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민과 농구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기사입력 2023.09.09. 오전 08:00 최종수정 2023.09.09. 오후 03:41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다음 시즌 프로농구를 앞두고 전주, 호남팬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22년동안 가족같이 사랑했던 프로농구팀 전주 KCC이지스(단장 최형길)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KCC는 속전속결로 연고지 이전을 성사시켰고 그 과정에서 전주시는 변변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거기에 기본적인 명분싸움, 언론플레이 등에서도 완패하며 씁쓸함을 더했다.
현재 전주시는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KCC가 부산행을 성공시키는데 있어서 명분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거기에 후속대처 및 입장발표 또한 미숙하다는 의견이 많다. ‘뛰는 전주시 위에 나는 KCC’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연고지 이전이 발표된후 전북도 중소상인연합회, 전주시 소상공회연합회, 전주시 자원봉사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전북지체장애인연합회 등 30여개가 넘는 각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며 규탄하고 있지만 이는 때는 늦었다.
그런 가운데 유독 좋지않은 쪽으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S의원이다. S의원은 수년전부터 이런저런 KCC 관련 의견으로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을 비롯 KCC가 연고지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 등이 부각되며 전주, 호남팬들로부터 적지않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난 일부 팬들에게는 연고지 이전의 주적중 한명으로 언급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정말일까? 전주시에서 적지않은 일을 맡고있는 S의원이 그정도로 KCC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있으며 이번 연고지 이전 사태에서도 책임을 통감할 만큼의 귀책사유가 큰지에 대해 궁금했다. 이에 기자는 전주시의회를 거쳐 S의원에게 연락을 취했고 팬들이 궁금해하는 이런저런 사항을 직접 물어보았다.
Q.곤란할 수도 있었을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말씀드리지 못한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실의에 빠져있을 전주, 호남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답변은 드리는 것이 예의일 듯 싶어 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전주시의 이미지가 좋지않고 저역시 비슷한 상황인지라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주시의회 의원으로서 항상 좋은 일로만 나설 수는 없지않습니까.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의원으로서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락 잘주셨습니다. 체육을 관장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기도하며 체육관이 생길 지역구 의원이기도해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Q.현재 전주시는 체육관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않은 부분으로 인해서 적지않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체육관을 짓겠다는 전주시의 입장은 진심이고 사실입니다. 많은 의원님들께서도 빨리 지어지기를 원하고 있었으며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초선의원 당시 제 공약에도 스포츠타운에 체육관을 꼭 포함시키겠다고 말씀드린적이 있었으니까요. 일단 답변에 앞서 이유야 어쨌든 KCC농구단을 지켜내지 못한 점에 대해 전주시민과 KCC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연고지 이전으로 느꼈을 충격과 상실감이 얼마나 크셨겠습니까. 전주시가 지지부진하게 움직였던 것은 무슨 변명도 필요없는 귀책 사유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주시는 520억으로 체육관을 짓기로 결정한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런저런 행정절차를 거치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말았고 당초 올해까지 완공이 목표였지만 지켜지지 않게 되었죠.
Q.늦어도 너무 늦어졌으니까요. 아직 제대로된 시작조차 되지않았다는 부분에서 팬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휴…, 그렇죠. 예산반영도 지지부진했고 이래저래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라고 늦게지어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중간에 철근 파동도 있었고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돈만 더 들어갑니다. 1차 설계는 이미 구단과 상의가 됐던 부분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구단 사무실, 치어리더실까지 설계에 반영을 했죠. 그런 과정에서 작은 오해도 있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지라 저희는 다목적 체육관으로 지을 생각이었지만 구단에서는 당연히 전용구장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정확한 명칭은 전주 실내 다목적 체육관입니다.
Q.꼭 다목적 체육관으로 진행했어야 했나요?
농구팬들을 위해 짓는 것이니까 1차적으로 KCC가 가장 우선권을 가지고 쓰는게 당연히 맞죠. 하지만 비시즌도 있지않습니까. 농구팬도 있지만 농구에 관심없는 분들도 계신데 비시즌간에라도 체육관을 즐길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비시즌간 다른 종목 경기는 물론 이런저런 문화공연행사도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완전히 전용구장으로 지어버리면 농구 외에 다른 것은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게 한두푼도 아니고 100프로 전주 시비로 809억원이 들어갑니다. 국비도 아니고 도비도 아니고 시비란 말입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체육관을 짓는데 오로지 농구팬만을 위해서 전용구장을 짓기는 곤란하다고 할 수 있죠.
Q.응? 809억원요? 아까는 520억원이라고 하셨잖아요.
올랐죠. 보조구장에 선수단 숙소까지 요청을 하다보니까 비용이 상승하게 된거죠. 어쨌든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공사를 하게되는데 KCC에서도 일부 금액을 보전해 준다던지 아님 기타 시설을 구단에서 지어서 함께 하는 등의 성의도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광주 KIA 타이거즈 챔피언스 필드나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같은 경우도 짓는 과정에서 일부 비용을 함께 부담했거든요. 실제로 왜 우리 세금으로 구단 체육관을 지어주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낸 절충방안이 KCC가 여러 가지 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니까 그런 부분이라도 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회장님께서 그렇게라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후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계속 금액적인 부분도 얽혀서 지지부진하게 됐습니다.
Q.그런 와중에 전주시장도 바뀌었고요.
그렇죠. 시장님도 바뀌고 말았죠. 우리 전주시 현안사업 중에 농구장보다 더 급한 경기장(야구‧육상) 개발사업이 있어요. 십 몇 년간 표류를 하고있었는데 새 시장님께서는 그것부터 진행시켜서 자리를 잡아가려고 했죠. 사실 지역구 국회의원께서는 실내 체육관부터 완공하라고 지난해에 30억을 줬어요. 하지만 시장님께서는 경기장도 급하니까 우선 그것부터 진행시키고 체육관같은 경우 빚을내서 짓겠다고 하셨고 실제로 지방채도 발행했습니다. 세간에서는 경기장만 우선시하고 체육관은 뒷전이었다고 하지만 아닙니다. 경기장과 체육관을 같은 시기에 완공하기로 시장님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어요. 확인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봄 추경예산편성에 160억원이라는 지방채가 발행되었습니다. 무엇때문이겠습니까. 체육관을 지으려고 그런 것이죠.
Q.그럼 야구에 밀려서 농구가 뒷전이 되었다는 얘기는 오해가 있는 부분이네요?
그렇죠. 절대 체육관이 뒷전이 아니었습니다. 국회의원께서도 나서서 관심을 보였던 부분이고 시장님도 경기장에 비해 신경을 덜 쓰지않았어요. 지방채 발행은 물론 지난 8월에는 조달청에 공사발주도 했습니다. 그렇게 선수 숙소까지 포함해서 체육관을 지으려고 진행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떠난다고 통보를 해버리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부시장님께서 부랴부랴 용인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전주시가 더디었던 것은 죄송한 일이지만 재정자립도가 24프로인 지역에서 809억이면 정말 큰돈이거든요. 토지값빼고요. 바로바로 진행할 능력은 다소 아쉬웠으나 성의가 없지는 않았어요.
Q.그렇지만 KCC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서운한 것도 많았나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명분도 제공했고요. 사실 65만의 전주시보다 330만의 부산광역시가 훨씬 시장이 크잖아요. 원했던대로 일도 진행이 안되었고 그로인해 명분도 쌓였습니다. KCC 입장에서는 부산행이 훨씬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죠. 사실 팬들 입장에서도 상황이 그렇다면 KCC를 놓아주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구단도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더 잘되기 위해서 큰 시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짐싸서 가버렸던 부분은 조금 아쉬웠어요. 상황이 이러저러해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제대로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단 한번의 제대로된 협상도 없이 통보와 함께 바로 이전해버린 부분은 조금 당황스러웠죠. KT같은 경우도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가기는 했지만 3개월이라는 기간동안 협상을 했어요. 결국 서로 안맞으니까 결별 절차를 밟은 것이고요.
Q.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빠르기는 했네요.
그렇죠. KCC같은 경우 전주를 연고지로 22년을 있으면서 구단사무실 조차도 없었어요. 딱 경기만 전주에 와서 한거죠. 솔직한 제 생각은 이제는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자책해서도 안된다고 봐요. 그동안 서운한게 있으면 미안하고 부산에 가서 잘 정착해서 명문으로서의 전통을 이어가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팬들 입장에서는 전주시가 아주 나쁜 놈들이고 무능력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겁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될지 모르겠어요. 저희가 잘했다고 인터뷰에 응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진행됐다고 알려드린 것이지 저희는 최선을 다했으며 사실은 KCC가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Q.공사 진행이 늦어진게 아쉬울 뿐이네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설계를 안한 것도 아니고, 발주를 안한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못하다보니 불가피하게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지방채를 발행하면서까지 빚을 내서 해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않은거죠. 팬들 입장에서는 전부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고 그게 바로 무능력이다고 말씀 하시면 할말은 없습니다. 이유여하를 떠나 결과적으로 KCC에게 명분을 주고말았으니까요.
Q.전북대학교 측의 발언도 문제가 컸던 듯 싶어요.
맞아요. 그런 진짜 명백한 실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대에서 캠퍼스 혁신파크를 지을테니 2025년까지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거에요. 제가 KCC 관계자라도 자존심 상했을 듯 싶어요. 전주, 호남팬들과 오랫동안 호흡해왔고 현재도 이런저런 불만이 있는데, 나가라고? 화가 나는 것을 넘어 황당했을 상황이죠. 그렇다면 전북대가 그렇게까지해서 그 자리에 뭘 하려고 했는지 아세요? 주차장을 만들려고 한거에요. 이건 진짜! 실수에요. 완전 실수.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어요.
Q.현 전주시장이 KBO 퓨처스리그 경기 개최 문제로 KBO 총재를 만난 부분도 논란이 됐어요.
그렇더라고요. 야구만 중요하게 여기고 농구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전주시에 새로 짓는 야구장은 8천석 규모의 작은 인조잔디구장이에요. 그것을 위해서 농구를 홀대하고 체육관 공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되요.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체육관같은 경우는 설계까지 마친 상태잖아요. 혹시나 기분이 상하거나 그랬으면 서로 소통을 통해서 풀어도 됐을텐데 그러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Q.급하게 돌아갔던 상황을 들어보니 연고지 이전을 막기는 쉽지 않았을 듯 싶네요.
그렇죠. 앞서도 언급했듯이 KCC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더 좋은 시장에서 더 조건으로 부산시와 얘기가 오고갔는데 그쪽이 이익이 크다면 가야죠. 다만 22년동안 전주에서 함께 했으니 팬들에게만큼은 이러이러해서 떠나야겠다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기분좋게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물론 연고지 이전과 함께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좋은 이미지까지 가지고가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텅빈 집에 남아있는 전주, 호남팬들이 안쓰럽기는 합니다. 갑자기 연고팀은 떠났고 욕하고 비난할 대상은 내가 살고있는 지역과 고장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서로 소통하고 안맞겠다 싶으면 떠나는거고, 그렇게 떠났으면 서로 인정하고 여전히 KCC 응원할 분들은 응원하면 되잖아요.
Q.전주시에서 KCC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것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어요.
그건 아닙니다. 지난 5월인가 6월에는 전주시에서 전북현대모터스와 전주 KCC를 콕 찍어서 스포츠관광지역특화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데 조선대학교에 1억원을 주고 용역을 시키기도했어요. 농구단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럴 일도 없었죠. 현재 전라북도에 즐길거리가 얼마나 있나요. 그나마 전북현대와 KCC가 전국구 인기팀으로 전북을 빛내고 있었는데 전주시에서도 중요도를 모를 리가 없죠.
Q.시민 및 팬분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요.
이유여하를 떠나서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제가 대표는 아니지만 시의원의 한사람으로서 고개숙여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도 스포츠를 좋아하는지라 연고지 프로구단이 팬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제가 뭘 잘했다고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같은 것을 하고 있겠습니까. 그저 무슨 상황인지 답답해하시는 팬분들을 위해 일련의 상황을 말씀드리기위해 응했을 뿐입니다. 어차피 이름 다 아시겠지만 제가 그냥 S의원이라고 표현해달라고 기자님께 부탁드린 것도 이번 사태에서 저는 이름조차 올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동안 KCC와 22년간 함께해서 행복했고 부산에 가서도 잘 정착해서 좋은 성적 거두기를 바랍니다. 저희들도 깊이 반성하고, 상실감이 큰 팬분들에게 어떻게하면 스포츠로 돌려드릴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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