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 농구판 롯데 자이언츠 될까?
기사입력 2023.09.07.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9.07. 오전 10:29
KCC 이지스(단장 최형길)가 지난 역사를 뒤로 하고 부산에서 새로운 시작을 결정했다. 그간 KCC하면 전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불스하면 시카고, 레이커스하면 LA가 바로 따라붙듯이 전주와 KCC는 영혼으로 뭉친 관계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끈끈한 사이도 서로의 소중함을 잊게되면 떨어질 수 있는게 세상 이치다.
일단 전주시는 여러차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꽤 긴시간 동안 최소한의 성의 조차 없었다. 배드민턴에 푹빠진 모 시의원은 수년간 대놓고 KCC를 박대하기도 했다. 그로인해 서로간 신뢰는 무너졌고 KCC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시켰다. 미처 대비할틈도 없이 초고속으로 이뤄진 것은 맞다.
하지만 구단측의 007작전을 탓하기에 앞서 전주 KCC가 전주, 호남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았더라면 전주시 역시 푸대접에 가까운 행보는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KCC가 비난받을 요소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시측의 실책이 워낙 큰지라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에 정당성이 부여되고있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팬들만 비통한 상황이다.
부산으로서는 호재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KT소닉붐 등이 연고팀으로 있다가 각각 울산과 수원으로 떠나버린지라 3번째 팀을 들이게 됐다. 여기에 대해서는 부산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프로팀이 생기는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전주색이 짙은 팀을 강제로 빼앗아오는것같아 찝찝하다는 이들도 있다.
부산의 선동렬, 부산의 이종범, 부산의 비빔밥, 부산의 콩나물이 상상이 안가듯이 아직까지 부산 KCC는 어색하다는 것이다. 침통한 전주, 호남팬들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않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던 KCC가 전격적으로 이적을 결정한 것도, 좋은 조건의 군산을 뿌리치고 부산을 선택한 것도 모두 비즈니스다.
부산을 선호한 KCC와 발빠르게 협상을 진행시킨 부산시 측의 행정력을 칭찬할만한 이유다. 당장은 어색할지 몰라도 부산팬들은 KCC와 부산시가 준 선물을 그냥 즐기면 된다.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마침 시기도 딱 좋다. 현재 KCC는 팀 역사상 가장 전력이 좋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교창(27‧201.3cm), 이승현(31‧197cm), 정창영(35‧193cm), 최준용(29‧200.2cm), 허웅(30‧185cm) 등으로 구성된 초호화라인업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KCC 입성을 환영하는 부산팬들은 농구판 롯데 자이언츠를 기대하고있는 분위기다. 프로야구팀 롯데는 스포츠를 떠나 부산의 상징중 하나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다. 프로야구 첫시즌부터 KBO 리그에서 뛰어왔으며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원년부터 연고지, 구단명, 모기업 전부 변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유이한 구단이다.
실업야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10개팀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고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특히 '야구에 미친 도시 부산'의 연고팀답게 매시즌 엄청난 관심 속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광주 KIA 타이거즈, 서울 LG 트윈스와 함께 3대 인기팀으로 불릴 정도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타구단에 없던 신문지 응원, 봉다리 응원 등 독특한 응원 문화가 많으며 파울볼을 누군가가 잡으면 옆에서 한목소리로 '아주라'고 외치는 문화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대표적인 스타로는 투수 최동원, 타자 이대호가 있으며 그외 윤학길, 박정태, 염종석, 강민호 등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아쉬운 것은 성적이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모기업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인데도 성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한번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을 비롯 승률 6할을 넘긴 시즌도 없다.
반면 유일하게 2년 연속 2할대 승률을 기록하는 등 좋지않은 쪽의 기록은 다수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2번에 불과하며 21세기 들어서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나가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팬들은 변함없이 롯데를 응원하고 있다. 언젠가는 롯데에도 봄이 찾아들어 왕조를 이룰 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승복이 없는 것은 농구도 마찬가지다. 원년 기아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이 유일한 정상 등극이다. KT 또한 나쁘지않은 전력을 꾸준히 유지했음에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KCC의 부산 입성은 부산팬들의 적지않은 기대를 받고있는 모습이다.
KCC는 신선우, 허재라는 명감독 시절, 전주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리그 우승 2회의 화려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는 전주 시절의 추억을 삭제하고 부산에서의 새로운 역사 시작으로 리셋에 들어갔다. 아직은 부산팬들에게 KCC가 낯설지만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빠른 시간내에 왕조를 완성한다면 KBL판 롯데 자이언츠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최형길‧전창진 콤비가 이끄는 부산 KCC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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