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주원과 조던 사이…, 새우등 터진 샘 보위
기사입력 2023.03.19. 오전 09:01 최종수정 2023.03.20. 오전 11:43
NBA 신인 드래프트 2순위 열전② 샘 보위
샘 보위(61‧216cm)는 NBA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2순위'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좋은 쪽으로 유명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아쉽게도 반대로 이름이 높다. 무엇을 크게 잘못해서가 아니다. 그는 198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받았다. 훌륭한 신체조건에 고등학교, 대학교에 걸쳐 출중한 기량과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이상한 지명도 아니었다.
듬직한 센터가 아쉬웠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입장에서는 보위가 충분히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문제는 당시 드래프트가 NBA 역사에서도 손꼽힐만한 ‘황금 세대 드래프트’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보위는 지난 편에서 소개한 1983년 드래프트 2순위 스티브 스테파노비치(61‧211cm)보다는 잘했다.
하지만 아쉬운 2순위를 논할 때 스테파노비치의 이름을 거론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반면 보위는 너무 유명인사다. 불행하게도 하필이면 1984년에 참가한 이유가 크다. 일단 전체 1순위 는 역대 최초 아프리카 출신 1순위로 기록될 나이지리아 출신 하킴 올라주원(60‧213cm)이 지명됐다.
올라주원은 보위와 비교도 안될만큼 큰 업적을 세운 명센터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앞서 지명되었으니 큰 관련은 없을 수 있다. 문제는 보위 다음 순번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0‧198cm)이라는 사실이다. 조던을 지나쳤다는 사실만으로 보위는 드래프트때마다 수시로 언급되며 고통받고 있다.
4순위는 준수한 포워드로 나름대로 이름을 남긴 샘 퍼킨스(61‧206cm)이며 5순위는 한시대를 풍미한 언더사이즈 빅맨의 전설 '날으는 냉장고' 찰스 바클리(60‧198cm)다. 퍼킨스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새우등 터진 격이다. 심지어 역대 어시스트, 스틸 1위 기록을 가지고있는 포인트가드계의 전설 존 스탁턴(60‧185cm)은 이때 전체 16순위로 유타재즈에 뽑힌바있다.
보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랄프 샘슨, 스티브 스테파노비치 등과 함께 전국구 센터로 명성이 높았다. 매경기 상대팀의 골밑을 박살내며 높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올렸다. 1979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에서 이들 3명을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그해 바이런 스캇, 스티브 스테파노비치, 아이재이아 토마스, 도미닉 윌킨스, 제임스 워시 등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맥도날드 올아메리칸 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다.
켄터키 대학 시절에도 보위는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1학년때 평균 12.9득점, 8.1리바운드, 2.1블록슛으로 될성싶은 떡잎으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과시했고 2학년 들어서는 17.5득점, 9.1리바운드, 2.9블록슛으로 기록이 올라갔다. 더불어 1980년에는 19살의 나이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팀내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3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는데 그로인해 1시즌을 통째로 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틀랜드는 1984년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보위에게 던졌다. 일단 포틀랜드는 빅맨이 절실했다. 빌 윌튼이 떠난 이후 허약한 골밑은 항상 약점으로 지적되었고 포스트를 지킬 확실한 주전 센터를 발굴하는 것이 지상목표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드래프트 직전에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과의 부적절한 접촉으로 인해 NBA측으로부터 벌금까지 부여받았을 정도로 이른바 안달이 나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에이스 마이클 조던을 뽑아야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팀내에는 짐 팩슨이 건재했고 거기에 더해 직전시즌 뽑았던 클라이드 드렉슬러라는 가능성 넘치는 차세대 에이스까지 있었던지라 저격수나 스윙맨 유형의 선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빅맨 최대어로 꼽히던 하킴 올라주원을 데려오는 것이 최상이었겠지만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휴스턴 로키츠의 지명을 받았다. 이미 지명전부터 포틀랜드는 휴스턴이 올라주원을 그냥 넘어가지않을 것을 잘 알고있었다. 본인들이 1순위를 잡았어도 무조건 올라주원을 데려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은 선택은 대학시절 좋은 빅맨으로 위용을 떨쳤던 보위였다.
준수한 득점력에 리바운드, 블록슛 등 센터가 갖춰야할 여러가지 조건을 두루 겸비하고 있던 것을 비롯 잠재력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지라 보위에게 팀의 미래를 걸었다. 물론 당시에도 반대의견은 있었다. 포지션만 생각하지말고 겹쳐도 좋으니 최고의 재능을 뽑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부터 보위의 잦은 부상경력을 이유로 올스타급 센터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는 주장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대학 졸업반 시절 천하의 패트릭 유잉과도 대등하게 겨뤘던 보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소신대로 2픽을 행사했다. 당시의 선택이 두고두고 흑역사가 될줄은 그때는 알지못했을 것이다. 보위는 많은 팬들에게 먹튀의 대명사, 최악의 센터 등으로 이미지가 굳어져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위는 그 정도로 못하지는 않았다.
역대급 센터 올라주원과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 조던 사이에 갇혀서 그렇지 평균 이상의 경기력은 보여줬다. 물론 안타까운 것은 포틀랜드에서의 선수 시절을 부상과 수술, 재활 등으로 많이 날려먹었다는 사실이다. 신인 시절 보위는 76경기에서 평균 10득점, 8.6리바운드, 2.8어시스트, 2.7블록슛을 기록하며 올루키팀에 선정됐다.
충분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활약이었다. 문제는 두번째 시즌부터였다. 밀워키 벅스와의 경기에서 착지 과정중 왼쪽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는데 하필이면 대학시절 내내 그를 괴롭히던 부위였다. 결국 그대로 시즌아웃되었고 다음 시즌에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오른쪽 정강이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결국 또 다시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보위는 포틀랜드에서 4시즌을 뛰었는데 첫시즌을 제외하고는 활약 여부를 떠나 경기 출장 자체가 제대로 되지않았다. 두번째 시즌부터 네번째 시즌까지 세시즌간 뛴 경기수를 모두 합쳐도 첫시즌에 미치지못할 정도였다. 보위 입장에서도 답답했겠지만 구단으로서도 가슴을 칠 노릇이었다.
여기에는 서로간 조급증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건강한 저는 리그내 어떤 센터에게도 밀리지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상만 없었다면 보위는 충분히 2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잦은 부상의 연속이었고 마음이 급해진 보위는 채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복귀를 했다가 더 크게 몸이 망가지고 만다.
구단에서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과 스스로의 조급함이 좋지않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후에 보위 역시 이러한 부분을 후회하는 발언을 종종했다. 그나마 보위의 전성기를 꼽자면 뉴저지 네츠에서의 4시즌일 것이다. 보위에게 크게 실망한 포틀랜드는 1989년 6월 드래프트 지명권과 함께 묶어서 뉴저지 네츠의 벅 윌리엄스와 트레이드를 진행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는 윈윈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리엄스는 튼실한 플레이로 포틀랜드의 포스트를 지켜주며 이후 파이널까지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으며 보위 역시 뉴저지에서는 비교적 건강하게 4시즌을 보냈다. 1989~90시즌 68경기에서 평균 14.7득점, 10.1리바운드, 1.3어시스트, 1.8블록슛으로 제몫을 톡톡히 하더니 이후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나갔다.
리그 정상급 성적은 아니었지만 한팀의 주전 센터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적게뛴 시즌이 62경기였을 정도로 뉴저지에서의 그는 비교적 건강했다. 포틀랜드에서의 3시즌간은 철저하게 골밑 공격 위주로 플레이했으나 마지막 시즌부터 3점슛을 던지기 시작했고 뉴저지에 와서는 찬스에서 쏠쏠한 외곽공격도 겸했다.
이후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되어 2시즌을 더 뛰게되는데 부상이 재발되면서 뉴저지 시절만큼의 활약은 하지못한다. 그럼에도 레이커스에서는 좀 더 뛰어주기를 원했으나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보위는 1994~95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한다. 보위는 총 10시즌 동안 511경기에 나섰으며 평균 10.9득점, 7.5리바운드, 2.1어시스트, 1.8블록슛을 기록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ginoongkamote 채널 캡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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