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로버트슨을 패배시켰던 무명의 시골 고교
기사입력 2023.03.06. 오전 07:31 최종수정 2023.03.06. 오전 07:31
농구영화를 말한다③ 코치 카터, 후지어
코치 카터(Coach Carter‧2005)
“국내 선수들과 달리 외국선수들은 왜 그렇게 말을 잘할까요?” 농구팬들 사이에서 종종 던져지는 화두중 하나다. 일단 어렵다. 직접 질문을 듣기도 했던 필자 입장에서도 대답하기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선수, 팬을 떠나 본래 우리 한국 사람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데, 또 달리 생각하면 그것만도 아니다.
지금은 훨씬 나아졌지만 10여년전만 해도 인터뷰에 임할 때 선수들의 답변은 다들 비슷했다. 잘했다고 하면 최대한 겸손하게 선배 혹은 지도자에게 공을 돌리고, 농구 상황에 대해 물어오면 우물쭈물하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못했다. 결국 누구나 다 알만한 혹은 버벅거리다가 인터뷰를 마치기 일쑤였다.
왜 그럴까? 정말로 그 선수들이 몰라서 그럴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지 몰라도 직접 코트에서 뛰는 선수가, 그것도 수훈선수 등으로 뽑힌 이가 정말로 그 상황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자신이 직접 한일인데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어야 맞다. 다만 속에 담겨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서툴고 낯설 뿐인 것이다.
실제로 선수 시절 무엇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던 인물이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뱉어내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단지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나아졌다고 하기에는…, 그렇다면 선수 생활 말년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남는다. 결국 답은 ‘배움’이다.
지도자는 선수와 다르다. 혼자만 잘해도 됐던 선수 시절과 달리 지도자는 많은 이들을 이끌어야되는 자리다. 때문에 체계적으로 전략, 전술을 공부하고 거기에 더해 화법까지 공부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나 감정적으로 느낀 부분에 대해 제대로 표현이 가능해진다. 만약 농구를 배우던 시절 운동과 함께 학업을 병행했더라면 분명 많은 면에서 달랐을 것이다.
그 외…, 운동선수가 왜 학업을 같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수한 이유가 존재한다. 운동만하기에도 시간이 빡빡하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공부를 함께 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본인에게 득이 되는 부분이 더 많다. 이현중(22‧200cm‧산타크루즈 워리어스)이 고교 시절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NBA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던데에도 어린 시절부터 학업을 병행했던 탓이 크다. 일단 영어의 기본이 됐고 그로 인해 현지에서 적응하는데 다른 국내 선수들보다 여러모로 유리한 부분이 많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 우수한 성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동나이대 학생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그런 부분에서 뒤떨어지면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기 쉽지 않다. 물론 미국도 처음부터 그리된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렇게 해야만이 좋다는 것을 인지한 지도자들이 늘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노력이 더하고 더해져 오늘날의 운동문화를 만들었다.
수십년전 킬리포니아 주 리치몬드 고교에서 농구부 스타로 활약했던 켄 카터(사무엘 잭슨)는 과거를 잊은채 조그만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모교에서 그에게 코치직을 제의했고 이에 카터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만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한다. 학교측은 이에 동의했지만 문제는 학생들이었다.
'농구만 잘하면 됐지...' 농구부원들은 계약서까지 내밀며 서명한 사람만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경질적인 성격의 코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카터는 자신이 정한 선에서의 학업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수업에 빠지지말고 경기 당일에는 정장 차림을 하라는 등 농구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분을 더 강조하며 선수들을 옥죈다. 그렇지않아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하위권 농구부에서 별다른 희망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카터의 행동이 황당하기만 하다.
카터는 완고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다양한 전술을 통해 만년 꼴찌팀 리치몬드고가 17연승을 달리는 강호로 변한 상황에서도 학업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농구 실력과 별개로 선수들의 학업성적이 매우 좋지 못하고 출석률까지 불량하다는 것을 안 뒤에는 체육관을 쇠사슬로 잠궈 폐쇄시킨후 학생들을 강제로 도서관에 불러들인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농구부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심지어 학부모와 지역사회까지 나서서 항의를 하기에 이른다. 모든게 다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 카터의 독선적인 행동이 불필요한 신념으로 보여졌던 것이다. 이에 카터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들려주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도록 설득한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로 ‘운동선수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후지어(Hoosiers‧1986)
1954년 미국 인디애나주 챔피언을 차지한 밀란 고등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동 가득한 농구영화다. 새벽길을 지나 인디애나 시골 마을에 도착한 노먼 데일(진 핵크만)은 처음엔 그저그런 이방인일 뿐이었다. 히코리 팀의 새로운 농구 코치로 부임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과 농구부원들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이는 데일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원도 7명일뿐더러 기량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엉망이었다. 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늬만 농구부였다. 그나마 농구를 할 줄 아는 에이스 지미 칫우드는 운동자체에 흥미를 잃고 훈련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당장 해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던 데일 코치는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외려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해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켰고 결승전까지 진출해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수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그중 결승전을 앞두고 탈의실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점수와는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승리자다’는 말을 한후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의 모델이 된 밀란 고등학교가 당시 꺾었던 상대중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를 반영하듯 애틱스고는 흑인들만 다녔고 밀란고는 전 선수가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력상 에틱스고가 한수 위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준결승에서 밀란고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만다. 당시 에틱스고에는 이후 NBA의 레전드로 성장하게 되는 ‘빅 오(The Big O)’ 오스카 로버트(84‧196cm)이 뛰고 있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UIP코리아, 후지어 공식포스터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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