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타워의 명가, 원주 산성!
기사입력 2023.03.23. 오후 12:52 최종수정 2023.03.23. 오후 12:52
트윈 타워, 강팀 도약의 유리한 조건⑦
원주 DB 김주성(43‧205cm)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토종 최고 파워포워드로 불렸다. 당시를 지배한 것을 비롯 은퇴한지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KBL 역사상 ‘넘버1 빅맨’을 논할때 빠지지않고 이름이 언급된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이즈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운동신경, 순발력, 높은 BQ가 장착되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성향까지 이타적이었다. 개인기록에 대한 욕심 또한 적은 편이었던지라 지금의 이승현이 그렇듯 모든 지도자들이 탐낼만한 선수였다.
김주성은 외국인선수 포함 어떤 유형의 빅맨과도 원활한 조합이 가능했다. 파워형, 기교파는 물론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까지 파트너를 가리지않았다. 때문에 소속팀 DB는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좀 더 선택의 폭이 자유로웠고 그의 현역 시절 내내 여러 가지 색깔의 ‘트윈타워’를 가동할 수 있었다.
김주성과 외국인 빅맨이 버티고있는 골밑은 '원주 산성'이라 불릴 정도로 높이에서의 존재감이 남달랐는데 그결과 DB는 KBL을 대표하는 명문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KBL 리그에서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못하던 플레이를 이어갔던 이승준(45‧205cm)이 국가대표팀만 합류하면 유독 펄펄날았던 배경에는 이른바 ‘김주성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처음부터 김주성이 유형을 따지지않고 척척 잘 맞춰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원주 TG삼보 시절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주성을 1순위로 뽑고 허재 플레잉코치와 함께 만세를 불렀던 전창진 감독대행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성장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학시절부터 이미 실업선수들과 수없이 맞붙으며 산전수전 다겪은 서장훈과 달리 대학무대에서만 뛴 관계로 경험 등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 이유가 크다.
때문에 호흡을 맞출 외국인 빅맨 역시 마른 체형의 루키 김주성의 보디가드가 되어줄 덩치크고 힘센 유형을 고려했고 그 선수가 바로 데릭 존슨(51‧205.4cm)이었다. 큰 덩치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력한 힘이 돋보이는 존슨은 이미 나래시절 원주에서 뛴 경험이 있었다. 1998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2순위로 기아 엔터프라이즈에 지명된후 허재, 존슨-정인교, 제이슨 윌리포드 빅딜때 나래로 둥지를 옮겼다.
나래 시절에도 드러났다시피 존슨은 장단점이 뚜렷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으면 겹겹이 쌓인 수비를 몸싸움으로 밀어내고 덩크슛을 꽂아넣을 만큼 파워 자체는 돋보였지만 스피드, 수비 범위 등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위력이 떨어져갔다. 거기에 판정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헛웃음을 지으며 코트를 나가버리는 등 악동기질도 다분했던지라 다루기가 쉽지않은 선수였다. 당시 최명룡 감독 또한 존슨으로 인해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슈퍼루키 김주성이 합류한 TG삼보에서는 달랐다. 김주성은 존슨의 약점인 스피드, 활동범위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전신 나래 시절과 달리 TG삼보에서는 자신의 강점만 살리면 됐다. 거기에 세월이 흘러서인지 좀 더 성숙해져있었다. 다혈질 성향은 여전했지만 심판의 판정이 불만족스러워도 참을 줄도 알게됐고 신인 김주성이 흔들린다싶으면 옆에 다가와서 어깨도 두드려주는 등 30대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존슨이 상대 빅맨과 몸싸움을 하는 사이 김주성이 도움수비를 들어오거나 블록슛을 휘두르게되자 TG삼보는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높이에서 강점을 가지는 팀이 될 수 있었다.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노장 허재의 경기조율 아래 초대 원주 산성의 힘은 갈수록 커져만갔고 데이비드 잭슨, 양경민의 외곽포 역시 불을 뿜었다. 늘 중위권에서만 놀던 TG삼보가 드디어 강팀의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팀은 존슨과 시즌 끝까지 함께 하지못했다.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놓고있던 2월말 어깨부상 악화로 존슨이 시즌아웃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음이 급해진 TG삼보측에서는 부랴부랴 새로운 외국인 빅맨을 알아봤고 중국리그에서 뛰다 퇴출된 리온 데릭스(48‧204cm)를 급하게 데려왔다.
고를 수만 있다면 존슨과 같은 파워 센터가 영입 0순위였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찬밥 더운밥 따질 겨를이 없었다. 마른 체구의 데릭스는 파워형 빅맨과는 거리가 멀었고 공격력 역시 평범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국내리그에서 자주 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게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패싱센스가 좋다는 것이 바로 그부분이다. 때문에 데릭스가 합류하자 TG삼보는 수비 로테이션, 볼 흐름 등에서 더 좋아진 효과를 볼 수 있었고, 간섭을 많이하던 존슨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진 잭슨이 장기인 3점슛을 펑펑 꽂아대며 염원이던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하게 된다.
존슨, 데릭스 누구와도 원활한 호흡을 맞추는 김주성을 보면서 팀은 그가 어떤 유형과도 조합이 잘되는 선수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가운데 본격적으로 원주 산성의 높이가 절정을 향해 치솟게되는 계기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외국인 빅맨 자밀 왓킨스(45‧208cm) 영입부터이다. 첫해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끈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왓킨스는 김주성과 그야말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둘다 이타적인 팀플레이어라는 점에서 폭발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왓킨스는 쉽게 말하면 몸싸움 잘하고 좀 더 운동능력 좋아진 흑인판 김주성이었다. 대학시절부터 리바운드, 블록슛에 강점이 있던만큼 김주성과 함께 지키는 골밑은 그야말로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원주에서 뛰는 3시즌동안 왓킨스는 매년 평균 600리바운드, 100블록슛 이상을 기록했다. 김주성과 왓킨스 조합은 지금까지도 '역대 가장 압도적이었던 수비형 트윈타워'로 꼽힌다.
레지 오코사(42‧208cm)와의 호흡도 나쁘지않았다. 2007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로 지명됐던 그는 높은 순위에 걸맞게 안정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득점, 리바운드 등 어느 한쪽에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좋아 센스있게 영리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릭스, 왓킨스 시절에도 그랬듯 전감독은 트윈타워에게 공격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득점에서는 기본적인 몫만 해주고 수비에서의 안정감을 중시했다. 외국인선수 2명이 뛰던 시절인지라 공격은 테크니션 유형의 외국인선수를 선봉에 서게 했다. 거기에 다수의 양궁부대를 잘 활용하며 상대팀을 괴롭혔다.
덩크슛 이후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유명했던 로드 벤슨(38‧206.7) 또한 빠트릴 수 없다. 그는 자신의 큰 키와 윙스팬을 잘 살릴줄 아는 영리한 선수였다. 사이즈에 더해 기동성, 운동능력 등이 고루 좋았던지라 공수에서의 밸런스가 좋았다. 페이스업후 뱅크슛이나 포스트업으로 밀고 들어가 던지는 훅슛을 즐겨썼는데 성공률이 상당히 높았다.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무기였다고 할 수 있다. 마른 체구에 비해 힘까지 좋았던 편인지라 포스트에서의 중심축 역할을 잘해줬다. 대체 영입후 무려 5시즌을 뛴 선수로 왓킨스와 더불어 원주산성을 대표하는 외국인 빅맨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현역 시절 팀의 색깔 자체를 바꿔버린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주성은 현재는 감독대행으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지 얼마되지않은 관계로 지도자로서의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팬들은 선수로서 ‘영광의 시대’를 보낸 그가 수장으로서도 빛나는 커리어를 남겨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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