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심한 조던 풀, 안정감있는 진화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23.03.13. 오전 11:43 최종수정 2023.03.13. 오전 11:43
매시즌 전쟁 같이 경쟁하며 승부를 겨루는 NBA무대서 오랜시간 동안 꾸준하게 전력을 유지하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쉽지않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팀도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러한 팀마저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고나면 과거의 추억으로 묻혀버리기 일쑤다. 빌 러셀의 보스턴도, 래리 버드의 보스턴도, 매직 존슨의 쇼타임 레이커스도, 배드보이즈의 디트로이트도, 심지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역시 그러한 과정을 벗어나지못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주역들이 미래의 영광까지는 신경쓰지않았던 이유도 크다. 때문에 하나의 왕조 혹은 강팀이 저물어갈 때 쯤이면 해당팀은 꽤 오랜시간동안 암흑기를 겪거나 리빌딩 과정을 거치기 십상이다. 갈수록 프랜차이즈의 개념의 흐릿해져가는 최근 트랜드에서는 이같은 성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현 시대를 대표하는 명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다소 다르다. 1946년 창단해 올해 77주년을 맞은 골든스테이트는 통산 7회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적지않은 우승횟수를 감안했을때 오랫동안 강호로 군림했을 듯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75년까지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자주는 아니지만 일정한 시기를 두고 한번씩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렸으나 이후 암흑기가 길게 이어졌다.
1975년 파이널 우승, 1976년 디비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골든스테이트는 약체이미지로 굳어져갔다. NBA 최고 런앤건 장인으로 불렸던 돈 넬슨의 지휘아래 팀 하더웨이, 미치 리치몬드, 크리스 멀린을 앞세웠던 1980년대 말~90년대 초의 RUN-TMC 트리오의 출현 등 잠깐씩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강팀과는 거리가 있었다.
팀 역사에 비해 영구결번급 레전드도 많지 않았다. '고대 괴수' 윌트 체임벌린, 러시아계 파워포워드 톰 메스체리, 1975년 우승의 주역 알 애틀스와 릭 배리, 파워넘치는 수비형 센터로 한시대를 풍미한 네이트 서몬드 등은 NBA역사에 남을 레전드들이지만 하나같이 1970년대까지 활약한 케이스다. 이후 멀린 정도를 제외하면 오랜시간 팀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떨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록될 스테판 커리(34‧188cm)가 2009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합류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커리는 이후 입단하게 되는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과 함께 최고의 트리오를 구성했고 지난 시즌까지 무려 4번의 파이널 우승을 이끌며 골든스테이트를 역대급 명문팀으로 격상시켰다.
팀 역사를 넘어 리그 트랜드마저 바꿔놓았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역대 탑10 자리마저 넘볼 정도로 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의 역사는 커리 입단 전과 입단 후로 나뉜다’는 말이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않을 정도다. 골든스테이트를 향한 지역 팬들의 관심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높아졌다.
때문에 골든스테이트 구단에서는 현재의 영광이 단순히 커리 시대에서만 유지되기를 바라지 않는 모습이다. 커리가 은퇴하거나 노쇠한 이후에도 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마치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꾸준하게 강팀으로 군림했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처럼.
팀이 오랜시간 동안 강호의 모습을 유지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기존 에이스의 뒤를 이어 팀공격을 이끌어갈 뉴 에이스의 존재도 필수다.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에서는 리그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던 시점에서도 커리의 후계자를 찾는데 많은 공을 쏟았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근접한 선수로는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28순위로 지명된 조던 풀(23‧193cm)을 들수 있다.
팀의 미래치고는 순위가 다소 낮은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골든스테이트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클레이 탐슨(11순위), 드레이먼드 그린(35순위) 등 팀내 신화적인 존재들도 상위픽 출신들은 아니다. 그나마 제일 높은 커리 또한 7순위에 불과하다. 좋은 재목을 보는 팀내 스카우트진의 안목과 선수를 잘길러내는 시스템이 오늘날 골든스테이트를 만든 가장 큰 힘이다.
풀은 내외곽을 고르게 오가며 득점을 올리는 전천후 득점머신이다. 기본적으로 볼 핸들링이 빼어난데다 몸놀림이 빨라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돌파를 하고 슛을 던진다. 퍼스트스텝이 좋아 빈틈을 발견하면 망설이지않고 파고들어 도움수비가 들어오기 전에 빠르게 돌파를 성공시키는데 몸의 균형을 잃었다 싶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메이드를 시킬 정도로 결정력이 좋다. 플로터, 핑거롤, 더블클러치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슈팅능력 역시 꾸준하게 늘고 있다. 커리어 초반에는 ‘돌파에 비해 슛이 약하다’는 혹평에 시달렸으나 이후 꾸준하게 슛능력을 갈고닦아 풀업 점퍼와 캐치앤샷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전히 갈길이 멀지만 미드레인지 및 롱2는 물론 딥쓰리도 종종 터트리며 커리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도 종종 보여준다. 드리블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수비수를 속이고 던지는 점프슛도 일품이다.
올시즌에도 폴의 활약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평균 20.6득점, 4.6어시스트, 2.8리바운드, 0.8스틸로 수준급 기량을 과시중이다. 팀내에 본인말고도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점을 감안하면 득점 생산성 만큼은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좀 더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팀이었다면 득점기록 등은 지금보다 올라갔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팀내에 부상자가 적지않은 상황에서 68경기나 소화하고있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선수는 일단 많이 뛰어야 팀에 더 많은 공헌도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커리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횟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제는 단순한 백업이 아닌 대체자 역할 이상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공격시 기복이다. 수비와 패싱능력의 약점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전히 갈길이 멀지만 본인이 스스로의 약점을 인지하고있고 스티브 커 감독도 인정할 정도의 연습벌레라 최소한 현재보다는 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공격같은 경우 잘될 때와 안될 때의 편차가 심해 그러한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수준급 플레이어는 몰라도 커리 후계자까지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좋을 때의 풀을 보면 돌파면 돌파, 슛이면 슛 그야말로 못하는게 없다. 정신없이 헤집고다니며 상대수비에 균열을 내고 자신의 공격은 물론 동료의 찬스까지 봐주는 모습에서 커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날은 돌파, 슛 모두 안되며 엑스맨으로 전락할 때도 있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계산이 서는 유형’이다는 점에서 좀 더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컨디션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기복은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순간에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냐는 부분이다. 팀 선배 커리같은 경우 슛감이 좋지 못할 때는 노련한 움직임이나 패싱플레이를 통해 최소한의 공헌도를 가져가다가 슛감이 살아나기 시작하면 다시 기어를 끌어올린다. 여러 가지면에서 풀이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거기에 몸을 부딪히면서 자유투를 얻어내는 등의 플레이도 더 늘려갈 필요가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풀은 현재의 기량만으로도 리그에서 알아주는 테크니션이 됐다. 팀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십분인정해 지난해 10월 4년 1억 4000만 달러(약 2019억 원)로 연장계약을 맺으며 돈다발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 나이인만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한다면 계약이 끝나갈 때 쯤이면 더 큰 대박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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