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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의 심장은 우승 꿈을 이룰수 있을까?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1.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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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의 심장은 우승 꿈을 이룰수 있을까?

기사입력 2023.01.15. 오전 07:01 최종수정 2023.01.15. 오전 07:01

1970년 오리건 주 포틀랜드를 연고지로 창단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명문이 맞다. 무려 53년동안 연고지나 구단명 변경없이 리그에서 경쟁해왔다. 국내 팬들에게는 한국인 최초 NBA리거 '빅터팬' 하승진(37‧221.6cm)을 지명했던 팀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역사에 비해 성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컨퍼런스 우승 3회, 디비전 우승 6회에 파이널 우승은 1977년 딱 한번 뿐이다. 정말 오랜시간 동안 우승을 못해본 팀중 하나다. 외려 마이클 조던을 거르고 샘 보위, 1순위로 뽑았지만 유리몸으로 전락한 그렉 오든 등 역대급 신인드래프트 흑역사만 회자되는 불운에 울어야 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보위 대신 조던, 오든 대신 케빈 듀란트를 뽑았다면 포틀랜드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필 드래프트에서 건너뛴 선수가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연거푸 성장했으니 구단이나 그들을 응원하는 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다.

아쉬운 성적만큼이나 리그를 호령한 선수도 많이 배출하지는 못했다. 데이브 트와직, 리오넬 홀린스, 래리 스틸, 모리스 루카스, 밥 그로스, 테리 포터, 로이드 닐, 제프 페트리 등은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타팀의 레전드급 선수들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커리어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유일한 파이널 우승을 이끈 센터 빌 월튼(70‧213cm), 2번의 파이널 진출을 이끈 슈팅가드 클라이드 드렉슬러(60‧201cm) 정도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걸출한 슈퍼스타로 분류된다. 드렉슬러같은 경우 선수 생활 막판 휴스턴으로 둥지를 옮겨서 우승을 경험하게 된다. 포틀랜드 팬들 입장에서는 너무도 아쉽고 가슴 아픈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8~99시즌부터 2001~02시즌 때까지 데이먼 스터디마이어, 아이제이아 라이더, 스티브 스미스, 본지 웰스, 데릭 앤더슨, 스카티 피펜, 브라이언 그랜트, 라쉬드 월라스, 숀 켐프, 아비다스 사보니스, 저메인 오닐, 데일 데이비스 등 닥치는데로 선수들을 모으며 우승에 도전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적어도 한번의 파이널 우승 정도는 기대해볼만한 선수 구성이었지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동시대의 강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LA 레이커스에게 각각 고배를 마셨다. 특히 레이커스와의 승부에서는 7차전 4쿼터에 15점 차이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졌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포지션별로 선수층은 두터웠지만 ‘배드보이즈 2기’ 디트로이트처럼 원팀으로 하나가 되어 움직이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포틀랜드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있다. 월튼, 드렉슬러의 뒤를 이을 걸출한 간판 스타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팬들에게 ‘릴장군’으로 유명한 데미안 릴라드(32‧ 187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포틀랜드 유니폼을 입은 그는 최고 루키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변함없는 에이스로 팀을 이끌고 있다.

포틀랜드와 릴라드는 매우 특별한 관계다. 예전처럼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지고있는 트랜드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 포틀랜드 선수라는게 더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릴라드의 존재는 구단과 팬 입장에서 이보다 더 고마운 존재가 없을 정도다. 괜스레 ‘포틀랜드의 심장’이라고 불리는게 아니다.

릴라드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플레이는 클러치 상황에서의 해결사 능력이다. 리더로서의 자질을 타고났다는 평가가 붙을만큼 강심장을 갖춘 선수인지라 중요한 순간 더 냉정해지고, 그런 상태에서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신장은 크지않지만 돌파, 슈팅, 패스 등 정상급 포인트가드가 갖춰야할 스킬을 고루 장착했다. 스피드, 운동능력, 파워 등 신체능력적인 부분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는 없으나 상위권에는 들만하다. 투지나 근성 등 마인드가 탄탄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맞다.

릴라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격 옵션은 딥쓰리다. 일반적인 3점슛 거리보다 더 먼 곳에서 3점슛을 적중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시도횟수, 정확도에서 모두 상대팀을 긴장케하는 수준인지라 주무기 중 하나로 인정해도 무리가 없다. 딥쓰리 하나만큼은 스테판 커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그를 상대하는 팀들은 아예 릴라드가 하프코트를 넘는 순간부터 더블팀을 걸어 순간적으로 오픈슛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꼭 딥쓰리를 던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상황을 이용해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가 릴라드이기 때문이다. 딥쓰리가 시원하게 들어갈 경우 신바람이 나서 다른 플레이까지 잘되는지라 이후에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였을까. 얼마전 릴라드는 “커리가 역대 최고의 슈터임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다음의 슈터를 논할 때 나는 잘 언급이 안된다. 간혹 내 이름이 나오면 이상한 사람취급까지 받는다고 하는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제로 릴라드는 3점슛 성공 갯수 역대 8위에 올라있으며 통산 성공률 역시 38%대에 육박한다.

집중 견제 속에서 거리에 상관없이 3점슛을 쏘아대면서 만들어진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릴라드의 불만도 얼핏 이해가 간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저것 잘하는 영역이 많아 단순히 슈터로서의 이미지가 박혀있지 않은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릴라드는 29경기에서 평균 28.2득점, 7어시스트, 3.9리바운드, 0.9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포틀랜드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존 스탁턴, 레지 밀러 등은 프로 인생의 시작과 끝을 데뷔팀에서 마치면서 해당팀 팬들에게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끝내 우승에는 실패하며 ‘적극적으로 우승할 환경을 찾아다니지않으면 무관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릴라드는 포틀랜드맨으로서의 긍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만약 커리어 기간내 포틀랜드에서 우승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소속팀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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