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NBA최고 센터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덴버 너게츠 ‘조커’ 니콜라 요키치(29‧211cm)를 지목할 것이다. 아니 열명 모두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시즌간 보여주고 있는 기량에서 압도적인 이유가 크다. 센터는 물론 전 포지션을 통틀어서도 리그 최고로 평가된다.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 했을 때 은퇴할 때 쯤이면 얼마나 대단한 커리어를 남길지 예상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카메론 괴수’ 조엘 엠비드(30‧213cm)는 불운하다. 요키치만 아니었다면 리그 최고 선수는 몰라도 센터 넘버 1은 그의 몫이었을 것이다. 엠비드는 그간 NBA 무대에서 성공한 빅맨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타고난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앞세운 대형 센터다. 지지난 시즌 22년만의 센터 득점왕이자 NBA 역사상 최초의 비 미국인 득점왕에 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한다.
단순히 크고 힘이 좋은 것을 넘어 빠르기까지 하다. 페이스업과 포스트업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정확도 높은 점프슛도 갖추고 있다. 외곽, 미들라인, 포스트 인근을 가리지않고 전천후로 상대팀을 폭격한다.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한마리 흑표범처럼 날뛰는 모습으로 인해 1990년대 전설적 센터로 불리는 하킴 올라주원과 비교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움직임이 좋은지라 수비기여도 또한 높다. 한마디로 크고 빠르고 슛까지 좋은 공수겸장 센터라고 할 수 있다. 요키치가 비상식적으로 터무니없이 잘할 뿐이지 엠비드 또한 역대급 센터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재목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관계자와 팬들 사이에서는 ‘요키치가 없었다해도 엠비드가 넘버1 센터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그는 부상이 너무 잦다. 드래프트 전부터 오른발 피로 골절 수술을 받으며 우려를 사더니 이후에도 다시 한번 수술을 받으며 데뷔 후 2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다. 물론 코트에 서게 되자 빼어난 기량으로 금세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매 시즌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소속팀 필라델피아의 중요한 순간에 없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선수는 뛰어야 가치를 인정받고 팀에 공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아프고 싶어서 아픈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불가항력적인 요소도 많았다. 어쨌든 한팀의 간판스타로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카와이 레너드가 그랬듯 코트로 돌아와서는 결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잦은 부상에서 오는 마이너스 요소를 상쇄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엠비드는 요키치와 경합 끝에 다소 애매하게 수상한 정규시즌 MVP 외에는 크게 보여준게 없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개인의 영광이다. 팀과 팬이 진짜 원하는 부분은 플레이오프에서 필라델피아를 높은 자리로 올려놓는 것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서 이미지도 망가지는 모습이다.
악동? 빌런?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캐릭터로라도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겠으나 그렇지도 않다. 거짓말쟁이, 변덕쟁이, 눈치없는 이기주의자 등 마치 나이값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자꾸 보이고 있고 이미지도 이런 쪽으로 물들고 있다.
지난 파리올림픽 당시 엠비드는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팬들에게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프랑스와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엠비드는 카메룬, 프랑스, 미국의 3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카메룬 출신인 그는 2022년 프랑스 국적 취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 농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파리올림픽 참가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하겠지만 프랑스에서 엠비드를 받아준 배경에는 이러한 부분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엠비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최대 라이벌인 미국 대표팀을 선택했다. 프랑스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온갖 궤변을 늘어놓은 것을 비롯 프랑스 관중들의 야유에 쿨한척 대응하며 빈축을 샀다.
얼마전에는 한참 후배 타이리스 맥시(24‧188cm)가 팀 미팅에서 엠비드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각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는데 맥시는 "엠비드가 모든 활동에서 지각하고 있다. 이런 행동이 라커룸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할 간판스타가 오히려 후배에게 지적을 받은 것이다. 엠비드의 지각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NBA 선수 출신 방송인 리차드 제퍼슨 또한 "필라델피아의 에이스는 성숙하지 못한 듯 싶다. 그 정도의 선수가 어린 선수에게 지적받는 일은 흔치 않다"며 일침을 날렸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우승후보라는 전망과 달리 동부컨퍼런스 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의 롤모델 올라주원도 한때는 코트에서 거칠기로 소문난 문제아 이미지가 짙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을 잘 다스리며 2번의 우승을 이끌며 레전드 센터로 거듭났다. 과연 엠비드도 가능할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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