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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왕' 딜라쇼, 또다시 반란 성공할까?

격투기/UFC

by 멍뭉큐라덕션 2022. 10. 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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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왕' 딜라쇼, 또다시 반란 성공할까?

기사입력 2022.10.14. 오후 03:12 최종수정 2022.10.14. 오후 03:12

23일, 스털링 상대로 3번째 타이틀 획득 도전

전 UFC 밴텀급 챔피언 '바람의 술법사' T.J 딜라쇼(36·미국)가 자신의 격투 인생 세 번째 타이틀 도전에 나선다. 23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섬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80'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현 밴텀급 챔피언 '펑크 마스트(Funk Maste)' 알저메인 스털링(33·미국), 둘의 대결은 코메인이벤트로 치러지게 된다.

2019년 2체급 정벌을 노리고 플라이급 타이틀전을 벌이기 전까지만 해도 딜라쇼는 밴텀급의 제왕으로 불렸다. 한창 때 조르주 생 피에르, 앤더슨 실바, 조제 알도, 드미트리우스 존슨 등이 그랬듯 밴텀급에서 장기집권이 당연시되던 막강한 존재였다. 딜라쇼 역시 더 이상 밴텀급에서 적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더 큰 야망을 위해 슈퍼파이트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차세대 괴물로 꼽히던 헤난 바라오를 완파하며 이름을 알렸던 딜라쇼는 이후 쟁쟁한 강호들을 줄줄이 무너뜨렸다. 딜라쇼 이전 체급을 지배했던 도미닉 크루즈에 판정패 당한 것이 옥에 티지만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스플릿 판정으로 결과가 갈린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히려 크루즈를 이겼던 코디 가브란트를 두 차례나 넉아웃으로 제압, 정상의 입지를 완벽하게 다졌다.

왕년의 절대 강자 T.J 딜라쇼가 자신의 세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노린다.
ⓒ UFC

당시 딜라쇼는 밴텀급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었다. 이에 한껏 고무된 그는 플라이급, 페더급 등 타 체급까지 정벌하며 UFC 역사에 남을 레전드를 꿈꿨다. 만약 야망대로 결과가 풀려나갔다면 지금쯤 엄청난 커리어를 쌓으며 높은 입지를 자랑했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제물로 낙점된 상대는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35·미국)였다.

상대가 존슨이었다면 흥행적인 면에서 더 관심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딜라쇼 입장에서는 크게 상관없었다. 외려 뜻하지 않게 발목을 잡히기는 했으나 여전히 기량이 쟁쟁하던 존슨보다는 운좋게 챔피언이 됐다고 평가받던 세후도가 더 쉬워 보였다. 거기에 비슷한 조건이면 상위체급이 유리한 것은 무조건 당연했다.

당시 상위 체급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까지 노리고 있던 딜라쇼 입장에서 세후도는 그저 당연히 거쳐가는 관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객관적 전력에서 세후도가 불리한 가운데 그나마 레슬링 정도가 변수로 꼽혔다.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55㎏ 이하급 금메달에 빛나는 세후도의 레슬링 실력은 체급 내 최고 수준이어서 어떤 상대를 맞아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존슨을 판정으로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올랐던 세후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둘은 2019년 1월 20일 미국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3'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었다. 결과적으로 세후도는 장기인 레슬링을 쓰지도 않고 승리를 가져갔다.

딜라쇼는 세후도의 레슬링을 잔뜩 경계하며 거리를 두고 타격전을 벌이려 했다. 밴텀급에서도 최고의 스탭과 거리싸움을 과시했던 딜라쇼였기에 적어도 스탠딩 싸움에서 무너지는 그림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세후도는 딜라쇼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파워풀했다. 타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세후도의 라이트 훅이 귀 뒤쪽에 적중됐고 충격을 받은 딜라쇼는 앞으로 넘어졌다.

세후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딜라쇼를 따라다니며 후속타를 쉬지 않고 냈다. 결국 폭죽 같이 이어지는 파운딩 세례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딜라쇼는 자신이 몰린다 싶으면 머리를 숙이고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는 했다. 하지만 세후도는 딜라쇼의 동선을 잘 파악하고 나온 듯 그림자처럼 달라붙으며 펀치를 적중시켰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대형 업셋이 터진 것이다. 더불어 딜라쇼의 체급 원정길도 첫 관문부터 막혀버리고 말았다.

딜라쇼의 진짜 불운은 이후에 벌어졌다. 약물검사에서 금지 약물 성분 EPO 양성반응이 발각된 것이다. 밴텀급 타이틀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2년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그로 인해 그간 쌓아온 명예도 땅에 떨어졌다. 그는 한때 그저 그런 랭커 정도로만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에 기량이 폭발하며 대기만성의 표본으로 불렸다. 하지만 약물로 인해 그동안의 업적까지 묻히거나 훼손되고 말았다.

현재 딜라쇼의 기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코리 샌드헤이건(30·미국)을 상대로 2년 6개월만의 복귀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스플릿 판정까지 가는 등 끝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이후로 다시 1년 이상이 흘렀다. 3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 나이 역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딜라쇼는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다. "예전부터 나는 타이틀전을 치를 때마다 언더독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는가? 내가 이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현재 어떠한 위협도 느끼지 않고 있다. 다들 나를 타격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레슬링도 강하다. 이번 시합을 통해 예전에 보여줬던 레슬링 실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줄 생각이다. 다시 챔피언이 되어서 예전처럼 밴텀급을 지배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이름값 높은 딜라쇼를 제물로 자신의 챔피언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고 싶어한다. 그는 챔피언 타이틀 획득 당시 '노머시' 페트르 얀(29·러시아)에게 반칙승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규정대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스털링은 이후 1차 방어전에서 얀을 판정으로 누르고 챔피언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 하지만 첫 대결 때의 임팩트 때문인지 팬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높지만은 않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딜리쇼는 스털링에게 좋은 제물이다. 여전히 이름값이 남아있는 딜라쇼를 잡아내게 된다면 흔들리는 왕권이 더욱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서로간 확실한 이익이 있는 만큼 치열한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이번 맞대결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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