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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지 프림, 고대 탱크 와센버그를 연상시킨다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2. 10. 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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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지 프림, 고대 탱크 와센버그를 연상시킨다

기사입력 2022.10.14. 오후 05:13 최종수정 2022.10.14. 오후 05:13

울산 현대모비스 외국인선수 게이지 프림(23‧205cm)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새 얼굴 중 하나다. 어느정도 검증을 마친 저스틴 녹스(33‧203cm)에 이어 2옵션 외국인선수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1옵션 못지않은 2옵션이 될 것이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미 연습경기, 컵대회 등을 통해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바있기 때문이다.

특히 컵대회에서의 활약은 현대모비스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컵 대회 4경기에서 평균 21분을 뛰며 16.8득점, 9리바운드, 1.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해 팀 내 공격을 이끌었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 넘치는 골밑 플레이는 상대팀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으며 반대로 동료들에게는 든든함을 느끼게 했다는 후문이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가 의외의 보석을 품에 안았다는 평가도 많다. 일각에서는 ‘프림이 KBL 탱크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예전부터 KBL에서 유독 잘 통하는 유형의 외국인선수가 있다. 기술적 완성도는 둘째치고 같은 외국인선수마저 당황스럽게 할 만큼 강한 힘과 투지로 골밑 인근을 지배하는 타입이 바로 그렇다.

조니 맥도웰(194cm), 아티머스 맥클래리(194cm), 퍼넬 페리(193cm), 존 와센버그(192cm), 얼 아이크(2m), 나이젤 딕슨(201.7cm)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파워에서부터 경쟁력을 가져가며 팀에 공헌한 외국인선수들이다. 아무리 농구가 시대별로 트랜드가 바뀐다고 해도 골밑싸움에서 밀리게되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골밑에서 우세를 가져갈 경우 그로인해 얻어지는 시너지 효과는 무척 크다. 돌파나 슛이 실패해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주고 몸싸움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른바 우겨 넣는 플레이가 나오게되면 상대팀은 당황하고 소속팀의 사기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외곽에서 슛을 쏘는 선수들도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이른바 탱크과의 원조는 역시 맥도웰이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어지간한 장신 센터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 힘이 좋았던 그는 이른바 잘 뛰고 잘 받아먹고 잡 잡아내며 수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장신 센터 외에는 테크니션을 선호하던 경향을 깨트려버렸으며 그로인해 한동안 각 팀에서는 맥도웰과 비슷한, 혹은 맥도웰을 막을 힘 좋은 선수 수급이 유행하기도 했다.

맥클래리는 이른바 맥도웰과로서 우승을 차지한 또 다른 선수이며 페리도 힘좋은 외국인선수하면 빠지지않고 언급됐다. 아이크는 거대한 체구로 인해 ‘벽에 부딪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고 딕슨은 역대 최장신 센터 하승진조차 ‘감당하기 힘든 육체와 힘을 가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파워가 엄청났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골밑에서 탱크같은 존재감을 보여왔던 외국인선수들이다.

어떤 면에서 프림은 맥도웰의 대항마중 한명으로 영입되었던 후보중 한명인 백인 포워드 와센버그를 연상시킨다. 다소 덜다듬어진 듯 세세한 플레이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패기, 힘, 저돌성 등을 앞세워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프림은 와센버그와 비교해 운동능력도 떨어지지 않으면서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업그레이드 혹은 센터 버전이라고 불려도 무리가 없다.

와센버그같은 경우 ‘하얀 맥도웰’로 불렸다. 거구는 아니지만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망설이지않고 골밑으로 돌격하는 과감성이 돋보였다. 장신 숲을 뚫고 드라이브 인을 들어갔으며 타이밍만 맞았다 싶으면 지체없이 턴어라운드 슛을 던졌다. 스핀무브는 힘이 넘쳤으며 수비수를 달고 더블 클러치, 레이업 슛을 구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거기에 경기 내내 쉴새 없이 뛰어다니며 몸싸움을 펼치고 체력까지도 좋은 편이라 아이솔레이션 전술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페이스업, 포스트업 모두 수준급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사이즈의 4번은 힘으로 압도했으며 더 큰 장신 외국인선수와 매치업되면 스피드를 살려 상대했다. 초반에는 ‘닥돌(닥치고 돌파)’에 집중했으나 이후 경험이 쌓이면서 속공 상황에서의 받아먹기 등 함께 하는 공격에도 눈을 떠갔으며 킥 아웃 패스에도 능했다. 수비시에는 적극적인 손질을 통해 스틸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거기에 그는 독특한 자신만의 공격 리듬까지 가지고있었다. 와센버그는 왼손잡이였다. 그러나 왼손잡이면서도 드리블은 또 오른손으로 했다. 오른손으로 드리블하다가 왼손으로 슛을 하면 상대 수비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속임수를 쓰는데도 아무래도 왼손이 오른손보다 낫기 때문이다. 슈팅에서는 약점이 있었지만 빠른 스피드와 드라이브 인, 피벗 등으로 단점을 커버했다.

와센버그가 가성비 나쁘지않았던 고대 탱크라면 프림은 신형 전차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동능력은 그에 못지않으면서 사이즈는 훨씬 커졌다. 투지나 과감성에서는 와센버그 못지않다. 당시 와센버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은 강약조절이었다. 경기내내 ‘강강강강’ 모드로 뛰어다닐 때가 많았고 의욕이 넘쳤던 탓에 파울트러블이 다소 자주 발생했고 그로인해 팀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경우가 잦았다.

프림도 그러한 부분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의욕적으로 승부근성을 발휘하는 모습은 게으르고 성의없던 일부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하면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사실이다. 실제 경기는 물론 연습경기나 훈련 때도 ‘에너지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몸을 사리지않고 뛰는지라 자신도 부상 우려가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에게도 위협이 된다. 거기에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않으면 흥분을 자주 하는데 리액션 또한 과격할 때가 많다. 공을 던지고 코트를 주먹으로 내리치는가하면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찢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컵 대회 4경기 동안 평균 5개의 파울을 범했다. 매 경기 퇴장을 당한 것이다.

이는 정규리그 본무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시점에서 과격한 언행이 나올 경우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 십상이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상대팀에서 전략적으로 이를 이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매경기 시한폭탄와 함께 해야한다. 거기에 부상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팀 전력에도 마이너스다. 상대 선수의 부상을 야기시킬 경우 큰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야생마같은 프림의 에너지가 현대모비스 행보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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