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선수들이 수준급 운동능력을 기본으로 갖추고있는 괴물들의 무대 NBA, 거기에서도 특별한 일부 짐승급 흑인 플레이어들의 경우 폭발적인 퍼스트스텝을 앞세워 삽시간에 매치업 상대를 따돌리고 주변 수비가 반응하기도 전에 림어택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먹잇감을 향해 날아드는 한 마리 흑표범처럼 운동능력의 절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격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본인의 공격미스도 있겠지만 수비쪽에도 운동능력좋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지라 잘 뚫었다 싶은 순간에도 전후좌우에서 위협적인 블록슛이 날아든다. 이를 의식해 공중에서 한번더 자세를 바꿔서 슛을 시도하는 선수도 있고 그것까지 파악해서 한템포 빠르게 혹은 한템포 죽여서 블록슛을 시도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 곳이 NBA다. 다양한 국가, 비슷한 또래 중에서 최고로 불리던 이들만이 밟을 수 있는 무대이며 거기서 다시 생존을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NBA에 진출했다는 자체만으로 아마시절 실력에 대한 검증은 더 이상 필요없다. 전미 혹은 전세계에서 손에 꼽힐만한 재능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해당 자리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뷔하는 순간부터 또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승리에 굶주린 경쟁자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재능이 아니라면 성공보다는 생존이 먼저가 될 수도 있다. 타리그에서 득점머신으로 명성을 떨친 선수라도 NBA급 수비 앞에서는 고득점은 커녕 슛찬스 한번 제대로 가져가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로 서부 컨퍼런스 결승을 치르고있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에이스 루카 돈치치(25‧201cm)는 대단하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선수다. 짐승같은 선수들이 득실거리는 그곳에서 그의 운동능력은 큰 무기가 되지못한다. 유럽리그에서야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준수한 수준이었지만 NBA에서는 평균도 장담하기 힘들다.
워낙 높이 뛰고 빨리 달리는 선수들이 득실거린다. 현대사회에서 인종을 거론하는 자체가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농구라는 스포츠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예외가 허용된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흑인들의 운동능력은 타인종을 압도하고 그중에서도 최상급 플레이어들이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백인 등 타인종 선수들이 가장 벽을 느끼는 부분으로 농구는 흑인을 위한 스포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돈치치도 거기에 해당된다. 그가 드리블을 치고 앞으로 달려가면 대부분 매치업 상대는 어렵지않게 반응한다. 바싹 따라붙어 함께 뛰어가거나 먼저 달려가 동선을 선점하고 앞에서 가로막기도 한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매우 불리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치치의 농구는 그 다음부터 위력을 발휘한다. 애당초 스피드로 매치업 상대를 제치거나 가속도를 붙여 수비진을 찢어버리는 등의 짐승같은 플레이는 그의 농구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농구를 꿈꿨다면 오늘날의 돈치치는 없었을 것이다. 미친 운동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치치는 수비가 매우 힘든 선수다.
일단 그는 눈에 띄게 높이 뛰고 빠르게 달릴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순발력은 나쁘지않다. 거기에 속도를 줄이고 높이는 가감속 능력이 좋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잘 빼앗는지라 상대가 지척에서 따라붙어도 어렵지않게 떨쳐내버린다. 운동능력을 상쇄시키는 돈치치의 가장 강력한 신체무기는 힘이다.
포지션대비 신장, 덩치가 좋고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파워가 강한지라 몸싸움, 힘대결에서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다. 같은 가드 포지션에서는 대부분 압살수준이며 자신보다 큰 4, 5번 선수를 상대로도 포스트업을 성공시킬 정도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내외곽에 걸쳐 다양한 공격스킬을 가지고있는 상태에서 힘이 받쳐주는지라 전방위로 상대 수비진을 박살내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러한 돈치치의 다재다능한 화력은 클러치 상황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한번의 공격이 중요한 상황에서 포지션에 상관없이 매치업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 가드나 어설픈 사이즈의 스윙맨은 포스트업 등 대놓고 힘으로 무너뜨리고 큰 사이즈의 빅맨은 스피드나 슛으로 일격을 먹인다.
워낙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은지라 상황에 따라서는 가드를 페이스업으로, 센터를 포스트업으로 공략하는 등 허를 찌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스텝백 슈팅 기술이 한층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를 입증하듯 미네소타와의 지난 2차전에서 '올해의 수비수'까지 받은 최고의 수비형 센터 루디 고베어를 상대로 경기 막판 스텝백 3점슛을 적중시켜 승부를 가르기도 했다.
여기까지만해도 돈치치는 수비가 정말 힘든 특급 에이스다. 하지만 다들 알고있다시피 돈치치는 여기에 그치지않는다. 에이스인 것은 맞지만 야전사령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넓은 시야와 높은 BQ를 바탕으로 질높은 패스를 경기내내 쉴새없이 뿌려댄다. 다지선다형 플레이어로서 니콜라 요키치와 함께 리그 최정상에 서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리에 상관없이 빈틈이 보인다싶으면 아니 필요한 순간에는 빈틈을 만들어서라도 동료들에게 패스를 찔러넣어줄 정도다. 최고의 득점원이자 패스마스터라고 할 수 있다. 돈치치는 현재 무릎, 발목 부상을 안고도 전방위로 펄펄날며 소속팀의 시리즈 전적 3-0리드를 이끌고있는 중이다. 마지막 남은 1승마저도 챙기며 대망의 파이널까지 진격할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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