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의리-윤영철, 양현종의 후계자는?
기사입력 2023.05.08. 오전 11:48 최종수정 2023.05.08. 오전 11:50
각각의 장단점 뚜렷, 선의의 경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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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종은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좌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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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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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35·좌투좌타)은 타이거즈 역사에서 특별한 존재다. 선동렬,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윤석민 등 우완에이스 역사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타이거즈 출신 첫 좌완 에이스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해태 시절 '가을 까치'로 불리던 김정수가 있기는 했으나 그는 꾸준히 잘했다기보다는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갖춘 단기전 킬러였다. 정규시즌부터 꾸준하게 잘하는 에이스 유형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들어 확 달라지기는 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타이거즈 역사에서 왼손은 귀한 존재였다. 좌투수, 좌타자 모두 귀했다. 특히 좌투수는 '천연기념물'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이상할 정도로 1군급 전력이 드물었다. 김성한 감독시절 검증되지 않은 왼손 불펜 방동민을 데려오기 위해 거포 유망주 김상현을 준 것을 비롯 이후에도 단지 왼손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았던 투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대치가 높았던만큼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박경테러리스트(박경태)', '진해수소폭탄(진해수)'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으며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만큼 타이거즈에게 왼손투수는 간절하고 또 간절한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리그 전체를 통틀어 역대급 좌완투수로 자리매김한 양현종은 타이거즈에게 더욱 의미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파워피칭에 노련미까지... 타이거즈 역대 최고 좌투수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 우투수가 선동렬이라면 최고 좌투수는 단연 양현종이다. 2007시즌부터 현재까지 459경기에서 2155 1/3이닝을 소화하면서 160승 102패, 9홀드, 평균자책점 3.82, 탈삼진 1840개를 기록중이다. 올시즌에는 우천으로 인해 등판이 잇달아 취소되는 가운데 4경기 24이닝, 1승 평균자책점 2.63의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양현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묵직한 직구다. 힘있는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있는 구위가 있는지라 대부분 타자들은 양현종과 상대할시 직구 타이밍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런 상황에서 낙차 큰 체인지업을 던지면 속수무책으로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다. 특히 양현종은 바깥쪽 승부에 능한지라, 직구가 바깥쪽 꽉찬 코스로 제구가 잘되는 날은 공략이 매우 어렵다.
눈에서 먼 방향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분해 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몸쪽으로 허를 찌르면 바깥 쪽을 대비하고있는 타자들은 꼼짝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인지업 등 변화구 타이밍을 읽히는 경우 고전하기도 한다.
타자들이 짧은 스윙으로 바깥쪽 변화구를 걷어내며 물고 늘어지는 대응을 하게 될 때 양현종은 투구수와 피안타가 늘어나며 힘겨워하는 모습도 종종 노출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창때같이 알고도 못 치는 직구는 던지기 쉽지 않은지라 변화구까지 예전만큼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양현종은 노련미로 이를 커버한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다가도 상대가 이에 대처를 잘해나가면 레퍼토리를 바꿔서 흐름을 끊어버린다. 타이밍을 맞춰나간다 싶은 타자에게 몸쪽 깊은 곳에 느린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낸 후 다음 공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내는가하면 이를 지켜보고있던 다음 타자에게는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꿔 땅볼 아웃을 시켜버리는 등 수싸움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명선수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양현종도 이제 30대 중반이다. 한창 때는 스트라이크존 인근으로 직구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타자들이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알고도 때리기 힘든 구위를 자랑했으나 이제는 제구가 잘 된 공도 맞아나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수싸움과 더욱 노련해진 경기운영능력을 과시하며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예전만큼 다승왕, 방어율 1위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10승은 기대할 수 있는 평가를 유지중이다.
구위의 이의리와 제구의 윤영철, 관건은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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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리 역투 4월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1회에 투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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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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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타이거즈의 왼손투수 잔혹사는 옛일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올시즌만 보더라도 김기훈, 최지민, 김대유, 이준영 등 다양한 스타일의 왼손 투수진이 전력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3년 차 이의리(21·좌투좌타)와 루키 윤영철(19·좌투좌타)은 선발투수로서 로테이션을 돌며 남다른 재능을 뽐내고 있다.
팀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주며 이들이 제2의 양현종으로 커주기를 바라고있는 모습이다. 언제까지 양현종이 에이스로 남아있을 수도 없거니와 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원활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보여준 것이 훨씬 많은 이의리가 '제2의 양현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직구 구위에 비해 제구나 변화구 완성도에서 지적의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 3년 차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첫해부터 쟁쟁한 동기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신인상을 수상했던 선수답게 빠른 팔스윙을 통한 디셉션이 좋고 좌우 구석구석을 찌르는 140km 후반대의 포심 패스트볼과 낙폭 큰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직구의 구위가 좋다보니 높은 공에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따라나온다. 문제는 그런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제구의 기복이 심해서 사사구 역시 많이 나온다는 부분이다. 그로인해 쉽게 승부할 상황도 스스로 어렵게 만들고 투구 개수도 많아지기 일쑤다. 선발투수의 최대 덕목 중 하나인 이닝히터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물론 이의리는 이제 겨우 3년 차에 불과하다. 타이거즈 뿐 아니라 그 어느 팀에서도 고졸투수가 이토록 빨리 선발투수로 자리잡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까지의 성적과 발전속도만 놓고 보면 동나이대 양현종보다도 좋다. 기본적으로 구위와 스테미너가 확실한지라 칼제구가 아니더라도 볼카운트를 안정적으로 끌고갈 정도로만 보완이 돼도 양현종을 잇는 다음 주자는 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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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철은 직구 구속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루키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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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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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윤영철은 팀에서 대놓고 밀어주고 있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임기영 등 검증된 선발투수가 있음에도 개막전부터 선발진에 합류해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그는 이제 막 프로무대에 발을 디딘 새내기인지라 사실상 토종 에이스에 근접하고 있는 이의리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다.
이의리는 지난해 10승을 거둔 것을 비롯 현재까지 통산 54경기에서 276이닝을 소화하며 16승 17패 평균자책점 3.65로 그야말로 엘리트코스를 밟고 있다. 반면 윤영철은 올시즌 4경기에서 18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선발시험을 거쳐가고있는 상황이다. 첫 2경기 때만 해도 프로의 높은 벽에 흔들리는 듯했으나 최근 2경기에서 10이닝 1실점으로 점차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이의리가 구위에 비해 제구가 아쉽다면 윤영철은 반대다. 독특한 투구폼에 디셉션, 제구력, 경기운영 능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완성도도 좋다. 문제는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 하는 직구의 구속이다. 평균 구속이 130km 초반대에 그칠 정도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점으로 첫시즌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 '제2의 유희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하지만 팀 동료 최지민이 단 한 시즌 만에 구속 약점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것처럼 윤영철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아직 한창 어린나이에 신체조건까지 좋은지라 적어도 어느 정도의 구속 향상은 상수로 평가되고 있다. 수년이 지난 후 이의리와 윤영철 중 양현종에 좀더 근접해있을 선수를 예상해보는 것도 타이거즈팬 입장에서는 즐거운 상상이 될 것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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