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포인트가드 MVP 계보, 알바노가 이을까?
기사입력 2024.03.17. 오전 09:01 최종수정 2024.03.17. 오전 09:01
올시즌 정규 시즌은 원주 DB 천하다.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역대급 슈퍼팀으로 불리던 부산 KCC를 필두로 수원 KT, 창원 LG, 서울 SK 등 쟁쟁한 팀들이 많았던 관계로 개막전만해도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다. 하지만 시즌내내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선두질주를 이어나갔고 47경기 만에 1위를 확정지었다.
DB 1위에는 걸출한 선수들이 함께했다. 김종규(33‧206.3cm), 디드릭 로슨(27‧201cm)의 트윈타워에 강상재(30‧200cm)까지 힘을 보탠 높이는 리그 최강 수준이었다. 하나같이 신장, 기동력, 슈팅력을 겸비한지라 공수에서 상대 포스트진을 압도했다. 지난시즌까지만해도 김종규, 강상재의 공존이 쉽지않아보였으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한 로슨이 합류하면서 난제가 풀렸다.
강상재는 살을 빼면서 더 빨라졌고 김종규는 플레이스타일에 상당한 변화를 주면서까지 팀을 위해 희생했다. 2옵션 외국인선수 제프 위디(34‧213cm)도 점차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유의 높이에 위력을 보탰다. 최승욱(31·193cm), 박인웅(24·190cm), 김영현(33·186cm) 등 에너지레벨 넘치는 3&D자원은 양과 질 모두에서 팀을 만족시켰다.
아시아쿼터 최고 히트작 이선 알바노(28‧185cm)도 빠질 수 없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팀에는 든든한 야전사령관이 버티고 있다. DB가 그간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던 배경에는 신기성 이후 탑클래스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알바노 합류 이후에는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빼어난 공격력에 더해 안정적인 리딩까지, 개성많은 DB멤버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자신의 득점보다 동료들의 찬스를 먼저 봐주면서도 공격이 풀리지않을때는 내외곽을 휘저으며 해결사 역할까지 가능하다. 포스트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김종규와 함께 올시즌 강력한 MVP후보로 꼽히고있는 이유다.
48경기에서 평균 15.48득점, 6.69어시스트(1위), 2.94리바운드, 1.54스틸(5위)로 성적또한 훌륭하다. 3점슛같은 경우 경기당 1.58개를 성공시키고있는데 성공률이 무려 41.30%(4위)에 이른다. 상대 입장에서 알바노의 리딩못지않게 공격력까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공수에서 부족함없는 올시즌 최고 1번이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표정조차 변하지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부분이 야전사령관으로서 안정감을 더해주고있다는 평가다. 지난 27시즌동안 정규시즌 MVP에 가장 많이 선정된 포지션은 단연 포인트가드다. 원년부터 3년연속으로 MVP가 나온것을 비롯 총 14번(공동수상 포함)이나 된다. 절반이 넘는 수치다.
여기에는 외국인선수 제도도 큰 영향을 끼쳤다. 어느 시대든 포인트가드가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프로 이전만해도 슈팅가드나 스윙맨(스몰포워드)이 더 대접받았다. 신동파, 이충희, 허재 등 슈퍼스타 계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단 팀내에서 득점생산력이 가장 좋은 선수가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프로화가 되고 외국인선수가 주득점원이 되면서 달라졌다. 외국인선수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팀성적이 달라졌던지라 이를 잘 살려주는 패스에 능한 퓨어 포인트가드의 중요성이 확 올라갔다. 초창기 강동희, 이상민 그리고 이후 엄청난 신인 돌풍을 일으킨 김승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잘 달리고 운동능력 좋은 외국인선수와의 호흡이 잘맞았다. 셋만큼은 아니었지만 주희정은 달리는 농구에서 꼭지점 역할에 능했으며 신기성같은 경우 당시에는 공격형가드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의 시선으로보면 퓨어 1번에 가깝다. 양동근 이후로는 듀얼가드의 시대가 열렸다.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지만 슈팅가드의 성향도 가지고있던 1번이 득세했다.
양동근 외에 김선형, 김낙현, 이정현 등이 거기에 해당된다. 콤비보다는 쌍포 느낌을 풍겼지만 어찌됐든 변하지않는 사실은 외국인선수를 잘 살려줄 수 있는 능력은 필수라는 것이었다. 알바노같은 경우 본래는 슈팅가드로 주로 뛰었지만 국내무대에서는 포인트가드로 활약중이다. 놀라운 것은 그런 티가 전혀 나지않는다는 사실이다.
볼 핸들링이 빼어나고 슈팅력이 좋기 때문이다. 과거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등처럼 넓은 시야를 앞세워 엄청난 패스를 뿌려대지는 않지만 돌파, 슛에 모두 능해 내외곽을 휘저으며 득점을 올릴 수 있고 볼간수를 잘해 플레이에 안정감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어지간해서는 흥분하지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성향인지라 동료들의 찬스를 착실하게 봐준다. 당연히 기복도 적다. 국내 지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다. DB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알바노가 아시아쿼터 출신 최초로 MVP까지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KBL 정규시즌 MVP
1997시즌 강동희(기아) 포인트가드 / 1997~98시즌 이상민(현대) 포인트가드 / 1998~99시즌 이상민(현대) 포인트가드 / 1999~2000시즌 서장훈(SK) 센터 / 2000~01시즌 조성원(LG) 스몰포워드 / 2001~02시즌 김승현(동양) 포인트가드 / 2002~03시즌 김병철(동양) 슈팅가드 / 2003~04시즌 김주성(TG삼보) 파워포워드 / 2004~05시즌 신기성(TG삼보) 포인트가드 / 2005~06시즌 서장훈(삼성) 센터, 양동근(모비스) 포인트가드 / 2006~07시즌 양동근(모비스) 포인트가드 / 2007~08시즌 김주성(동부) 파워포워드 / 2008~09시즌 주희정(KT&G) 포인트가드 / 2009~10시즌 함지훈(모비스) 파워포워드 / 2010~11시즌 박상오(kt) 스몰포워드 / 2011~12시즌 윤호영(동부) 스몰포워드 / 2012~13시즌 김선형(SK) 포인트가드 / 2013~14시즌 문태종(LG) 스몰포워드 / 2014~15시즌 양동근(모비스) 포인트가드 / 2015~16시즌 양동근(모비스) 포인트가드 / 2016~17시즌 오세근(KGC) 센터 / 2017~18시즌 두경민(DB) 포인트가드 / 2018~19시즌 이정현(KCC) 슈팅가드 / 2019~20시즌 허훈(kt) 포인트가드 / 2020~21시즌 송교창(KCC) 스몰포워드 / 2021~22시즌 최준용(SK) 스몰포워드 / 2022~23시즌 김선형(SK) 포인트가드 / 2023~24시즌 ?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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