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색깔 보여준 미‧중‧일 농구영화
기사입력 2023.03.04. 오전 09:01 최종수정 2023.03.04. 오전 09:01
농구영화를 말한다② 쿵푸덩크, 달려라! T학교 농구부, 허슬
쿵푸 덩크(大灌籃‧Kung Fu Dunk‧2008)
‘쿵푸와 농구가 만나 당신의 상상력에 덩크슛을 꽂는다’는 홍보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활극 특유의 과장성을 바탕으로 무협과 농구가 합쳐서 만들어진 퓨전 농구 영화다. 쉽게 말하면 ‘소림축구’의 농구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농구 장면을 생각하면 안된다. 기본적인 룰은 비슷하지만 무협영화에서 볼듯한 보법(步法)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상대를 제치고 경공술(輕功術)로 하늘을 날 듯이 뛰어올라 덩크슛을 찍어댄다. NBA에서 이름난 공중전의 달인들은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다.
얼핏보면 그저 그런 3류 영화같지만 쿵푸 덩크는 상당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만‧중국‧홍콩 합작에 대만 톱스타 저우제룬(周杰倫)과 홍콩 인기 그룹 트윈스의 멤버 차이줘옌(蔡卓姸)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농구장에 버려졌던 고아출신으로 무술학교에서 자라면서 쿵푸 마스터로 성장한다. 부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제일대학 농구부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쿵푸와 농구를 접목한 스타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다. 수준급 CG 액션이 서커스에 가까운 여러 농구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냈다.
농구부 주장의 여동생에게 한눈에 반하며 가슴 설레하는 등 청춘물로서의 부분 역시 강조됐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과장된 액션과 코믹 요소로 인해 감춰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외 디테일한 스토리 등에서 아쉬움이 많지만 킬링타임용으로서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달려라! T학교 농구부(Run! T High School Basketball Club‧2018)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상당수 영화들은 작품의 특성에 맞게 재편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만화와 영화는 다른지라 스토리는 물론 외적으로 보여지는 여러 가지 모습까지 영화와 어울리게 바뀐다. 반면 일본은 조금 다르다. 최대한 원작에 충실(?)해서 만드는 경향이 강한데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에서도 있는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기는지라 마치 코스프레를 보는 듯한 경우가 많다.
'달려라! T학교 농구부' 역시 그렇다.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등장 인물들의 외모, 스토리 그리고 살짝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전형적인 일본 명랑만화의 느낌을 준다. 명문농구부 에이스였던 주인공은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자신 역시 왕따가 되어버리고 어쩔 수 없이 T학교라고 불리는 타다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T학교 농구부원들은 농구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열정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농구 부원 조차 모자랄 정도로 상황이 좋지않았다. 주인공은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라도 농구를 다시 하고싶지 않았지만 부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마음을 열고 다시 농구공을 잡는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농구부는 저력을 발휘해 전국고교농구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된다.
결승전 상대는 주인공에게 왕따의 아픔을 안겨주었던 하쿠스이 고교였다. 결국 끝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공방전 끝에 주인공의 결승골을 앞세워 1점차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한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하기 이를데 없지만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명랑 학원물의 공식을 무난하게 따르고 있는지라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더불어 농구경기 장면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었던지라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도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는 평가다.
허슬(Hustle‧2022)
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국제 스카우터 스탠리 슈가맨(아담 샌들러)은 여러가지 불운이 겹치며 오랜시간 해온 일마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빠진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어급 유망주를 잡아보고자 나이지리아, 중국, 독일, 스페인 등을 돌아다녀 보지만 실제로 만난 그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스페인 길거리에서 픽업 게임을 하고있던 보 크루즈(후안초 에르난고메스)를 발견한다. 스탠리는 그가 엄청난 재능을 갖춘 원석임을 알아차리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임 빈스 사장은 단칼에 거절해버린다. 하지만 보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던 스탠리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미국으로 데려간다. 필라델피아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생각이었다.
보는 신경전에 약했다. 상대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다혈질 성향이 강한데 과거 스페인에서도 폭행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아니라 다를까 쇼케이스 도중 또 다른 유망주 커미트 윌츠(앤서니 에드워즈)의 트래시토크에 분노해 다시 한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만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NBA 혹은 미국 농구의 트래시토크 수준이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수위가 높다는 것 만큼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트래시토크에 대해 상당수 팬들은 ‘상대가 일부러 신경을 긁으려고 해대는 도발인데 왜 참지를 못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윌츠가 던지는 트래시토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의 어머니, 아내, 딸을 하나씩 언급하며 건드려대는데 단순한 모욕을 넘어 성적인 농담이나 근친상간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보같은 다혈질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평범한 남성도 참아내기 힘든 독설이다. 결국 참다참다 폭발한 보는 상대의 의도를 알면서도 윌츠를 밀어제치고 만다. 그 일로 인해 필라델피아 구단과 인연이 끊어져 버린 스탠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6주후에 있을 NBA 드래프트를 목표로 맹훈련에 들어가는데…, NBA에서의 성공을 향한 두 사람의 도전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제작 전부터 농구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르브론 제임스가 제작자로 참여했던 이유가 큰데 NBA 무대를 주제로 하는 영화답게 전현직 NBA 선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보 역의 후안초 에르난고메스, 그를 힘들게 하는 악역을 맡은 앤서니 에드워즈 모두 NBA선수인데 운동선수치고가 아닌 실제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거기에 더해 토바이어스 해리스, 세스 커리, 루카 돈치치, 트레이 영, 조던 클락슨, 크리스 미들턴, 애런 고든, 카일 라우리가 등장하며 한술 더 떠 줄리어스 어빙, 찰스 바클리, 앨런 아이버슨, 케니 스미스, 샤킬 오닐 등 왕년의 스타들까지 모습을 비친다. NBA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넷플릭스, 싸이더스FNH,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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