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력할 수가…’ 현재 진행중인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을 지켜보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팬들의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맞상대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시리즈 전적 0-3, 일방적으로 지고있기 때문이다. 매경기 접전이 펼쳐지며 근소한 점수차로 패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진 것은 진 것이다.
케빈 가넷 시절부터 미네소타를 응원했다는 한팬은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혹시나하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피닉스를 완파하고 디펜딩 챔피언 덴버까지 잡아내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물론 파이널 우승은 천운도 따라야하는 것인지라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변변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리버스 스윕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두경기 정도는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컨퍼런스 결승 시리즈 시작 전까지만해도 미네소타는 정규시즌 승률 1위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1, 2라운드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맞붙은 피닉스 선즈는 미네소타의 천적중 하나였다. 정규시즌 기준으로 최근 15번의 맞대결에서 2승 13패로 일방적인 열세였는데 이번 시즌 역시 피닉스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수비왕' 루디 고베어(32·216cm), '슈팅 센터' 칼-앤서니 타운스(28‧211cm)의 '트윈타워'에 ‘올시즌 식스맨상’ 수상자 나즈 리드(25·206cm)까지 버티고있는 포스트는 질과 양적으로 리그 최고였으며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는 '차세대 마이클 조던'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을 정도로 득점력에 물이 올라있는 상태였다.
물론 데빈 부커, 케빈 듀란트, 브래들리 빌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의 피닉스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지나치게 슈팅형 득점원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지적도 받고있었지만 선수들의 이름값만큼은 어떤 팀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이를 입증하듯 이른바 터지는 날에는 어떤 팀도 감당하기 힘든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피닉스를 4승 0패로 가볍게 제압해버렸다. 4차전 막판 나온 에드워즈의 토마호크 덩크슛은 늑대 군단의 비상을 온 천하에 알리는 포효를 연상케했다. 가넷 시대였던 2004년 이후 아주 오랫만에 2라운드에 진출했던 것인지라 감회도 남달랐다. 그러한 기세는 니콜라 요키치가 이끄는 덴버 너게츠를 상대로도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우승후보 덴버의 카운터 팀은 미네소타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덴버는 철저하게 요키치 중심으로 세팅이 된 팀이다. 그만큼 요키치가 엄청난 선수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요키치가 봉쇄된다면 답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대부분 여기에 실패한다.
특히 지난 시즌 이후 플레이오프에서의 난이도는 이전보다도 훌쩍 올라갔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다른 팀과 달리 미네소타는 그 어려운 미션을 해냈다. 1, 2차전을 잡아낼 때까지만해도 스윕승이 예상될 만큼 기세등등했으나 요키치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7차전까지 혈전을 벌였다. 하지만 2승후 3연패로 리버스 스윕이 우려되던 상황에서 이를 다시 뒤집고 최종 승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미네소타가 얼마나 단단한 팀이 되었는지가 새삼 증명된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런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밀리고 있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덴버와의 7차전에서 3쿼터 초반, 20점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뒤집으며 역대 플레이오프 7차전 최다격차 역전승을 새로 썼을 정도로 근성과 투지를 보여왔던 미네소타다. 요키치라는 거대 불곰이 5차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으나 승리에 굶주린 미네소타의 늑대들은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송곳니를 드러내고 더욱 강하게 야생성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팬들 사이에서는 ‘전력은 물론이거니와 집요함, 끈기 등에서도 한단게 발전하게된 시리즈였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댈러스 원투펀치 루카 돈치치(25‧201cm)와 카이리 어빙(32‧187.2cm)을 상대로는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못하고 있다.
물론 돈치치와 어빙은 누구나 어려워할만큼 대단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서부 결승까지 오면서 부커, 듀란트, 요키치 등 쟁쟁한 강자를 상대해왔다. 특급 플레이어에 대한 경험과 내성이 많이 쌓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돈빙 듀오’에 대한 수비가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화력 또한 이전 시리즈같지 않은 모습이다.
돈치치와 어빙 콤비는 강력한 핸들러 두명의 조합이 제대로 돌아갈 경우 어떤 시너지효과를 낼수 있는지 새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과거 휴스턴 로케츠가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을 앞세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를 벼랑 끝까지 내몰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당시 둘이 부상없이 끝까지 경기를 완주했다면 골든스테이트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돈빙듀오의 댈러스는 현재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경기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고있는 모습이다. 둘다 득점과 패싱게임이 모두 되는지라 어느 한명에 수비력을 집중하기 쉽지않다. 데릭 존스 주니어(27‧198cm), 대니얼 개퍼드(26‧208cm), 데릭 라이블리 2세(20‧216cm), P.J. 워싱턴(26‧201cm) 등은 이들에 맞춰서 볼없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경기내내 왕성한 활동량으로 높은 에너지레벨을 보여주고 있다.
피닉스는 핵심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했고 의존도 또한 높았다. 덴버는 더했다. 무조건 요키치만 괴롭히고 잡으면 됐다. 설상가상으로 요키치의 부담을 덜어줘야할 자말 머레이까지 부진했다. 머레이는 팀내에서는 포인트가드를 주로 맡지만 공격 성향이 강하고 그마저도 기복이 심하다. 거기에 패싱 게임을 해도 전체를 보고 펼치기보다는 특정 영역이나 패턴위주에 그친다.
돈치치나 어빙은 다르다. 둘다 훌륭한 야전사령관으로서 코트를 넓게보고 플레이하며 패스 한번으로 경기 흐름을 확 바꾸는게 가능하다. 요키치만 잡고 늘어지면 게임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던 덴버에 비해 댈러스는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미네소타에게 너무 힘든 돈빙듀오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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