격을 틀어막았다. 놀라운 체력과 내구성이 아닐 수 없다. 한때 공수겸장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카와이 레너드를 보면 조던의 그러한 부분이 더 더욱 눈에 띈다. 이 정도면 조던 또한 매우 유니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나이키, 점프볼 DB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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