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은퇴, 옥타곤 주름잡았던 167cm 전투호빗
기사입력 2022.10.08. 오전 10:29 최종수정 2022.10.08. 오전 10:29
체력+끈기, 체격은 작았지만 한시대 풍미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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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간의 파이터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더 앤써(The Answer)' 프랭키 에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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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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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파이터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더 앤써(The Answer)' 프랭키 에드가(40·미국)의 마지막 상대가 결정됐다. 다음 달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있을 'UFC 281'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엘 가포(El Guapo)' 크리스 구티에레스(31·미국), 최근 7경기 동안 패배가 없는(6승 1무) 신흥 강자다. 에드가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17년간의 정들었던 프로 파이터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에드가는 '경량급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파이터다. 신장(167.64cm)은 작지만 한때 체급 내에서 적수를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엄청난 괴물로 불렸다. 특히 '천재' 비제이 펜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라이트급, 페더급 먹이사슬의 정상권에서 군림하던 2010~2016년 경까지는 그야말로 체급내 '통곡의 벽'으로 불렸다.
파이팅 스타일상 천적 관계 같이 되어버린 한국계 '김치파이터' 벤슨 헨더슨, '타격몬스터' 조제 알도에게 말 그대로 '한끝'이 아쉬워 번번이 5라운드 판정패를 당했지만 그 외 다른 선수들에게는 일체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워낙 경기력이 안정되어있고 탄탄한지라 의외의 한방조차 기대하기 힘든 컴퓨터같은 파이터였다는 평가다.
커리어 막판 밴텀급까지 내려서 활동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드가는 체급내에서 항상 작은 축에 분류됐다. 그럼에도 사이즈에서 월등하게 앞서던 상대들도 막상 에드가와 붙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페이스에 말리며 무릎을 꿇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은 체격을 커버할 엄청난 파워와 한방을 갖췄다고 예상할 수 있으나 사실은 달랐다.
힘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사이즈를 뛰어넘을 만큼은 아니었고 통산 넉아웃 승이 7회(29%)에 불과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격 파워가 월등하지도 않았다. 외려 한창 전성기 때는 대부분의 경기를 판정까지 몰고가며 '판정 머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의 에드가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그의 장점은 '신체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록 타고난 것에 더해 엄청난 훈련이 뒷받침되었겠지만.
전성기 시절 에드가는 매우 빠른데다 맷집까지 좋았다. 거기에 상식을 넘어서는 체력과 회복력을 옥타곤에서 보여줬다. 빠르고 맷집 좋은 선수가 5라운드 내내 비슷한 페이스로 리듬을 가져가고, 충격을 입은 것처럼 보인 순간에도 금세 회복해서 다시 덤벼드니 상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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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체력과 맷집, 에드가는 또다른 의미의 작은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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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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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그라운드를 가리지 않고 부지런한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빨라지는 느낌까지 안겨줬다.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 자신은 지쳐 가고 어찌보면 이게 정상인데 후반으로 가도 속도가 줄지 않는 에드가는 괴물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더해 정타를 맞춰도 바로 반격하거나 버티기 일쑤고, 다운을 당할 만큼 충격을 안겨줬다 싶은 순간에도 다음 라운드에 접어들면 쌩쌩하게 경기에 나서니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5라운드 경기에 다섯 쌍둥이가 각자 한 라운드씩 맡아서 경기를 하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작고 빠른 선수가 경기 내내 상대를 유린하는 모습에 '전투 호빗'이라는 애칭까지 붙기도 했다. 워낙 부지런하게 쉬지 않는지라 5라운드 판정까지 가도 별반 지루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인간 수면제'로 불리던 조르주 생 피에르와는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가의 현재 전적은 다소 아쉽게 된 것이 사실이다. 통산 전적 24승 10패 1무는 그의 한창 때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낯설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는 최근 들어 커리어가 깎인 탓이 크다. 그의 통산 10패 중 5패는 17년 파이터 생활의 끝자락인 4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이중에는 '코리안좀비' 정찬성에게 2019년 서울대회에서 당한 TKO패도 포함되어있다.
몸을 관리하고 다루는 방식이 발전하면서 최근 선수들은 과거보다 사이즈가 월등해졌다. 예전같으면 규격 외로 불리던 큰 선수들이 지금의 기준으로 봤을 때 평균이 되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선수 생활 내내 작은 체격으로 지금까지 경쟁해온 에드가의 커리어는 충분히 존경받을만하다.
NBA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 앨런 아이버슨은 현역 시절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지금도 회자 되는 명언을 남겼다. 농구를 격투기로 바꿔보면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에드가였다. 많은 팬과 관계자들이 그의 은퇴 소식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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