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핫한 국내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이정현(25‧187cm)을 들 수 있다. 현재 32경기에서 평균 21.47(6위), 6.66어시스트(2위), 3.53리바운드, 1.75스틸(2위)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득점같은 경우 20득점 이상 기록 중인 선수는 리그에 6명이 있는데 그중 국내 선수는 이정현뿐이다.
이정현은 시즌 중 어깨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지난달 5일 복귀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이정현에게 적응 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서운 기세로 득점과 어시스트를 몰아치며 '이팀의 에이스는 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팀 공헌도만 놓고 따졌을때는 33경기에서 평균 17.67득점, 3.97어시스트, 11.33리바운드, 1.45스틸, 0.94블록슛을 기록중인 1옵션 외국인선수 치나누 오쿠아쿠(28‧206cm)에 뒤지지않는다는 평가다. 국내선수임에도 실질적으로 외국인선수와 대등한 입장에서 팀내 원투펀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역대로 봐도 흔치않다.
이정현이 시즌이 끝날때까지 현재의 페이스를 지킬 수 있다면 2010~11시즌 귀화선수 문태영(은퇴) 이후 무려 13년 만에 '국내 선수 시즌 평균 20득점' 고지를 밟을 수 있게 된다. 많은 이들이 꼽는 이정현의 최고 장점은 ‘멘탈’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있어도 조급함, 부담감 등을 이겨내지못하면 기대만큼 성장하기 쉽지않다.
이정현은 매시즌 흔들림없는 모습으로 스탭업에 성공하고 있다. 베테랑 이대성과 뛰던 루키시절에는 대학시절과 확 달라진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줬고 지난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전성현(33‧188.6cm)에 이어 토종 2옵션으로서 꾸준하게 뒤를 받쳐줬다.
이정현의 진가는 지난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소노(당시 캐롯)의 조기탈락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팀내 이런저런 사정은 둘째치더라도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서 정규시즌 내내 주포역할을 해주던 전성현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가 컸다. 실제로 전성현은 현대모비스와의 4차전 때 돌아왔고 시즌 끝까지 컨디션을 찾지못했다.
가장 믿었던 토종 주포 전성현이 없는 상황에서 김승기 감독의 선택은 단순했다. 토종 2번째 득점원이었던 이정현에게 ‘이제는 네가 에이스다’며 팍팍 밀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는 어린선수에게 큰 부담이 될수도 있다.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갑자기 에이스 역할을 그것도 플레이오프같이 큰 경기를 앞두고 맡기면 심적으로 적지않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당찬 이정현은 그대로 기회를 살렸다. 플레이오프 내내 풀타임에 가깝게 출전하며 당시 외국인선수였던 디드릭 로슨(27‧201cm)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상대팀에서는 이정현이 공격의 중심에 선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고, 집중 수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은 펄펄 날았다.
플레이오프 내내 이정현을 빛나게 해준 가장 큰 무기는 포스트업이었다. 보통 공격력이 빼어난 가드는 빠른 발을 살려 페이스업을 시도하거나 슈팅력을 앞세워 공격의 선봉에 서는 경우가 많다. 이정현은 달랐다. 언급한 부분은 당연스레 잘했거니와 거기에 더해 포스트업을 활용해 상대수비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정현은 가드중에서도 힘이 좋은편이다. 때문에 동포지션 선수는 물론 자신보다 큰 선수가 매치업 상대로 붙어도 기회가 왔다싶으면 망설이지않고 과감하게 포스트업을 시도한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에 더해 빠른 퍼스트 스텝이 받쳐주는지라 막아내기가 여간 어렵다는 평가다.
포스트 인근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부터 대놓고 포스트업을 쳐도 수비수가 쭉쭉 밀릴 정도다. 반면 자신은 상대가 몸으로 밀고들어와도 어지간해서는 밀리지않는다. 포스트업을 의식해 사이즈나 힘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가 붙으면 순간 움직임과 다양한 기술을 통해 제쳐버리거나 빈공간 동료를 향해 어시스트를 뿌린다.
이정현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로 슈팅가드가 익숙한 선수다. 하지만 소노에서는 포인트가드로 뛸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색하지않다. 퓨어 포인트가드처럼 넓은 코트비전으로 지휘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고 빈틈을 찾아내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좋다. 자신이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적절하게 패스를 빼주며 다른 팀원들의 움직임까지 굳게하지 않는다.
일부 온볼 플레이어같은 경우 고득점을 올리는 한편 어시스트도 적지않게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앞세워 자신은 이기적이지않다고 어필하기도한다. 그러나 이는 숫자가 주는 오류일수도 있다. 본인이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많은 공격 기회를 독점해도 확실한 기회때 패스를 주면 어시스트 숫자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팀 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 그런경우에는 팀 전체의 공격흐름이 뻑뻑한 경우가 많다. 이정현의 패싱플레이는 어시스트와 관계없이 공을 잘 돌려주면서 전체적인 팀 플레이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줄 알고 폭격기 모드로 상대 수비진을 맹폭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있다. 본래 슈팅가드가 익숙한 선수지만 포인트가드로서도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정현은 개인성적만 놓고보면 정규시즌 MVP도 충분히 노려볼만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않을것으로 보인다. 소속팀 소노가 8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6위 현대모비스와의 승차도 적지않게 벌어져있는지라 플레이오프 가능성도 희박하다. DB의 선두질주를 이끌고있는 아시아쿼터 가드 이선 알바노(27‧185cm), 2위 KT의 대들보 하윤기(25‧203.5cm) 등과 비교해 크게 불리한 부분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6강 진출에 실패한 팀에서 정규시즌 MVP가 나온 경우는 2008~09시즌 7위팀의 안양 KT&G(현 정관장) 주희정이 유일하다.
어떤 면에서 이정현은 다음 시즌에 많은 것을 걸어볼만하다. 외부 FA영입 등 대대적인 전력보강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상전 팀내 1옵션을 맡았던 전성현까지 돌아오기 때문이다. 주전급 윙자원 혹은 빅맨에 이정현, 전성현라인이라면 어느팀을 상대로도 해볼만하다. 그럴경우 정규시즌 MVP,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문복주 기자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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