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연고 이전…, 떠날 명분을 준 전주시의 실책
기사입력 2023.09.01. 오전 08:31 최종수정 2023.09.01. 오전 08:31
이는 비단 영화속 세계 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에서도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명분없이 일을 진행했다가는 주변의 질타를 받기 마련이고 행동으로 인한 결과 또한 정당성을 잃기 십상이다. 최근 전주 KCC의 연고지 이전을 막지못한 전주시의 무능한 행정 능력에 대해 농구 팬과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KCC측에서는 이런저런 굵직한 이유를 들어 일사천리로 연고지 이전을 진행시켰고 매우 빠르게 부산 이전을 확정시켰다.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의 사직체육관 공유 등 확실하게 해결되지않은 문제도 산적하지만 일단 KCC는 선이전 후마무리를 택했다. 그만큼 연고지 이전에 마음이 급했던 모습이다. ‘짜여진 각본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럴 수도 있다. 대처 자체를 봉쇄해버리듯 급하게 진행되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수긍이 가는 대목도 많다. 이에 대해 전주시도 입장문 등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농구 팬들의 원성은 1차적으로 전주시를 향해 있다. KCC, 전주시 모두 아쉽지만 전주시 측의 귀책이 훨씬 크다는 쪽에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분위기다.
보통 프로팀이 연고지를 떠나면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구단측을 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에서는 전주시가 집중 폭격을 받고 있다. 귀책 사유를 따진다면 전주시 쪽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KCC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부산행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연고지를 바꾸면서 이렇게까지 해당 지역만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은 경우가 그간 있었나 싶을 정도다.
양측의 의견이 상당 부분에서 다른 가운데 아직 밝혀지지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주시에서 KCC에게 떠날 명분을 줬다는 사실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고 들것도 없다. 2016년 연고이전이 검토됐던 당시 전주에 남는 조건으로 내걸었던 체육관 신축문제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한술 더떠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우고 당분간 군산월명체육관을 이용해달라고 통보한 부분에서 이미 판은 기울어지고 말았다.
갑의 위치도 아니면서 갑처럼 행동하며 나가려면 나가라고 등을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담당자나 관계부서 등에서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행정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면 지역경제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됐을 것이다는 지적이다.
전북도의회 나인권(61) 의원은 “일단 전북 도민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전주시에서 하는 일인지라 도의원들이 관여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전북 전체의 문제가 아니었을까싶다. 양측의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명확한 확인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해보이지만 팩트는 KCC 농구팀이 떠났다는 것이고 전주시는 그 과정에서 명분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현재 전주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위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고 있다. 때늦은 적극적인 해명과 더불어 전주시 체육회, 전주시 농구협회, 전주시 기독교 연합회, 전북애향운동본부 등에서는 성명을 내고 “KCC그룹 불매운동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016년 당시부터 연고 이전 가능성이 계속해서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책없이 뒤늦게 책임회피적인 행동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가 고향인 KCC팬 L(47‧인천)씨는 “약속한 기간내에 체육관 완공은 쉽지않더라도 진작에 공사가 들어가서 준비하는 모습만 보였더라도 KCC가 이리 쉽게 연고지 이전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 싶다. KCC의 속내는 둘째치고 그들이 움직이기 힘들게 상황을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 이미 부산으로 떠난 마당에 크고 작은 부분에 있어서의 진실 공방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는 무능도 죄다”라는 말로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KCC팬들은 장밋빛 기대에 부풀어올라 있었다. 아픈 손가락중 하나였던 이상민 전 삼성 감독이 코치로 돌아와 전주 팬들과 다시 만나는 감동 스토리에 강력한 전력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는 행보도 그려졌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으로 인해 모든게 물거품이 되었고 매겨울 함께 했던 축제를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됐다. 이는 명백한 전주시의 실책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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