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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강자 조제 알도, 당시에는 신화였다

격투기/UFC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2. 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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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강자 조제 알도, 당시에는 신화였다

기사입력 2023.02.21. 오후 03:30 최종수정 2023.02.21. 오후 03:30

[UFC 체급별 구도를 말한다⑬] 페더급(3)


브라질의 격투영웅 조제 알도(사진 왼쪽)와 축구영웅 카카
ⓒ 조제 알도 트위터 갈무리

UFC 페더급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가장 친숙한 체급이다. 코리안 UFC리거 중 가장 성공한 '코리안좀비' 정찬성(35·코리안좀비MMA)의 체급이기 때문이다. 비록 챔피언타이틀은 차지하지 못 했지만 정찬성은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UFC에서 타이틀매치를 두 번이나 치른 선수다. 한때 유망주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뛰고 있는 '슈퍼보이' 최두호 또한 같은 체급에 속해있다.

정찬성은 2012년 있었던 UFC on Fuel TV 3 'Korean Zombie vs. Poirier' 대회에서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와 맞붙었다. 둘 다 체급 내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평가받았던지라 차기 주역간 대결로 세간의 관심이 컸다.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른바 싹수 있는 떡잎끼리의 대결이었던 만큼 둘은 수준 높은 공방전을 펼쳤다.

당시 포이리에는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꼽힐 만큼 체급 내에서 기대가 큰 선수였다. 스탠딩은 물론 그래플링까지 뛰어난 균형 잡힌 젊은 강자였던지라 국내에서조차 정찬성의 열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찬성은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타격, 그라운드를 오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우세를 보여갔다.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케이지 쪽으로 몰린 포이리에의 가드 사이를 뚫고 원투가 들어갔고 그림같은 플라잉니킥이 이어졌다. 결국 정찬성은 타격에 충격을 받은 포이리에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봉쇄해나간 끝에 그라운드에서 다스 초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엎치락뒤치락 이어지는 수준 높은 공방전의 승자는 코리안좀비였다. 미국산 다이아몬드도 단단했지만 정찬성은 말그대로 딱 반 수 앞섰다.

경기를 마치고 승자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전 세계 격투팬들을 소름끼치게 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애써 흥분을 자제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저번 승리에 운이 따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원트 조제 알도."

웰터급에서 잘나가던 시절의 김동현은 연승을 이어가던 중 당시 챔피언이었던 조르주 생 피에르를 호명한 적이 있다. 다소 뜬금없는 발언에 경기장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고 헛웃음을 짓는 이들까지 있었다. 중위권 정도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고 있던 김동현이 도발하기에 생 피에르는 너무나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동현이 정찬성처럼 현지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달랐다. 정찬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이아몬드를 깬 정찬성이라면 그만한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36·브라질)가 누구인가. 단순한 챔피언을 넘어 페더급 역사상 최강의 남자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전 체급을 통틀어서도 가장 위대한 챔피언 중 한 명으로까지 평가받았다. 지금에서는 다소 위상이 떨어졌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정찬성과의 승부는 알도 입장에서도 인상깊었던 듯싶다. 그의 트위터에는 정찬성과의 일전을 기념하는 게시글이 올려져 있다.
ⓒ 조제 알도 트위터 갈무리

폭군, 폭행 몬스터 등으로 불렸던 레전드 스트라이커

 

알도는 신장(170.1cm)은 작지만 빼어난 운동신경과 공격성을 바탕으로 WEC, UFC 페더급을 장악하며 오랜시간 동안 지배자로 불렸다. 폭군, 폭행 몬스터 등 그를 가리키는 다양한 별칭이 체급 내에서의 위상을 짐작케 해준다. 한때 세계 최강의 타격가를 언급할 때 '헤비급에 미르코 크로캅, 미들급에 앤더슨 실바가 있다면 페더급에는 조제 알도가 있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다.

한창 때의 알도는 무에타이를 특기로 하면서도 복싱 특유의 거리 감각과 회피 능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타격가로 평가받았다. 무에타이 스타일은 파워는 좋지만 바닥에 발을 붙이고 찰 때가 많아 종합 무대에서 날렵한 스텝을 갖춘 펀처를 만나면 종종 고전하기 일쑤다. 알도는 달랐다. 안면 공격에 대한 회피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근거리에서의 펀치교환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열세를 보이지 않았다.

복서들처럼 경기 내내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기동성을 유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필요한 순간 날렵하게 카운터를 날릴 줄 알았다. 다리는 붙이고 있어도 머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편이며 순간적으로 자신은 공격이 용의하고 상대는 어려운 사각으로 빠진 상태서 펀치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뛰어났다.

선수 생활 초중반에는 전가의 보도인 로우킥을 비롯 미들킥, 플라잉니킥 등 다양한 공격옵션을 내세워 전방위로 상대를 압박하고 부수는 폭군 스타일이었으나 이후 나이를 먹어가고 체력적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펀처 위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장점인 잽을 살려 치고 빠지면서 상대를 괴롭히다가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바디블로우를 적극적으로 섞어 썼다. 거기에 들어오는 상대에 대한 훅카운터도 좋았다.

작은 사이즈에서도 불구하고 알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화력 못지 않게 디펜스 능력의 영향도 컸다. 수많은 경기를 통해 입증했다시피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은 UFC 전체급을 통틀어서도 톱클래스였다. 워낙 거리싸움, 균형감각이 좋은지라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설사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등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금세 몸을 일으켰다. 그래플러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잡아놓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한창 때의 그는 흡사 한 마리의 고양이과 야생동물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정찬성이 그런 알도랑 타이틀 매치를 치른 것만 해도 국내 격투계로서는 엄청난 일이었겠지만 이기고 챔피언이라도 되었으면 정말 큰 사건으로 두고두고 회자되었을 것이다. 정찬성은 군대를 갔다온 후 압박과 진흙탕 싸움을 주무기로 하는 좀비 스타일에서 카운터잡이 유형으로 변화했다. 어떤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실제로도 장점이 많았으나 신체적 능력 등은 좀비 시절이 최고점이었다는 분석이다.

아쉽게도 정찬성은 경기 중 일어났던 어깨탈구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모든 것을 불태우지 못했다. 이전까지 포인트 싸움에서 밀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었고 알도가 후반전에 약한 점을 감안했을 때 끝까지 갔으면 어찌되었을지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정찬성의 다친 어깨를 노려 집요하게 발차기를 날리던 알도의 모습을 지켜보며 국내 팬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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