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cm 작은 거인, UFC 페더급 독재자로 거듭나다
기사입력 2023.04.14. 오전 11:53 최종수정 2023.04.14. 오전 11:54
[UFC 체급별 구도를 말한다⑮] 페더급(5)
단신이지만 파괴력 넘치는 조제 알도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까지만 해도 그를 능가할 페더급 파이터는 좀처럼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사이즈까지 갖춘 맥스 할로웨이가 등장했고 '브라질 짐승'에서 '하와이 전사'로 왕좌가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갈수록 발전하는 MMA추세를 반영하듯 그보다 더한 괴물이 탄생했으니 현 챔피언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가 그 주인공이다.
'격투 프로그램이 내장된 로봇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볼카노프스키의 경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알도보다도 작은 167.64cm의 단신임에도 자신보다 큰 선수들에게 전혀 약점을 보이지 않는 그는 통산 전적 25승 2패의 엄청난 전적으로 페더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체력 또한 엄청나다.
더욱 대단한 것은 그 2패마저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막 격투기를 시작했던 무렵 AFC 웰터급 토너먼트에 참가했다가 1패를 당했으며 나머지 1패는 얼마전 있었던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에게 허용했다. 체급의 한계로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막판 마카체프를 바닥에 눕혀 놓고 파운딩 세례를 퍼붓는 등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보여주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사실상 페더급에서는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채드 멘데스, 브라이언 오르테가, 조제 알도 등 기존 강자들을 줄줄이 패퇴시킨 것을 비롯 롱런 챔피언 후보였던 할로웨이와의 3번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정도다. '코리안좀비' 정찬성 또한 볼카노프스키와 맞붙은 적이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향으로 잘 알려진 정찬성이 마음이 꺾인 모습을 보였을 만큼 체급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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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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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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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무결점 육각형 파이터
알도 편에서 언급했다시피 격투 스포츠에서도 갈수록 사이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MMA초창기에는 선수간 기량차가 크거나 정통 타격가와 그래플러 등 이종 대결의 형태가 강했던지라 그 차이가 덜했다. 지금처럼 180cm를 넘어가는 선수들이 경량급에서 뛰던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타격, 그래플링 등에 고르게 균형잡힌 밸런스 파이터들이 늘고 있어 사이즈의 영향을 안받을 수가 없다.
현대 격투기는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어지간한 습관은 당연히 체크되며 펀치나 킥 등이 나가는 타이밍이나 동작도 세밀하게 쪼개서 분석된다. 앞손으로 견제를 하다가 상대가 달려들면 뒷손 페이크를 주고 앞손으로 직접 카운터를 친다던가 수시로 스탠스를 바꾸며 상대를 현혹시키는 방식 등은 더 이상 고급 기술도 아니다. 거기서 다시금 전략 대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빼어난 기량에 더해 좋은 팀과 함께하는 상위권 강자들끼리의 대결은 말 그대로 종이 한장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누가 더 전략을 잘짜고 케이지에서 수행을 잘하느냐가 키포인트인데 그런 상황에서 사이즈에서 오는 전력 차이는 생각외로 클 수 있다. 사이즈에서 밀리면 비슷한 거리에서 타격을 내도 손해볼 수밖에 없고 더 많이 움직여야 되는지라 체력 소모도 심하다.
그런 점에서 볼카노프스키는 신기한 파이터다. 장신자가 가득한 페더급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신장을 가지고도 역대 최고를 논할만큼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볼카노프스키는 체형만 놓고보면 저돌적으로 상대에게 파고들어 근거리에서 난타전을 시도하는 인파이터나 강력한 레슬링을 통해 그라운드 압박을 즐기는 유형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볼카노프스키 뿐만이 아니다. 작은 키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 대부분 단신 파이터들이 그랬다.
격투기에서도 단신은 불리하다. 장신자들에 맞서 싸울 선택지가 지극히 제한된다. 마이크 타이슨같이 운동 능력을 타고난 괴물도 인파이팅으로 장신자들과 경쟁하지 않았는가. 볼카노프스키는 상식을 깨는 파이터다. 단신중에서 단신임에도 거리싸움을 즐기고 아웃파이팅에 가까운 스타일로 본인보다 월등히 큰 장신자들을 농락한다. 장신자들이 즐겨쓰는 방식으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꺾어버리는 것이다.
볼카노프스키는 체구만 작을 뿐 격투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고르게 갖추고 있다. 스탭이 좋고 핸드 스피드가 빠르며 파워와 내구성에 더해 격투 지능까지 높다. 거기에 상대의 유형에 맞게 맞춤형 대응법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꺼내들 정도로 가지고 있는 패 자체가 원체 많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5라운드 내내 좀처럼 빈틈을 노출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집중력과 체력마저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력에서 떨어지는 상대가 기댈 수 있는 부분은 잠깐의 방심을 노려 허점을 공략하거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다가 이후에 대반격을 펼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볼카노프스키에게 그마저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볼카노프스키는 레슬링이 베이스이지만 타격전을 더 즐긴다. 스탠딩 싸움에서도 정상급 스트라이커들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로우킥의 달인 알도에게 역으로 로우킥 세례를 퍼부어 승리를 가져가는 하면 인 앤 아웃을 즐기는 볼륨펀처 할로웨이를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압도하며 좌절을 안겨줬다. 할로웨이는 체급내에서 장신자(180cm)에 속한다. 본인보다 13cm가량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치고 빠지며 전장을 선택하고 흐름을 지배한 쪽은 볼카노프스키였다.
어찌보면 말도 안 된다. 만약 누군가 이러한 내용으로 만화를 그렸다면 '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엉뚱한 상상으로 판타지를 만들어냈다'고 면박을 당했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볼카노프스키가 체급을 지배하는 방식은 만화만큼 황당하다고 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모든 것은 현실이다. 파이팅 스타일 자체가 화려함이나 화끈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캐릭터도 밋밋한지라 실력에 비해 인기는 조금 아쉬운 편이지만 '역대 페더급 GOAT'라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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