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이를 잊은 김선형, SK 어디까지 끌고갈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4. 4. 19:42

본문

나이를 잊은 김선형, SK 어디까지 끌고갈까?

기사입력 2023.04.03.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4.03. 오전 08:01

반로환동(返老還童), 노화순청(爐火純靑)…, 소설, 만화, 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무협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말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젊고 강해지며 능력치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진정한 고수는 세월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르다. 특히 육체를 부딪치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나이라는 요소는 간과할 수 없다. 노련미? 테크닉? 젊음이 사라지면 파워와 체력뿐 아니라 스피드까지 급격하게 저하돼 마음과 달리 몸에서 반응하는 시간 자체가 현저히 달라진다. 물론 어느 정도 기준점이 정해져있기는 하지만 스포츠에서도 나이를 잊은 고수가 간혹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음을 이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돌격대장으로서 SK를 이끈 '플래쉬 썬' 김선형(34‧187cm)은 단연 빛나는 베테랑이었다. 앞서 언급한 간혹 존재하는 고수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54경기에서 평균 16.28득점, 6.76어시스트(전체 1위), 2.67리바운드, 1.37스틸(6위)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전체 9위, 국내선수 3위의 득점을 올리면서도 어시스트 1위에 오른 점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 결과 정규리그 MVP, 시즌 베스트5까지 선정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극찬까지 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규리그 MVP는 2012~13시즌 이후 개인통산 2번째이며 어시스트 1위는 처음이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가 선수 생활 끝자락에 받는 가장 큰 상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올시즌 보란듯이 그 이상의 큰 성적을 내고 있다.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는 데뷔후 커리어하이이며 지난 1월 28일 대구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올린 47득점과 3월 8일 수원 KT전의 33득점은 통산 개인 최다득점 2, 3위에 해당한다. 올시즌 김선형이 얼마나 좋은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SK가 막판까지 2위 다툼을 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누수 요인이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같은 경우 장신 포인트포워드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스네이크' 최준용(28‧200.2cm)이 건강한 몸으로 펄펄 날았고 리그 최고 살림꾼 중 한명인 '영미' 안영준(27‧194.1cm)도 함께 했다. 거기에 득점 기계 자밀 워니(29‧199cm) 역시 각성한 상태였던지라 기본 전력에서부터 상대팀을 압도했다.

거기에 경험많은 베테랑 '허텐' 허일영(37‧195cm) '버팔로' 최부경(33‧200cm), 수비 스페셜리스트 ‘오명호’ 오재현(23‧187cm)과 ‘심바’ 최원혁(30‧183cm) 등이 물샐틈없는 라인업을 과시하며 팀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까지 달성했다. SK와 만나는 팀들은 하나같이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막강한 전력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런 SK도 올시즌을 앞두고는 ‘지난 시즌만큼 압도적이지는 못할 것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SK에 맡서기위해 다른 팀에서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된 것을 비롯 팀내 공수의 핵심 안영준이 군복무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기량은 출중하지만 크고작은 부상이 잦은 최준용도 불안요소였다. 거기에 김선형도 한 살 더먹게 된다. 아무리 선수층이 탄탄하다고해도 주전 라인업에 변화가 크게 생긴다면 안정감적인 측면에서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SK는 시즌 초중반 하위권을 멤돌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공수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안영준의 공백은 예상보다 더 컸고 최준용은 부상으로 인해 26경기밖에 뛰지못했다. 2020~21 시즌 이후 두번째로 적은 경기출전 기록이다. 최악의 경우 6강 진출도 어려울것이다는 불안감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대반격을 이끈 것은 김선형이었다.

특유의 폭발적인 돌파를 앞세워 SK앞선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줬고 득점왕 워니와 함께 빠르고 파괴력 넘치는 화력농구를 주도했다. 보통 적지않은 나이까지 클래스를 유지하며 롱런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높은 BQ를 바탕으로 흡사 능구렁이처럼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기보다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능력, 템포조절 등을 통해 경기 흐름을 지배한다.

설사 젊은 시절에는 그렇지않았다해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반면 스피드, 운동능력, 에너지 레벨 등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들같은 경우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이로 인한 신체능력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창 육체적으로 물이 올라있는 젊은 후배들을 당해내기 쉽지않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반면 김선형은 달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시즌 굉장한 회춘모드를 보여줬는데 더욱 놀라운것은 플레이 스타일 또한 한창 젊은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프로시절 내내 그래왔듯이 스피드, 운동능력, 에너지 레벨 등을 앞세운 과감한 돌파와 끊임없는 속공 참여 등으로 끊임없이 상대팀 림을 공략했다.

이같은 플레이는 시즌내내 계속되었는데 그로인해 많은 팬과 농구인들 사이에서 '30대 중반 노장이 저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감탄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베테랑이 되면서 손끝 감각이나 언더슛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져 김선형이 뛰기 시작하면 상대팀 수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일쑤였다.

정규시즌을 지배한 김선형의 다음 목표는 플레이오프 우승이다. 아쉽게 2위를 놓치는 바람에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르게 되었는데 상대는 전주 KCC다. 시즌내내 기복심한 경기력으로 인해 6위에 그치며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는데 그런만큼 경기력을 예측하기가 쉽지않다. 기세를 타면 굉장히 까다로운 팀이 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시즌 SK는 KCC와의 6번 맞대결에서 4승 2패를 기록했다. 평균 79.5득점을 올렸고 76.5실점을 허용했다. 워니같은 경우 20.8득점, 8.7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시즌 평균에는 살짝 미치지못한다. 반면 김선형은 어시스트 갯수(7.7개)가 올라갔다. 주전 포인트가드의 어시스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팀 플레이가 잘 되었음을 의미한다. 플레이오프 모드에 돌입한 김선형이 정규시즌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