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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정현vs캐롯 이정현, 훗날 누가 더 빛날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2. 10.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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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정현vs캐롯 이정현, 훗날 누가 더 빛날까?

기사입력 2022.10.09. 오전 08:01 최종수정 2022.10.09. 오전 08:01

스포츠 선수들 입장에서 자신이 뛰고있는 종목에 동명이인이 있다는 것은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자칫 이름이 같은 아주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되면서 상대적 평가절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잘해서는 티도 안나거니와 최악의 경우는 그냥 묻혀버리는 경우도 많다. 누구누구 이름을 언급할시 대부분 내가 아닌 동명이인 선수를 떠올리게되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수한 선수만큼이나 동명이인도 많을 수밖에 없는 프로야구로 예를 들어보면 포수 김광현, 전천후 내야유틸리티 김태균, 우완투수 이상훈 등은 은퇴한 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본인보다 훨씬 유명한 동명이인들에 의해 완전히 묻힌 케이스들이다. 대부분 팬들은 십중팔구 해당 이름에서 저들이 아닌 잘 알려진 스타를 연상한다. 그럴때는 희귀성씨를 가졌거나 아주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부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스포츠는 경쟁이다. 부당한 방법이 아닌 더 잘해서 유명해진 이상 거기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축구 김주성-농구 김주성, 야구 장성호-유도 장성호, 야구 박재홍-축구 박재홍, 농구 박찬희-복싱 박찬희, 축구 최용수-복싱 최용수 그리고 킥복싱 임수정-태권도 임수정-씨름 임수정 등은 서로 대등한 혹은 밀리기는 하지만 완전히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들이다. 상대가 잘할 때 나도 잘한다면 적어도 묻혀버리는 경우는 잘 발생하지않는다.

현재 프로농구에서 가장 유명한 동명이인은 단연 이정현이다. KBL 삼성 썬더스 이정현(35‧190.3cm)과 캐롯 점퍼스 이정현(23‧187cm)에 WKBL 부천하나원큐 이정현(30‧187cm)까지 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 큰정현, 작정현으로 불리는 KBL 이정현같은 경우 현 레전드와 차세대 레전드 후보라는 점에서 현재는 물론 한참의 세월이 흐를 미래까지도 적지않은 비교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지션(슈팅가드), 출신 지역(호남권), 출신 대학(연세대), 띠(토끼띠), 체격 조건에 플레이스타일까지 큰(이)정현과 작(이)정현은 공통점이 많다. 사실 어지간한 선수같았으면 이름이 이정현인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묻힐 각오를 했어야 했다. 큰정현은 잘하는 수준을 넘어 KBL 역사의 한획을 그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하며 살아있는 전설 반열에 올라선 큰정현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로 불리기도 한다. 매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량을 끌어올린 이른바 성장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인 시절만 하더라도 과감성은 인상적이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래프트 2순위로 지명될 당시만해도 ‘다소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샀으나 출장기회를 받기 무섭게 코트에서 펄펄 날아다니며 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동기 박찬희에게 밀리는 등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함도 적지않았다.

상무 입대 이후에는 입지가 달라졌다. 박찬희와 팀내의 위치가 문제가 아닌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2번으로서 자리를 굳히게 됐다. 상무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연속 우승에 기여한 것을 비롯 당시 소속팀 KGC가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엄청난 빅샷을 성공시키며 홈팬들을 웃게 했다. 개인성적도 개인성적이지만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클러치 상황에 특히 강해 ‘해결사’라는 이미지까지 붙었다.

큰정현은 최고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중 한명이다. 3점슛, 미들슛, 돌파에 자유투를 만들어내는 기술까지 좋은 전천후 공격수이면서 볼을 오래가지고 하는 플레이, 볼없는 플레이에 모두 능하다. 높은 BQ를 바탕으로한 패싱능력까지 발군인지라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로 꼽힌다.

지난해 500경기 연속 출전기록을 세우며 KBL을 대표하는 철강왕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을 비롯 팀내에서 리더십도 좋은 선수로 꼽힌다. 다만 많은 나이로 인해 활동량이 떨어지며 수비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을 비롯 아무래도 전체적 기량에서 예전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삼성에서 FA로 그를 데려온 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여전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큰정현이 정점에서 내려오고있는 단계라면 작정현은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작정현은 플레이스타일적인 면에서 큰정현과 많이 닮아있다. 큰정현이 그렇듯 단순히 슛, 패스 등 특정 무엇인가가 좋기보다는 두루두루 능력치를 갖추고있어 적재적소에서 맞춤형 활약이 가능하다.

폭발적인 운동신경이나 에이스 본능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지만 특유의 차분한 성격을 바탕으로 위기상황에서도 냉정한 플레이를 펼쳐 보인다. 외곽슛을 쏠지, 돌파를 해야될지 아님 패스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마치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돌파 득점을 올리는 과정도 다양하다. 빠르게 치고 나가 빈공간을 뚫어내거나 다양한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것은 물론 탄탄한 바디밸런스를 앞세워 외국인 선수를 앞에 두고도 몸을 부딪혀가며 레이업 슛을 올려놓는다. 거기에 상대가 자신보다 파워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포스트업까지 시도한다. 테크닉과 파워는 물론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 자체가 좋다.

패싱 감각도 수준급이다. 돌파를 통해 자신 쪽으로 수비수들을 붙여놓고 비어있는 동료에게 손쉬운 패스를 넘겨주는가 하면 돌파할 듯 속임 동작을 섞어가며 외곽 찬스도 봐준다. 속공시에 부지런히 뛰면서도 함께 달리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어가며 플레이한다. 김승기 감독도 그런 작정현의 능력을 인정하기에 듀얼가드로서 1번 역할을 밀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적어도 다음 시즌에는 슈팅가드보다 포인트가드로 더 많이 코트에 서게 될 공산이 크다.

큰정현은 앞으로도 적지않은 시간동안 KBL에서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누적기록 등 여러 커리어 역시 손가락에 꼽히는 업적을 남길 것이 유력하다. 작정현 역시 지금까지의 기대치로 봤을 때 큰정현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할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작정현이 기대만큼의 대선수가 되어준다면 먼훗날 KBL팬들 사이에서는 ‘두명의 이정현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로 팽팽한 논쟁이 일어날지도 모를일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김경태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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