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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최준용,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를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4. 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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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최준용,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를까?

기사입력 2023.04.03. 오후 02:22 최종수정 2023.04.03. 오후 02:22

김선형과 함께 서울 SK 나이츠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스네이크' 최준용(28‧200.2cm)은 KBL 역사에서 가장 유니크한 선수중 한명이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2m대에 육박하는 사이즈에 내외곽 공격이 다되고 패싱게임까지 수준급인 이른바 장신가드 혹은 장신 스윙맨에 대한 로망이 꾸준히 있어왔다.

국제대회에서 '높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배경에는 빅맨진에서 밀린 탓도 있지만 가드, 윙자원에서의 차이도 적지않았다. 때문에 매우 드물게 나오는 대형 빅맨 한두명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체적 높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져갔다. 아쉬운 유망주에 그치고만 정훈, 김동우 등이 오랫동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 이유다.

물론 현 시대에는 이제 더이상 장신 테크니션이 아쉽지 않게 됐다. 앞서 언급한 최준용을 비롯 '문길동' 문성곤(29‧195.6cm), '영미' 안영준(27‧194.1cm), '교란트' 송교창(26‧201.3cm), '양가' 양홍석(25‧195cm)을 비롯 해외에서 NBA를 목표로 노력중인 '코리안 탐슨' 이현중(22 202cm)과 '여강준' 여준석(21 203cm)까지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다양한 선수들이 속속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수비 스페셜리스트, 살림꾼, 스피드와 밸런스, 최강 2옵션, 전천후 슈터, 탁월한 운동신경 등 각자의 색깔이나 플레이 스타일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다. 희소성, 다재다능함을 따진다면 그중에서도 최준용이 가장 눈에 띈다. 단순한 장신 테크니션의 범주를 넘어 ‘역대로 이런 유형의 선수가 있었나?’싶을 정도다.

최준용은 여러 가지면에서 다른 선수들과 비교를 불허한다. 일단 플레이 스타일이다. 최준용은 기본적으로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가드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 경합이 가능할 만큼의 스피드와 빅맨에 맞서 리바운드를 따내고 블록슛을 성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탄력을 고루 갖추었다. 약점으로 지적받고있던 슈팅 능력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발전하고 있는지라 장신 포워드로서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쪽에서도 제몫이 가능하다. 최준용의 진정한 유니크함은 다른 부분에 있다. 그의 패싱센스는 앞에 '장신'이라는 단어를 붙이지않고 역대 포워드로 통틀어봐도 손꼽힐 정도로 매우 빼어나다. 포인트가드도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할 만큼 독보적인 수준이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빈곳의 동료를 찾아 찔러주는 패스는 포워드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기술이나 감각적으로 탁월하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본인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바로 뿌려주는 아웃렛 패스는 물론 단숨에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킬패스 역시 일품이다. 이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포인트가드와 다른 동료들 사이 중간에서 링커 역할을 맡기도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야전사령관으로 나서서 팀 전체 지휘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가드급 패싱센스, 보조리딩을 갖춘 포워드는 간혹 존재했어도 아예 가드로 나서도 손색없을 정도의 능력치를 갖추고있는 선수는 최준용이 유일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인트 포워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선수다. 때문에 최준용이 코트에 나서게되면 본인 때문에 생겨나는 높이에 더해 패서로서의 능력으로인해 생겨난 높이 추가까지…, 전체적 높이에서 엄청난 '플러스업‘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SK는 '최준용 효과'를 아주 많이 보지는 않았다. 자유분방한 성향에 악동으로서의 면모까지 있는지라 경기외적으로 사건사고를 종종 일으키는 등 지도자 입장에서 다루기 매우 힘든 스타일이다. 본인이 동기부여를 가지고 달리게되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목표를 향해 매진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팀 분위기만 흐르는 등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거기에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 편인지라 주전급 선수중 경기출장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SK입단 이후 매시즌 기본심한 공헌도를 보여왔다. 신인급에 속했던 입단후 2시즌동안은 평균 45경기 가량을 소화하며 무던한 활약을 보여줬으나 이후 3시즌동안 평균 28경기 정도 밖에 뛰지않으며 계륵같은 모습을 노출했다.

해당기간중 트레이드 루머가 돌 정도로 코칭스탭에서도 골머리를 썪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자신을 잘 달래주는 전희철 감독과 의기투합한 최준용은 엄청난 경기력을 과시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한다. 개인 최다인 54경기에 나서 평균 16득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0.8스틸. 1.1블록슛의 성적을 거두며 정규리그 MVP에 등극하는 등 SK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른다. '외국인선수급 존재감이다'는 말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때문에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정규리그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평균 12.7득점, 5.9리바운드, 3.8어시스트, 0.8스틸, 0.7블록슛 등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무던했으나 데뷔후 2번째로 적은 경기 출장수가 말해주듯이 선수가 코트에 나서지않으면 팀 공헌도는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최준용의 올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규리그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최준용은 플레이오프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지난 시즌의 경기력을 되살릴 수 있다면 SK는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어진다. 이를 잘 알고있는 전희철 감독 역시 ‘아무래도 올시즌 내내 팀을 이끌었던 김선형과 자밀 워니가 축이 된 전술이 1옵션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최준용의 컨디션이 살아난다면 차근차근 비중을 높혀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백이 길었던 관계로 당장 최준용이 전주 KCC와의 6강전부터 에이스 모드로 펄펄 날 공산은 크지않다. 하지만 더 이상 부상이 없는 몸상태로 꾸준하게 출장 시간이 늘어난다면 SK의 승리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추후 대진에서 만날 수도 있는 타팀들의 경계심도 한층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플레이오프 모드에 들어선 김선형에 이어 최준용이 핵심이 된 제2의 전술까지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올시즌 자존심을 구긴 최준용이 큰 경기를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백승철 기자, 이청하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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