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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에 사냥개까지…, 괴수 군단된 KT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5. 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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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에 사냥개까지…, 괴수 군단된 KT

기사입력 2023.05.19. 오후 02:01 최종수정 2023.05.19. 오후 02:01

FA 문성곤을 품에 안은 수원 K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T는 비록 지난 시즌 8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기본 전력만큼은 우승후보급으로 불린다. 탄탄한 선수층에 더해 포지션별 밸런스도 좋다. 원클럽맨 후보로 불리던 양홍석이 나갔지만 문성곤을 영입함으로서 밸런스는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다. 다음 시즌에는 간판스타 '아이언 보이' 허훈(28‧180cm)도 돌아오는지라 '사냥개' 문성곤(30‧195.6cm), '베이비 헐크' 하윤기(24‧204cm)로 이어지는 '괴수 군단' 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홍석의 이탈은 KT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거기에 대한 공백보다는 문성곤 영입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다는 분석이다. 양홍석은 득점, 수비, 패싱게임 등에 두루두루 능하지만 조금씩 아쉽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반면 문성곤은 양홍석같은 다재다능한 유형은 아니지만 ‘수비’라는 최강의 무기에 특화되어있어 공격성향이 강한 허훈과 좋은 조합이 기대되고 있다.

코트에서 상대를 쫓아다니는 문성곤을 보고있노라면 한 마리 사냥개가 연상된다. 목표로 정한 상대가 있으면 눈빛부터 달라지는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경기 내내 그야말로 미친 듯이 쫓아다닌다. 일단 코트에 문성곤을 풀어놓으면 완전히 떨쳐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멈추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광견(狂犬)’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냥개는 투견과는 다르다. 단순히 싸움만 잘한다고 되지않는다. 주 역할은 집요한 추적을 통해 사냥감을 지치게 만들고 발을 묶어두는 것이다. 따라서 사냥개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인내심과 체력이다. 그런점에서 문성곤은 최강의 사냥개다. 몇 번의 수비성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맡은 상대가 지쳐떨어지던가 혹은 질려버릴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뜯는다.

플레이 스타일상 문성곤은 3&D 타입의 포워드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성곤은 일반적인 3&D유형과는 많이 다르다. 보통은 수비능력을 겸비한 슈터를 3&D라 부르지만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디펜스에 갈아 넣는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물론 꾸준하지않아서 그렇지 한번 손끝이 달아오르면 무섭게 외곽슛을 몰아넣기도 한다.

롤모델이었던 양희종이 영리하고 노련했다면 문성곤의 다소 투박하지만 야성미가 넘친다. 하지만 그렇기에 상대 입장에서는 더 힘겹다. 신장대비 스피드, 운동능력은 물론 체력까지 발군이라 경기 내내 엄청나게 뛰어다닌다. 푸트웍, 점프력 역시 빼어나 가로수비, 세로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별다른 페이스 조절 없이 풀파워로 플레이하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막판까지 에너지레벨이 떨어지지 않는다. 4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이 이를 입증한다.

각팀들 입장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단연 주전급 토종빅맨이다. 서장훈,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 이승현 등 역대로 따져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며 그러한 가치를 증명하듯 그들의 소속팀은 대부분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점에서 KT는 선택받은 팀이다. 이러한 토종빅맨 계보를 이을 하윤기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와 하윤기가 '트윈타워'를 이루고 리바운드 가담이 좋은 문성곤이 힘을 보태준다면 KT포스트는 어떤 팀에게도 힘에서 밀리지 않게된다. '베이비 헐크'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윤기는 운동능력이 매우 좋다. 탄력과 기동성은 수준급 포워드 수준이며 순발력 또한 탁월하다. 그러한 장점을 십분활용해 공격시 속공참여도가 좋고 외국인선수가 앞에 있어도 찬스다 싶으면 과감하게 뛰어올라 덩크슛을 시도한다.

갈수록 장신포워드가 많아지는 추세 속에서 하윤기처럼 포스트 플레이에 충실한 선수는 많지않다. 공격스킬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지적받고 있지만 최근 미드레인지 점퍼를 장착했듯이 매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라 노련미까지 갖추게되는 시점에서는 오세근같은 완전체 빅맨으로서의 위용도 기대되고 있다. 그때가 되면 '베이비 헐크'가 아닌 그냥 '헐크'라고 불러야 될 것이다.

‘KT 전력의 완성은 허훈이다’는 말이 있다. 최근 꾸준한 전력보강을 통해 이제는 강팀 반열에 오른 KT이지만 허훈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우승후보냐 아니냐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KT 아니 리그 전체에서 허훈이라는 선수가 가지는 존재감은 엄청나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김선형, (작은)이정현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실로 대단했는데 건강한 허훈 또한 거기에 견줄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다.

허훈은 플레이적인 면에서 현역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신장은 크지않지만 탄탄한 웨이트에 운동능력이 탁월한지라 신체 밸런스 자체가 좋다. 누가 자신을 막아도 상대의 성향에 따라 힘 혹은 스피드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대등한 신체능력을 가진 상대를 만날 경우 다양한 테크닉을 통해 기술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 경기를 풀어낸다.

적어도 셋중에서 하나는 걸리는지라 대부분 허훈과 매치업되는 가드는 미스매치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허훈은 1~2번 어떤 자리에 가져다놓아도 최고 수준으로 기량을 발휘한다. 주포지션이 포인트가드인지라 기본적으로 시야가 준수하고 리딩, 패싱게임 등에서 평균 이상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빠르고 힘있는 돌파를 통해 수시로 림어택을 들어가는데 완성도가 워낙 높아 알고도 당하기 일쑤다.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 슈팅력도 안정되어있어 전천후로 상대 수비진 폭격이 가능하다. 현재 허훈은 상무 소속으로 있으며 오는 11월 15일 전역할 예정이다

상대가 누구든 끈질기게 달라붙어 물어뜯어버리는 용맹한 사냥개 문성곤과 헐크같은 신체능력으로 포스트를 지배하는 하윤기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단단하고 강철같은 야전사령관 허훈까지…, 올시즌 아쉬움을 삼킨 KT팬들은 괴수 군단을 앞세운 다음 시즌 대반격을 기대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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