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실패한 2순위 꼬리표 떼어낼까?
기사입력 2023.01.11. 오후 12:01 최종수정 2023.01.11. 오후 12:01
‘실패한 2순위…’ 현재 수원 kt 소닉붐에서 포워드로 활약중인 한희원(29‧195cm)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말이다. 프로의 장벽은 높은지라 대학때 잘나갔던 선수라도 제대로 적응하지못하고 부진한 경우는 흔하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까지 208경기를 뛰면서 올린 평균 3.64득점, 0.56어시스트, 1.82리바운드의 성적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희원에게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졌던 것은 그가 전체 2순위였던 탓이 크다. 매 경기가 생존 경쟁인 정글과도 같은 KBL리그서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당초 그에게 걸었던 기대치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는것도 사실이다.
그의 앞뒤로 뽑힌 선수가 KGC(1순위) 문성곤(29‧195.6cm), KCC(3순위) 송교창(26‧201.3cm)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문성곤은 ‘문길동’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엄청난 활동량을 앞세워 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워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팀 선배 양희종이 그랬듯 수비와 허슬플레이로도 얼마든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3점슛 등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는 공수겸장으로 진화중이다. 긍정적인 쪽으로 팀 공헌도가 큰 선수인지라 양희종, 오세근 등의 뒤를 이어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이들이 뽑힌 2015년 드래프트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는 선수는 송교창이다. 결과적으로 1순위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량뿐 아니라 당시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3살이나 어린 점도 큰 플러스 요소다. 지명당시만해도 가능성 있는 기대주일 뿐이었으나 현재는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워드로 자리 잡았다.
2m가 넘는 장신임에도 가드급 스피드로 코트를 내달릴 수 있고 드라이브인, 3점슛에 모두 능하다. 거기에 더해 볼 핸들링도 좋은 편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가드 역할까지도 볼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고졸 출신 최초로 정규리그 MVP까지 등극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검증됐다시피 에이스뿐 아니라 궂은일 위주로 뛰는 마당쇠 역할까지도 가능한지라 이래저래 쓰임새가 많은 선수로 꼽힌다.
문성곤은 수비수 이미지가 강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통산 270경기에서 평균 5.99득점, 4.25리바운드, 1.4어시스트, 1.43스틸을 기록 중이다. 현재 상무에서 군복무중인 송교창은 통산 259경기에서 평균 11.85득점, 4.91리바운드, 1.75어시스트, 0.85스틸을 만들어냈는데 이제 전성기에 들어설 나이임을 감안 했을 때 충분히 역대급 누적기록에 도전할만하다는 평가다.
그런 문성곤과 송교창 사이에 끼어있는 셈이 되어버린 한희원인지라 더욱 냉정한 평가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냥 프로 선수로 따졌을 때는 쏠쏠한 벤치자원 정도로는 볼 수 있겠으나 지명순위를 감안하면 그렇다.
한희원 입장에서 최고의 그림은 전자랜드에서 꾸준히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것이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 중, 고교를 모두 지역 내에서 다녔던지라 이래저래 상징성도 높았다. 아쉽게도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고향 팀에서 얼마 뛰지 못했고 KGC를 거쳐 현재는 수원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연고지가 사라졌지만 타팀에 비해 내세울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었던 구 전자랜드 입장에서도, 인천 토박이 한희원 입장에서도 서로 아쉬운 일이다.
아쉽게 문성곤, 송교창같은 국가대표급 선수와 비교되고 있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게 있다. 그들 또한 처음부터 잘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성곤은 대학 시절 이미 국가대표를 경험했을 정도로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프로에 입단해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KGC에서 혹독한 겨울을 겪은 바 있다.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좀처럼 제대로 된 출장시간을 받지 못했고 본인 또한 마음이 급하다보니 어쩌다 코트에 나서면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기 일쑤였다. 송교창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던 관계로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했고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농구 외적으로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KCC에서는 일찌감치 그를 팀의 미래로 점찍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할 시간을 줬고 그로인해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었다.
드래프트 경쟁자들에 비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희원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만 나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20대이며 신체조건 등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경희대 시절 김민구, 김종규 등이 졸업한 이후 주포 역할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도 충분하다.
이를 입증하듯 한희원은 최근 KT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거듭나고있는 모습이다. 그간은 상대 에이스를 전담마크하는 스토퍼 역할을 주로 맡았다. 어떤 면에서는 다소 낯설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미션을 완수해나가며 코칭스탭의 신뢰를 얻었고 경기력도 점점 늘어갔다.
현재 기록중인 19분은 데뷔 후 최다 출장시간에 해당한다. 10일 KCC전에서는 무려 31분 45초동안 코트를 밟았다. 오랫동안 주전급으로 활약해온 선수들에게는 별것 아닌 수치일지 모르지만 한희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를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잃어버렸던 공격밸런스도 차츰 올라오는 모습이다.
슛을 많이 던지지는 않지만 성공률을 높이는 효율적인 농구도 몸에 배여가고 있다. 현재 21경기에서 평균 6.57득점, 1.05어시스트, 2.76리바운드, 0.71스틸을 기록중이다. 그나마 괜찮았던 신인시절을 포함해도 개인 커리어하이에 해당한다. 한창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즌이 끝낼 때 쯤이면 더 향상된 성적도 기대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이 새삼 연상되는 한희원의 행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백승철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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