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 군단 어벤져스 멤버중 가장 강한 인물을 꼽으라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빠질 수 없다. 영화에서는 스토리상 능력치가 하향조정되며 원작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실제 그가 가진 힘은 시리즈 최강 빌런인 타노스조차 일대일로 어렵지않게 제압할 정도다. 통칭 ‘소서러 슈프림(우주 최고의 마법사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풀파워의 스트레인지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 신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스트레인지의 가장 무서운 능력중 하나는 다재다능함이다. 세계관속 대부분 히어로, 빌런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자신만의 특기와 기술이 정해져있다. 스트레인지는 다르다. 그는 우주적 대상, 이른바 신적인 존재들과 계약을 맺었고 그로인해 필요할 때마다 기술을 끌어다 쓸 수 있다. 단순히 눈앞의 상대나 대상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비틀고 시간을 되돌리며 환상 속에 머물 수 있는 이유다
거기에 더해 슈퍼 아이템도 다양하다. 마법적 능력에 제한이 걸리거나 마법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때 주로 쓰이는데 하나하나 대단한 활용범위를 자랑한다. NBA를 마블 세계관에 비유한다면 스트레인지 포지션을 가져갈만한 선수로는 니콜라 요키치(29‧211cm)가 있다. 스피드, 탄력 등 운동능력면에서 평균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술과 높은 BQ로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은 흡사 마법사를 연상시킨다.
스트레인지가 사용하는 '아가모토의 눈'은 빛을 방출해서 모든 환상과 거짓을 꿰뚫고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 요키치의 시야는 코트 전체를 넓게보고 동료들은 물론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예측하고 캐치한다. 센터는 주로 골밑인근에서 몸싸움을 하고 스크린을 걸어주면서 포스트를 사수하는 것을 첫 번째 임무로 한다.
때문에 넓은 시야까지 갖추기가 쉽지않다. 외곽으로 볼만 잘 빼줘도 패싱센스가 좋다는 칭찬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요키치는 다르다. 야구에서 포수가 안방마님으로서 수비 전포지션을 살피고 투수를 리드하듯 팀에서 가장 크고 높은 시선으로 플레이를 진두지휘한다.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다.
'비샨티의 책'은 전설의 서적으로 불린다. 모든 마법 비술에 대응하는 방어 주문이 담겨있는 방어서이며 가장 강력한 백마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나 찾거나 볼 수 없으며 그 정체나 기원마저도 까마득하다. 스트레인지 역시 우연한 기회에 책의 일부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찰나의 순간이지만 큰 깨달음을 얻게된다.
요키치는 앞서 언급한 스트레인지처럼 다재다능함에서는 그 어떤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깨달음을 얻고 농구를 배워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플레이를 보면 볼수록 깊이와 다양한 수에 감탄만 터지기 일쑤다. 요키치가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통 농구 선수의 운동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탄력과 스피드다. 한마디로 잘뛰고 잘달리면 운동능력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요키치는 운동능력이 심각하게 안좋다. 하지만 직접 코트에서 요키치와 맞붙어본 선수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몸과 몸을 비비고 부딪히며 승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무수히 당해왔기 때문이다.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농구에서 운동능력의 범주는 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요키치의 큰 체격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은 최고의 운동능력중 하나다”고 말한 바 있다.
비단 농구뿐 아니라 축구 등 신체 충돌이 많은 스포츠에서 적지않은 숫자의 테크니션 플레이어들이 가장 고전하는 부분중 하나는 파워다. 아무리 빼어난 센스와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있다해도 상대가 몸으로 부딪히며 견제하기 시작하면 가지고있는 테크닉을 온전히 발휘하기 쉽지 않아진다.
억지로 그런 과정을 견디려하다보면 체력도 쉽게 빠지고 몸에도 데미지가 쌓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성공한 테크니션을 보면 대부분 단단한 몸과 강한 힘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요키치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콜라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체격과 거기에 걸맞는 파워를 겸비했다.
요키치는 공격시 포스트업을 누구보다도 잘쓴다. 포스트업은 센터의 기본 공격옵션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않다. 다른 공격에 비해 시간이 소모되는지라 상대의 더블팀 대처 등에 먹잇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키치는 전혀 걱정없다. 조금의 틈만 있어도 육중한 몸으로 거침없이 밀고들어간다.
워낙 공격옵션이 다양하고 대처능력이 좋아 어지간한 팀수비 정도는 그냥 프리패스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고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음먹고 공격에 나서면 최상급 피벗동작과 좋은 손끝감각 등으로 연신 매치업 상대를 털어버리기 일쑤다.
'와툼의 지팡이'는 마블 세계관에서도 모든 차원을 통틀어 단 여섯개뿐인 신비로운 유물로 묘사된다. 마법 에너지를 강화, 증식, 수집, 집중시켜주며 사용자의 능력치를 올려준다. 요키치의 다양한 기술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최고의 무기는 타이밍 포착능력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비롯 다양한 페이크까지 섞어쓰며 흐름 자체를 자신 쪽에서 조절한다.
요키치는 현재 치러지고있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미네소타 빅맨진을 상대로 많은 돌파를 성공시키고 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돌파에 높고 빠르고 운동능력좋은 미네소타 센터들이 연신 당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언뜻보면 막무가내로 돌파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다양한 옵션에 더해 그때그때 타이밍을 워낙 잘 빼앗는지라 상대가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마법같은 플레이로 경기를 지배하는 요키치의 위엄이 느껴진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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