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구 팬들 사이에서 GOAT 논쟁이 뜨겁다. ‘킹’ 르브론 제임스(39‧206cm) 때문이다. 르브론은 기록의 사나이다. 오랜시간 동안 꾸준하게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지라 수많은 역대 기록을 차례로 경신하고 있다. 특급기량에 더해 내구성과 자기 관리까지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다.
최근 르브론은 또다시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다. NBA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4만 득점을 넘어섰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서 열린 덴버 너기츠와의 홈경기에서 2쿼터 1분 21초에 오른손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며 역사를 썼다. 르브론의 4만 득점 돌파는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리그에서 활약했고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 카림 압둘자바가 보유한 정규리그 최다 득점 종전 기록(3만 8387점)을 뛰어넘은 데 이어 아무도 밟아보지못한 4만 득점 고지에 올라섰다. 'NBA 역사상 최초로 4만 득점·1만 리바운드·1만 어시스트를 모두 달성한 선수'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게됐다. 1984년생 르브론은 2003년에 데뷔한 이래 올 시즌까지 오랜시간을 뛰고 있음에도 여전히 꺾이지않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성기에 비해 기량 자체는 조금 내려왔지만 여전히 한팀의 에이스급 가치는 보여주고있는데 이를 입증하듯 앤서니 데이비스와 함께 레이커스의 원투펀치로 활약중이다. 어느덧 NBA 등록 선수 중 최연장자에 해당되지만 은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자신의 은퇴 시기를 스스로 정하는 행보도 가능할 것이다는 예상이다.
그런가운데 대기록을 쓴 현재형 레전드 르브론을 둘러싸고 또 다시 GOAT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부동의 역대 1인자로 꼽히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도 비교 우위를 논할 때가 됐지 않냐는 것. 언제나 그렇듯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그래도 임팩트의 조던이다’는 의견과 ‘누적 기록은 GOAT를 입증하는 확실한 데이터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GOAT를 비롯해 역대급 선수 사이에서의 순위 및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각종 데이터 및 수상 실적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것 같다가도 임팩트, 이미지 등 주관적인 부분까지 포함되기 일쑤다. 하물며 GOAT같은 경우 그 기준이 더욱 엄격하고 복잡할 수 있는지라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레전드끼리의 비교에서는 각자의 개인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조던같은 경우 구태여 르브론과 비교하지않아도 누적 기록의 초강자까지는 아니다. 적지않은 부분에서 순위에 올라있기는하지만 그보다 위에 있는 선수들도 적지않다. 다만 임팩트와 스토리가 확실했다. 데뷔팀 시카고 불스에서 파이널 '6회 진출-6회 우승'을 달성하고 모두 파이널 MVP를 받았다는 부분은 가히 경악스럽다.
정규시즌 MVP 또한 5회 수상했으며 퍼스트팀 10회, 디펜시브 퍼스트팀 9회, 득점왕 10회, 스틸왕 3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대급 득점머신이면서 디펜더였다. 본인이 일부러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3연패후 야구 외도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3연패를 이룬 스토리는 흡사 영화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상에 설 수 있다’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반면 르브론은 조던의 강점인 프랜차이즈 우승, 파이널 6전승 등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르브론은 8연속 파이널 진출을 비롯 10회 진출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쌓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4번밖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덕 노비츠키를 비롯 2010년대의 강자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우승여부를 떠나 파이널에 10번이나 진출했다는 점은 어지간한 선수같았으면 무조건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GOAT를 논하는 르브론 입장에서는 발목을 잡는요소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팀원들과 차근차근 성장한 조던과 달리 옮겨갈 팀의 전력을 파악하고 바꿔가면서 슈퍼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가 크다. 이른바 낭만을 포기하면서까지 우승을 위해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데뷔 이래 쭉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온 것은 정말 대단하다. 조던을 포함한 역대 누구도 르브론만큼 오랫동안 잘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르브론을 지지하는 팬들은 누적기록과 함께 그꾸준함에 높은 점수를 주는 모습이다. 르브론의 엄청난 누적은 GOAT 논쟁과는 별개로 향후 전설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조던의 임팩트도 엄청나지만 르브론의 기록 또한 넘기 힘든 거대한 존재로 자리잡고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팬들 사이에서는 덴버 너기츠의 주전 센터이자 현역 최고의 선수인 니콜라 요키치(29‧211cm)의 GOAT 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규시즌 MVP 2회, 우승 1회, 파이널 MVP 1회 등 현재까지 거둔 업적만 놓고봐서는 GOAT 논쟁은 커녕 10위권 레전드들에게도 쉽지않다.
나이 대비 누적기록 또한 엄청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를 높게 평가하는 팬들은 팀을 이기게 만드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외곽을 오가며 쉽게쉽게 득점하면서도 더 좋은 위치에 동료가 있으면 욕심내지않고 패스를 한다. 경기내내 많은 부분에 관여하지만 정작 자신은 볼을 오래가져가면서 플레이하지않고 함께 뛰는 동료들을 스탭업시켜 준다.
누구보다도 이타적이면서도 경기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이며 별반 의식하지도 않는 트리플더블을 수시로 쏟아낸다. 함께하는 동료들 입장에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기를 지배하는 퍼퍼먼스 자체가 타 선수들과 레벨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인지라 팬들에게 깊은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한창 전성기의 나이인지라 현재의 기량을 30대 중반까지만 유지하면서 3~4회 우승을 추가할수있다면 조던, 르브론이 독점하고있는 GOAT 논쟁에 충분히 끼어들 수 있을 것이다는 평가다. 변수는 인기다. 요키치는 누구나 인정하는 리그 최고의 선수이지만 최고의 슈퍼스타까지는 아니다.
비 미국인, 플레이의 화려함(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이슈메이커와는 거리가 먼 성격 등 관심의 중심에 설만한 요소가 살짝 아쉽다. 하지만 농구 팬들은 알고 있다.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요키치는 조던, 르브론을 제치고 뽑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라는 것을. 순수 실력이 GOAT급이라는 말이 나오고있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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