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존슨, 뜨거운 기억 남기고 떠났다
기사입력 2022.11.14. 오후 03:10 최종수정 2022.11.14. 오후 03:10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했던 UFC 210 당시 대회 포스터 |
ⓒ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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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 풍미한 격투가 앤서니 존슨, 향년 38세로 소천
전 UFC파이터 '럼블' 앤서니 존슨(38·미국)이 세상을 떠났다. 1984년생으로 올해 38세 밖에 되지 않은지라 안팎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앓고 있었던 병이 원인으로 짐작되고 있다.
통산 23승 6패의 기록을 남긴 그는 2017년 있었던 UFC 210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에서 당시 챔피언이었던 다니엘 코미어에게 2라운드에서 서브미션 패배를 당한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벨라토르와 계약하고 종합무대로 돌아왔으며 그해 5월 있었던 라이트헤비급 그랑프리에서 조제 아우구스토 아제베도를 2라운드 KO로 때려눕히며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준결승전에서 바딤 넴코프와 맞대결을 예약해놓고 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그랑프리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이후 벨라토르 대표 스캇 코커, 매니저 알리 압델아지즈 등을 통해 존슨이 투병 중이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올해 복귀를 목표로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다시는 케이지에 설 수 없게 됐다.
존슨은 그 어떤 선수보다도 다양한 체급에서 뛰어본 인물이다. 2006년 웰터급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감량폭을 줄여가면서 2012년 라이트헤비급에 정착했다. 중량급에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려 할 때만 해도 기대치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파이터들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 스스로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무리한 감량을 하는 데는 사이즈와 힘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존슨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웰터급 시절 거뒀던 성적 및 경기력은 대단치 않았고 그보다 훨씬 상위 체급에서 견딜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존슨에게 무리한 감량은 스스로를 봉인시켰던 족쇄에 불과했다. 부담에서 벗어난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골격이 크고 사이즈가 좋았던 존슨은 본래부터 라이트헤비급에서 뛰었던 선수 마냥 최적의 컨디션을 발휘했다. 스피드와 탄력은 여전한 채 파워 부분에서도 업그레이드되며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나갔다. 코미어의 벽에 두 번이나 가로막히고 존 존스와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싸우지 못했으나 그 아래 랭커들에게는 그야말로 '저승사자'의 포스를 보여줬다.
당시 존슨의 존재는 라이트헤비급 랭커들에게 깊은 한숨을 새어나오게 하기에 충분했다. 존스, 코미어만 해도 버거운데 바로 밑에서 존슨이 또 다른 높은 벽을 쌓아놓고 있어 절망의 장벽이나 다름없었다.
존슨은 체급 내에서는 강한 3인자 정도였지만 뿜어내는 포스는 1인자 못지 않았다. 화력이 엄청나게 좋아 대부분 상대를 화끈하게 때려눕혔다. 상대가 느끼는 두려움은 존스, 코미어 이상이었다. 근성 좋기로 유명한 라이언 베이더가 경기 시작부터 겁을 잔뜩 집어먹고 연신 뒷걸음질 치며 대놓고 타격전을 피했을 정도다. 단기 임팩트만 놓고 보면 UFC 라이트헤비급의 마이크 타이슨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존슨의 타격은 겉보기에는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특별한 예비동작 없이 어떤 자세에서든 빠르고 강력하게 터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체급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상태에서 셋업 순간을 읽기 어려워 카운터를 노리기 매우 어려웠다. 타고난 펀치력도 강했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응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존슨은 풀스윙으로 강하게 펀치를 휘둘렀다. 보통 궤적을 크게 그리며 펀치를 치다 보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연타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는 달랐다. 워낙 핸드스피드가 좋고 몸이 유연한지라 돌주먹을 연타로 휘둘러대도 쉽게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에 맞추는 재주가 워낙 좋고 순간적인 타이밍이나 정확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인지라 일단 펀치 궤도 안에 들어오게 되면 어지간한 상대는 거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존슨이 밀고 들어오면 대부분 맞받아치기보다는 뒤로 물러섰던 이유다. 연타 속도까지 탁월해 한번 타격 폭풍이 시작되면 대부분 상대는 허우적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중량급에서 뛰면서 체력 등에서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워낙에 힘을 몰아 쓰는 스타일상 무시무시한 초반 화력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위력이 감소 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부분 상대는 거기에 관계 없이 폭발적인 타격을 오랫동안 견디지못했으나 코미어 등 경기운영 능력이 좋은 선수들에게는 한계를 노출했다.
은퇴한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선수로 복귀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존슨은 격투기에 대한 열정이 높은 파이터였다. 많은 이들이 그의 화끈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K-1의 전설 앤디 훅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살아생전 그가 보여준 뜨거운 파이팅은 언제까지나 팬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쉴 것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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