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가득한 서부, 그래도 최고의 치트키는 요키치?’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올 시즌도 서고동저는 계속됐다. 보스턴 셀틱스가 전체 승률 1위(0.780)로 동부 컨퍼런스의 자존심을 지키기는 했지만 2위 뉴욕 닉스의 승률은 0.610으로 무려 14게임이나 승차가 났다. 반면 서부 컨퍼런스는 5위 댈러스 매버릭스가 뉴욕과 승률이 같았다.
상대적으로 서부 순위 다툼이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서부는 강팀이 많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2위 덴버 너게츠와 승차없이 상대 전적에서 앞서서 1위에 올랐으며 3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역시 선두와 단 한게임차였다. 그만큼 서부 상위팀들의 전력이 탄탄하고 안정적이었음을 증명한다.
이를 입증하듯 3팀은 모두 컨퍼런스 2라운드에 진출했으며 5위 댈러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밸런스를 자랑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동부같은 경우 보스턴 정도만 우승후보로 꼽히고있을 뿐이지만 서부는 2라운드 진출팀 중 댈러스를 제외한 3팀이 언급되고있는 분위기다. 댈러스 또한 기세를 이어간다면 우승 전선의 복병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대 컨퍼런스 중 가장 치열한 매치업은 단연 덴버와 미네소타의 진검승부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다’는 말이 나올만큼 일찍부터 강팀끼리 맞붙었다. 덴버는 동부의 보스턴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보면 경쟁팀들에게 밀려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시즌 파이널 우승을 경험했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큰 전력 누수없는 디펜딩챔피언을 우승후보로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부 핵심 백업멤버가 빠져나갔지만 주전 라인업이 건재하고 무엇보다 리그 최고의 선수인 ‘조커’ 니콜라 요키치(29‧211cm)의 존재가 크다. 해당 매치업이 유독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미네소타는 이른바 상성에서 덴버에게 가장 까다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덴버는 요키치의, 요키치에 의한, 요키치를 위한 팀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공격 시스템이 요키치 중심으로 돌아간다. 요키치가 버티고있기 때문에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만약 덴버라는 팀에서 요키치가 빠져버린다면 자말 머레이(27‧193cm)는 주전과 벤치를 오가는 기복심한 듀얼가드, 애런 고든(29‧203cm)은 운동능력만 뛰어난 만년 기대주, 마이클 포터 주니어(26‧208cm)는 준수한 장신 슈터 정도로 가치가 떨어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요키치가 있기에 이들 모두 자신이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며 가지고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고있다는 평가다. 물론 요키치 또한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덴버는 요키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이다. 운동능력과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이 요키치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패스를 잘 받아준다.
이러한 부분은 원팀이라는 점에서는 최고의 장점이지만 반대로 큰 약점이 되기도 한다. 요키치가 막히거나 고전할 경우 경기력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빅맨진은 질과 양적인 면에서 리그 최고다. 루디 고베어(32·216cm)와 칼-앤서니 타운스(28‧211cm)의 ‘트윈타워’는 각자 다른 색깔로 시너지효과를 낸다.
‘에펠탑’ 고베어는 ‘올해의 수비수’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수비형 빅맨이다. 타운스는 긴 슛거리를 장기로 가지고 있다. ‘올시즌 식스맨상’ 수상자 나즈 리드(25·206cm) 역시 포스트가 약한팀같으면 충분히 주전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이들이 합공 혹은 교대로 괴롭히면 아무리 요키치라해도 고전할 것이다는 분석이 적지않았다.
2차전까지 0-2로 밀릴 때까지만해도 이러한 예상은 맞아떨어지는 듯 싶었다. 미네소타 빅맨진의 효과적인 수비에 더해 다른 선수들의 도움수비까지 끊임없이 들어오면서 요키치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옵션이 확실히 주춤했다. 설상가상으로 머레이, 고든 등의 슛감까지 좋지않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덴버의 스윕패 얘기까지 나왔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하지만 3차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요키치가 더 공격적으로 나온 영향이 크다. 습관적으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능한 요키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는 쉽지않다고 판단하고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그러다보니 미네소타가 자랑하는 빅맨진은 요키치의 압박을 감당하지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고 본인들이 당초 준비했던 수비 플랜에 전체적으로 균열이 갔다.
그런 점에서 15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볼 아레나서 있었던 5차전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도 중요했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균형을 깨는 리드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양팀이 치열하게 맞선 가운데 승리는 덴버의 차지였고 일등공신은 정규시즌 MVP 요키치였다.
40득점, 7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엄청난 성적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실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플레이오프 역사상 40득점, 13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며 실책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은 선수는 크리스 폴에 이어 요키치가 두 번째다.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키치는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고베어를 필두로 미네소타 수비진이 필사적으로 요키치 봉쇄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자신보다 키가 큰 고베어를 두터운 몸으로 밀어붙이고 오른쪽 왼쪽으로 페이크를 주다가 미드레인지 점퍼를 꽂아넣는 것을 비롯 공격방향을 속이고 슬쩍 옆으로 빠져 훅슛을 날렸다. 수시로 무게중심을 바꿔가면서 잔스텝을 잘쓰니 수비좋은 고베어도 연신 속고 또 속았다.
고베어로는 어림도 없자 타운스 등이 함께 막았지만 달라질건 없었다. 둘 사이를 뚫고 연신 돌파를 성공시키고 육중한 몸으로 플로터까지 넣어댔다. 좀처럼 시도하지않던 덩크슛도 여러번 나왔다. 그만큼 요키치의 공격 의지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시대 최고 선수의 대적불가 퍼포먼스였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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