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치는 NBA판 그렉 매덕스?
기사입력 2024.04.03. 오후 04:52 최종수정 2024.04.06. 오후 10:20
현 NBA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니콜라 요키치(29‧211cm)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덴버 너기츠의 주전 센터인 그는 정규시즌 MVP 2회 수상에 더해 지난시즌에는 팀의 파이널행을 이끌며 우승과 파이널 MVP를 모두 손에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에서보여준 활약상은 그야말로 언더처블로 불렸다.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짐승같은 운동능력에 다양한 테크닉까지 갖춘 조엘 엠비드, 컨트롤타워로서 꾸준하게 진화중인 도만타스 사보니스 등 쟁쟁한 빅맨들이 그의 존재로 인해 2인자 라인에 머물고있을 정도다, 둘다 요키치가 없다면 한시대를 지배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럽출신 가드중 최고로 불리고있는 루카 돈치치 또한 요키치가 있는한 역대 유럽 넘버1 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다.
요키치는 유니크한 선수다. NBA같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운동능력으로는 쉽지않다. 2m안팎의 사이즈로 가드같이 뛰고 달리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타 리그에서 규격외로 불렸던 운동능력을 자랑했던 선수들 조차 평범해지기 일쑤다. 요키치가 놀라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못하는 기동성, 점프력을 가지고 있다. 체격에 비하면 느리지않을지 모르겠지만 좋다고 할 수준은 아니며 점프력도 낮다. 붕붕 날아서 덩크를 펑펑 찍어대는 플레이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섰다. 운동능력 등이 유리한 요소는 될 수 있어도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요키치를 메이저리그 투수 레전드인 그렉 매덕스(58‧183cm)와 비교하는 이들도 많다. 1984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31번으로 지명됐던 그는 평범한 체구에 대단한 구속을 가지고있지 않았음에도 2008시즌까지 롱런했다. 아니 매덕스에게는 롱런한게 문제가 아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높은 위치에서 군림하며 당시를 넘어 역대 최고의 투수중 한명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매시즌 꾸준하게 정상권에서 경쟁했으며 그로인해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바꿔서 부른 '세상 사는 데 정해진 거라고는 세금과 죽음 그리고 매덕스의 15승뿐이다.'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대 프로야구에서 정상급 투수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빠른 구속은 필수조건 중 하나다. 초창기에는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극복이 가능했지만 구단별로 분석 시스템이 발전하고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가 빨라진 요즘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변화구라 해도 빠른 공이 뒷받침돼야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그를 막론하고 정상급에서 활약하는 대부분 투수들은 빼어난 변화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타자들을 힘으로 윽박지르는 강력한 직구가 있어 포효할 수 있었다. 드물지만 예외도 있다. 구속은 느리지만 칼날 같은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투수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이 상대 타자에게 훤히 보여 충분히 칠 수 있을 것 같지만 방망이를 내면 어이없는 헛스윙. 잘 맞았다 싶어도 평범한 땅볼이나 뜬공에 그친다.
매덕스가 바로 그랬다. 동시대에 함께 이름을 떨쳤던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등은 무시무시한 구위로 악명이 높았다. 강력한 직구가 있기에 타자들은 그것을 의식하다 변화구에 배트가 딸려나오기 일쑤였다. 매덕스는 결이 달랐다. 강속구의 도움없이 23시즌 동안 355승 227패 평균자책점 3.16의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직구 평균 구속이 83.7마일(약 시속 135km)대에 불과했지만, 제구력이 워낙 좋고 경기 운영 능력과 탁월한 수비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주무기 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다양한 구질을 자유롭게 구사했고 그로인해 ‘컨트롤의 마법사’라는 애칭까지 따라다녔다. 특히,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춰 적은 투구수로 맞춰 잡았다.
1997년 7월 23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단 76개의 공으로 완투승을 따낸 것을 비롯해 100개 이하의 투구로 9이닝을 모두 마친 경우가 31회나 된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꽉 찬 공으로 삼진을 잡는 능력도 일품이었다. 빠른 공만 갖추지 못했을 뿐 그 외 투수가 지녀야 될 모든 부분에서 출중한 기량을 갖춰 강력한 파워를 내뿜는 타자들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무브먼트와 제구력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는 수준으로, 그로 인해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피칭 성향을 고려해 파워 피쳐라고 보기도 한다. 구속만 빠르지 않았을 뿐 타석에서 느끼는 매덕스의 직구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사상 최고의 타자중 한명인 배리 본즈는 ‘나는 매덕스가 파워 피처가 아니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들어오는데 그가 파워 피처가 아니면 누가 파워 피처인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양한 구종을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넣다 뺐다하며 타자들을 흔들고 적은 투구수로 게임을 끝내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도사의 느낌까지 난다. 종목은 다르지만 요키치와 서로 연관되는 부분이다. 요키치 또한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지못할뿐 두툼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파워와 빼어난 농구센스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린다. 매덕스가 그랬듯 아무도 요키치의 운동능력에 대해 태클을 걸지못한다. 요키치는 후반기에 접어든 현재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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