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의원들에게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
기사입력 2023.10.03. 오후 06:58 최종수정 2023.10.03. 오후 07:01
아프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이집트, 나이지리아, 카메룬, 세네갈, 가나 등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집트같은 경우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대유적으로 유명하다. 그외 나머지 국가들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렇다. 다름아닌 축구다.
다른 인접국들에 비해 특별할 것이 없음에도 축구 강호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그 덕분에 좀 더 많이 국가명이 알려져 있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힘이다.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오랜시간이 걸릴 일도 단시간 내에 가능하게 해준다. 국가대항전이 아닌 국내 프로리그로 범위를 좁혀봐도 마찬가지다.
연고지 팀이 우승 등 호성적을 거두게 되면 해당 도시의 이미지는 부쩍 좋아진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마치 자신이 승리자가 된듯한 기분을 함께 공유한다. 지역 팬들이 마치 본인의 일처럼 연고지팀을 응원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전주의 프로농구 팬들은 비통하기 그지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22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동행하던 연고지 팀이 하루아침에 부산으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얻은 자는 단순히 기쁠 뿐이지만 그것을 빼앗긴 자의 슬픔과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얻은 자는 그것이 없어도 잘살아왔으나 빼앗긴 자는 다르다. 내 가족의 이름과 주소가 통째로 바뀌고 다른 집에서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쳐다봐야만 하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그 처절한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기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비극이다.
이조추 시절부터 전주팀을 응원했었다는 조수철(48‧직장인)씨는 “이번 추석 명절에 만난 주변 지인들에게서 마음이 무겁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연고 농구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해 농구 시즌을 기다렸던 설레임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고 그간의 추억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는 금세 잊혀지겠지만 전주 팬들은 그 아픔을 심장에 묻고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듯 싶다”며 연고지 이전이 깊은 상처로 남았음을 밝혔다.
비단 전주 팬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 중인 M(51‧주부)씨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전주라는 멋진 도시와 정말 잘 어울리는 팀이었다. 타 지역 농구팬의 관점에서 봐도 전주 팬의 응원 열기는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정말 보기 좋았다. 해당 구단의 부산행으로 인해 전라충청 지역은 완전히 비어버린 채 영남지역에만 무려 4개팀이 모여있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이런 경우가 존재했는지 모르겠다. 기네스북에 실릴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얼마전 썼던 몇몇 관련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자는 이번 연고지 이전 관련해서 전주시의 입장과 대처가 궁금했다. 그러한 가운데 다수의 전북 도의원, 시의원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임은 느끼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농구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각 지자체 의원들에게 이렇게 많은 연락을 취한다는 자체가 스스로도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그렇게라도 들쑤시지 않으면 그들은 이일을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길 듯 싶었다. 적어도 취재 과정에서라도 한번쯤 이번 사태에 대해 돌아보고 기억하라는 의미도 있었다.
호남, 전주 팬들이 가장 크게 실망한 것 중 하나는 연고지를 잃은 이후의 후속 대처다. 어떤 이유에서건 해당 구단에게 떠날 명분을 주고 속전속결로 연고지 이전을 강행하는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무능하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후 언론 플레이나 팬심에 호소하는 방법도 아마추어 같았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구단 역시 예전부터 그런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했었는데 전주시는 훨씬 더했다. 말 그대로 완패를 당했고 호남, 전주 팬들은 응원팀도 잃고 전주시가 타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이중고에 울어야 했다.
전주시는 무능력한 일 처리와 후속 대처로 인해 팬들에게 절망감을 안겼다. 거기에 더해 기자는 많은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제대로 확인했다. 연고지 이전설이 불거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거의 모르고 있다가 일이 터지고 나서야 어렴풋이 소식을 들었고 형식적으로 ‘유감이다’고 표현하는 이부터 ‘농구 팬들에게나 심각한 일이다’는 말로 극히 소수의 일처럼 치부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가 구단 관계자라도 가능하다면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겠다.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는 프로스포츠단 입장에서 더 큰 지역이 당연히 낫지 않겠는가”라는 식의 말이었다. 잘못된 말까지는 아니다. 다른 쪽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큰 마음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손으로 뽑은 전주시의원, 전북도의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런 말을 꺼냈다.
시민들이 특정 후보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켜달라는 소리다. 부산행을 이해한다는 소리는 얼핏 객관적이고 소신 발언 같을 수도 있겠지만 의원들은 좀 더 주관적이었을 필요가 있다. 본인을 선택한 시민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본래 있던 소중한 것까지 빼앗겼다. 자기반성 없이 담 넘어 불구경하듯 툭툭 내뱉은 높은 분들의 말속에서 잃어버린 소를 되찾기는 커녕 외양간조차 수리가 쉽지 않겠다는 것을 느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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